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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Chalten/Laguna Torre

산악인과 여행자의 같거나 다른 시선


-산악인과 여행자의 같거나 다른 시선-



대자연 앞에서 인간의 존재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주말 K-TV에서 히말라야 다큐가 방송됐다. 방송의 줄거리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봉우리 히말라야의 칸첸중가(8,586m) 등정을 떠난 故 박남수 대장의 이야기였다. 등정에는 등반 도중 조난사고로 양쪽 손가락 10개를 모두 자른 산악인 김홍빈 씨도 함께했다. 박 대장은 산악인들로부터 '조막손'으로 널리 알려진 김홍빈 씨를 일일이 챙겼다. 손가락이 없으므로 등산화 끈을 졸라매는 것부터 장비들을 일일이 챙기는 것까지 박 대장의 몫이었다. 친형제 이상의 끈끈한 우정과 동료애가 티비 너머로 전달된 훈훈한 모습. 두 사람 포함 원정대는 악전고투 속에 마침내 칸젠중가 등반에 성공했다.

그러나 칸첸중가의 신(神)은 박남수 대장과 셀파 5명의 목숨을 거두어갔다. 두 달에 걸쳐 촬영된 리얼다큐의 시작과 끝은 박 대장을 비추고 있었다. 박 대장의 주검을 찾았지만 우기에 접어든 히말라야의 악천 후 때문에, 한 대원은 GPS에 박 대장의 위치를 표시해 놓고 내년 봄에 다시 (시신을)찾아가겠노라며 고개를 떨구고 돌아온다. 조막손 김홍빈 씨도 산소가 부족했던 이 등정에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고 한다. 그는 박 대장의 죽음 소식을 전해듣고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목숨을 건 사투의 현장에 살아남은 자와 돌아오지 못한 자의 극명한 모습을 보는 순간, 참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세상 사람들은 목숨을 건 이런 등정 모습을 '정복' 또는 '도전'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그러나 필자에게 이런 단어들은 낮설다. 대자연에 비하면 인간의 존재는 한낱 티끌 내지 터럭만도 못한 존재. 지구별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에 올라섰기로, 그 모습을 정복 내지 도전이라는 표현은 어딘가 허전한 구석이 너무 많아 보이는 것이다. 어쩌면 그런 표현들은 극히 교만한 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어법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그래서 산을 너무도 좋아했던 박 대장은 물론 산악인들은 특정 봉우리를 정복한 게 아니라 '산의 품에 안긴 것'이라는 게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히말라야의 칸첸중가 신이 자기를 너무 사랑한 산악인을 사람들로부터 가로채 간 것이라고나 할까. 박 대장의 영혼은 히말라야에 영원히 함께 거할 것이라는 행복한(?) 생각과 함께, 세상에 남겨진 당신의 가족들은 불행의 눈물을 흘려야 하는 묘한 경계를 리얼다큐가 보여준 것이다. 
신은 당신을 가장 사랑한 사람의 목숨을 먼저 거두어 가는 것인지. 칸첸중가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 중에 목숨을 잃은 박 대장은 신의 땅 히말라야의 칸첸중가 품에 안긴 것이다. 모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인간의 의지로 넘나들었던 위대한 인간상을 산을 통해 본 것이다.



산악인과 여행자의 같거나 다른 시선



Shooting Date/Time 2012-01-27 오전 8:11:45


박 대장의 투혼이 담긴 리얼다큐를 볼 때쯤 필자의 블로그에는 빠따고니아 여행기가 끼적거리고 있을 즈음이었다. 같은 산을 바라볼지라도 봉우리를 올라보겠다는 투지는 찾아볼 수 없는 게 우리가 겪은 여행이었다. 다만,우리는 산꼭대기를 올라야 직성이 풀리는(?) 산악인은 아닐지라도 산을 무척 좋아하는 여행자였다. 빠따고니아 투어의 핵심이 엘찰텐의 피츠로이산군(山群)이었으므로, 피츠로이산군은 성지나 다름없었고 우리는 성지 순례자였다.

그런 순례자들의 눈에 비친 산악인들의 사투는 경이롭기 그지없을 정도였다. 그게 단순히 체력 만으로 버틸 수 있는 게 아니란 건 산을 조금이라도 아는 분들이라면 다 아실 것. 그럴 리가 없지만 어떨 땐 패기 넘치는 청춘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암벽등반을 해 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산은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데 남들이 갈 수 없는 암벽 꼭대기에 서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 것 같은 생각. 그 맛을 한 번이라도 맛본 사람이라면 세상 모든 걸 다 줘도 짜릿한 엑스터시와 맞바꾸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 것이다.


Shooting Date/Time 2012-01-27 오전 8:17:26


그런데 우리에게 그런 기회는 없었다. 그대신 신은 우리에게 그들과 다른 기회를 주었다. 투혼을 불사른 산악인들의 느낌과 다른 오감을 우리에게 준 것이다. 세계의 고봉을 오르는 산악인들의 머리 속에 산봉우리가 그려져 있다면, 우리는 그저 산골짜기에 안기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것이다. 바람의 땅은 그런 곳이었다. 바람에 맞서지 않고 온 몸으로 바람을 맞이하는 것. 

라구나또레로 가는 길은 물론 피츠로이산군 어디로 갈지라도 그곳에는 허리를 낮추고 바람을 맞이한 흔적들이 눈에 띄었다. 히말라야 칸첸중가가 박 대장을 품었다면 바람의 땅은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만들어주었다. 산악인들의 발 아래에 펼쳐져있었을 풀꽃들과 한낮 고사목에 불과했을 나목들이 대자연의 품에 안겨 단꿈을 꾸고 있는 곳. 죽어도 이런 곳에 머리를 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박 대장 뿐만 아니라 산악인들과 여행자들이 서로 다른 곳을 보고있을지라도 같은 꿈을 꾸고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 것이다. 
 
마음으로 느끼는 풍경,라구나또레 가는 길


Shooting Date/Time 2012-01-27 오전 8:17:44


Shooting Date/Time 2012-01-27 오전 8:18:12


Shooting Date/Time 2012-01-27 오전 8:18:32


Shooting Date/Time 2012-01-27 오전 8:18:46


Shooting Date/Time 2012-01-27 오전 8:19:16


Shooting Date/Time 2012-01-27 오전 8:19:35


Shooting Date/Time 2012-01-27 오전 8:19:52


Shooting Date/Time 2012-01-27 오전 8:20:08


Shooting Date/Time 2012-01-27 오전 8:20:34


Shooting Date/Time 2012-01-27 오전 8:20:44


Shooting Date/Time 2012-01-27 오전 8:21:28


Shooting Date/Time 2012-01-27 오전 8:22:10


Shooting Date/Time 2012-01-27 오전 8:22:28


Shooting Date/Time 2012-01-27 오전 8:22:57


Shooting Date/Time 2012-01-27 오전 8:22:36


Shooting Date/Time 2012-01-27 오후 8:23:22


우리가 가진 편견과 위선을 다 내려놓으면 세상은 원초적 향기로 보답하는 것일까...바람의 땅에서는 나목이 더 아름답고 자유롭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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