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칠순 할머니의 '홀 써빙' 너무한 거 아닌가?

칠순 할머니의 '홀 써빙' 너무한 거 아닌가?


저는 '외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손님들과 약속이 있어서 바깥에서 식사를 하는 약속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웬만하면 집에서 밥을 먹습니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에는 전주의 한 콩나물 비빔밥집에서 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전주의 한 식당가 골목에 자동차를 주차시킨 시간은 일요일 오후5시경 이었습니다.
따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서 전주의 명물인 콩나물비빔밥은 주문하지 않고 '육개장'을 주문했습니다.
아직 저녁시간이 되지 않아서인지 식당은 한 테이블에 손님이 있을 뿐 텅비어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제가 주문한 육개장을 끓이고 계시는지 뭘 하시는지 시간이 경과하고 있었습니다.
주방이 바로 코앞에 있어서 할머니가 일하시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할머니께서 혼자서 음식을 준비하며 식당을 왔다 갔다 하셨습니다.



조금 있다가 한 아주머니가 할머니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주인인듯 싶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주방에서 할머니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할머니는 제가 먹을 반찬을 주섬주섬 쟁반에 담기 시작했으나 굼떠 보였습니다.

시간이 지체되자 저는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가 챙기고 있는 쟁반앞에 다가가서 쟁반을 받아 올 참이었습니다.
쟁반에는 반찬거리가 여섯개 정도가 올려져 있었는데 반찬을 담는 시간이 한참이나 걸려 보였습니다.



그 곁에서 주인 아주머니는 자신의 볼일을 보는듯 했습니다.
그때 조선족으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식당에 들어섰습니다.
아마 이 식당에서 일을 하신분인 것 같았습니다. 월급을 받은 것일까요?

그녀는 주인 아주머니로 부터 얼마간의 돈을 받고 가더니 잠시후에 맥주한병을 사 왔습니다.
답례인 것 같았습니다.

제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이었고 달리 시선을 둘때도 마땅치 않아서
 저는 그 모습을 쭈욱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음식을 재촉하지 않고 주방쪽으로 두발짝 다가가서 쟁반을 받아 오려고 하자
할머니께서 가져오시겠다고 해서 다시 자리에 돌아왔습니다.


할머니 뒤로 주인 아주머니가 보인다.


할머니는 구부정한 허리로 몸을 약간 비틀거리시며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이윽고 할머니는 육개장을 완성하여 뚝배기에 담아서 오셨습니다.
펄펄 끓는 육개장이 너무도 힘들어 보여서 쟁반을 치우고 제가 받았습니다.

그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공기밥이 오지 않아서 공기밥이 오기를 기다린 것입니다.
그런데 공기밥이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여전히 주방앞에서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여기요...공기밥은 따로 주문해야 하나요?..."

"아!...깜빡했네!!...난...아줌마(주인)가 가져다 준 줄 알았제..."
(그럴리가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할머니께서 공기밥을 온장고에서 끄집어 내어 왔습니다.
여전히 할머니께서는 구부정한 채로 '홀'과 '주방'을 오갔습니다.
할머니는 이 식당에서 '홀 써빙'과 '주방일'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밥한그릇 먹는 동안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습니다.
음식이 늦게 나오는 것과 상관없이 할머니로 부터 '써빙'을 받는다는 게 너무도 불편했습니다.



할머니도 써빙을 할 수 있고 학생들도 써빙을 할 수 있습니다.
알바가 되었던 정식으로 채용이 되었던 자신의 역할만 하면 그만이겠지만
이 식당의 경우 사연은 차치하고라도 할머니를 고용(?)하여 일을 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주인아주머니 입장에서야 '비용'을 지불하고 일을 시키는 것이므로 당연해 할지 모르지만
손님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불편한 일이었습니다.
밥 한그릇 먹으면서 이렇게 마음 졸이며 먹긴 처음입니다.

차라리 주인 아주머니가 식당(홀)에 없었다면 마음이 덜 불편했을지 모릅니다.
구부정한 할머니께서 써빙을 한다며 주방과 식당을 오가는 모습이 너무도 안스러웠던 것이며
주인이어서 손하나 까딱 하지 않고 있는 아주머니가 갑자기 괘씸해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주인의 입장에서 칠순할머니를 고용하여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만에하나 그러하다면 홀써빙까지 시키실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할머니도 불편(?)했고 밥을 먹는 저도 불편한 한때였습니다.
할머니의 정성을 생각해서 밥한그릇을 싹 비웠지만 주인 아주머니에 대한 미움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www.tsori.net
http://blog.daum.net/jjainari/?_top_blogtop=go2myblog
내가 꿈꾸는 그곳-Boramirang
제작지원:

 Daum 블로거뉴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