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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Torres del Paine

죽기 전에 다시 떠나고 싶은 여행길


Daum 블로거뉴스
 


죽기 전에 다시 떠나고 싶은 여행길
-여행자의 성지, 또레스 델 빠이네로 가는 사람들-




여행자와 순례자는 서로 다른 말일까.
 


본론을 몇 자 끼적거리기 전에 <내가 꿈꾸는 그곳> 블로그를 '즐겨찾기' 해 주신 분들과 처음 이 포스트를 접하신 분들을 위한 안내를 해 드리고 시작해야 겠다. 필자의 블로그를 자주 찾으시는 분들은 익히 아시는 내용이지만, 최근에는 주로 북부 빠따고니아 오르노삐렌의 환상적인 갯벌을 소개해 드리고 있다. 꽤 많은 여행지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보고 계신다. 오르노삐렌을 집중 탐사하다 보니 늘어난 사진들이 아직도 데이터베이스에 가득하다. 따라서 여행기는 자연스럽게 느리게 느리게 이어지고 있다.

생각 같아서는 단 번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폭식을 하는 것 처럼 탈이 날지도 모르겠다. 데이터베이스에 쌓여있는 용량은 대략 10개월 동안이어진 여행사진과 기록들이다. 매일 쏟아부어도 10개월이 소요되는 긴 여행기가 될 수 있는 것. 여행기간도 길었지만 여행기간 중에 촬영해 둔 사진과 영상의 분량도 방대하다.





대략 400GB에 달하는 분량의 파일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며, 현재 북부 빠따고니아 지역만 소개하는 데 봄날이 다 지나고 있다. 북부빠따고니아 포함 남부 빠따고니아에 이르기까지 <150일간의 빠따고니아 투어> 여행기를 다 기록하려면, 해를 넘겨도 불가능 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든다. 누군가 여행은 '느림의 미학'이라고 했지만 여행기까지 포함하니 거의 달팽이 걸음 수준이다. 보통 인내가 필요한 게 아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실제 빠따고니아 투어에서는 그 보다 더 큰 인내가 필요했고, 열정이 필요했고, 끈기가 필요했고, 심지어 오기도 필요했다. 여행은 그저 낭만이 아니라 오체투지와 같은 각오를 요구하기도 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어떤 때는 여행자인지 순례자인지 스스로도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목숨을 건 사투처럼 여겨졌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대개 자기만의 성지를 가슴에 품고 산다. 그게 종교적 행위로 나타날 땐 인도나 티벳 등지로 성지순례를 계획할 것이며, 우리는 그들을 순례자로 부른다. 그러나 여행자들이 꿈꾸는 성지는 성인들이 태어난 곳과 사뭇 다르다. 여행자에게도 성지가 있는 것. 여행자의 성지는 누가 뭐래도 빠따고니아(파타고니아,Patagonia)다. 

순레자들에게 특정 성지가 있듯이 빠따고니아에도 특정 성지가 있다. 5월 첫 주말에 공개되는 여행 사진들은 여행자의 성지인 '또레스 델 빠이네로 가는 길(El Camino Para Torres del Paine)이다. 순례자들이 오체투지 등으로 자기를 낮출 수 있는 데까지 낮추며 당신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는 것 처럼, 여행자의 성지로 가는 길도 별로 다르지 않다. 




오체투지가 전부라고 믿는 광신도(?)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표현이지만, 여행자의 성지로 가는 여행자들도 만만치 않다. 이들 여행자들의 이동수단이 때로는 버스나 자전거 또는 오토바이 등으로 나타나지만, 목적지와 여행방법을 참조하면 오체투지 이상의 인내심이 요구된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므로 죽음을 각오한 여행이 될 수도 있는 것. 

그런 여행길을 죽기 전에 다시 한 번 더 가고싶다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가. 순례자들이 믿는 죽음의 끝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여행자들을 미치도록 만드는 여행의 터닝포인트에선, 죽음을 무릎쓰고 찾아나선 대가를 분명히 두 눈으로 확인시켜 준다. 두 성지의 허상과 실상의 차이이며, 눈으로 본 것만 믿는 여행자의 성지가 안겨다 주는 크나큰 선물이다.

여행기가 너무 느리게 이어져 오늘은 그 길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린다. 답답한 건 필자도 같은 사정이므로 모처럼 회포도 풀겸 '또레스 델 빠이네로 가는 길'을 보시면서, 여행자의 성지로 가는 길은 어떻게 다른지 (기왕이면 천천히)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

[Flash] http://tsori.net/attachment/fk050000000005.swf


 
여행자의 성지, 또레스 델 빠이네로 가는 사람들
El Camino Para Torres del Paine
 





우리가 탄 버스는 뿌에르또 나딸레스(Puerto Natales)를 출발 해 또레스 델 빠이네 읍내(Municipalidad  Torres del Paine)를 막 통과하고 있다. 조금 전 우리 일행은 그곳에서 커피와 간식을 먹으며 아침을 떼웠다. 여행자들은 칠레의 또레스 델 빠이네 국립공원으로 가기 위해 대개 뿌에르또 나딸레스에서 패키지를 이용한다. 비용도 싸고 편리하다. 물론 또레스 델 빠이네 국립공원으로 입장하기 위해선 꽤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는 등 요식절차라 하지만 까다로운 통과절차가 필요하다. 나중에 따로 소개해 드리기로 한다.

본 포스트에서 중요한 장면 하나가 나타났다. 짐을 잔뜩 등에 진 두 배낭여행자. 언뜻 봐도 젊은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들을 볼 때 마다 부러워 하곤 했다. 세상 부러운 것 없이 살다가(욕심이 없었다는 뜻) 여행지에서 이런 모습만 보면 부러운 것이다. 오죽하면 그렇게 힘들었던 길을 죽기 전에 다시 가고싶어 할까. 죽어도 여행지에서 죽고 싶을정도. 그런 여행길에서 젊은 날을 여행자의 성지에서 보내고 있다는 건 크나큰 축복이자 선택받은 삶이다. 아니 자기가 선택한 위대한 삶이다.





두 여행자의 모습을 보니 우리 모습을 보는 듯 해서 차창 밖의 두 사람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포스트에 등장하는 사진들은 마지막 한 장만 빼면 모두 차창을 통해 촬영된 사진들이어서 화질이 떨어진다. 그러나 버스 앞 좌석에서만 누릴 수 있는 풍경이므로 이만한 여행 사진도 드물 것. 대개 여행지로 이동하는 버스 속에서는 잠을 자거나 딴청을 피게 된다. 필자의 입장에선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자 시간. 여행지에서 밤에 뭘 하고 낮에 잠을 자는 지...^^




빠따고니아에 펼쳐진 여행자의 성지 중에 아름다운 길이 몇군데 있다. 그 중 하나가 또레스 델 빠이네로 가는 길이다. 또레스 델 빠이네 국립공원이 나타나기 전까지 평원을 오르내리며 배암처럼 구부러진 길은 장관이다. 버스에서 내려 걷고 싶지만 그건 무리. 걸어서 가는 길은 국립공원 내에서 트레킹 하는 것만으로 벅찰 것이기 때문이다. 아 포스트에서는 버스 속에서 담은 여행자의 성지로 가는 길로 만족해 주시기 바란다. 천.천.히...스크롤바를 내려주시면 감동 200배! ^^


El Camino Para Torres del Paine
 
































빠따고니아를 질주하는 자전거 여행자들




고개를 넘자 버스 창 멀리 나타난 자전거 여행자들. 이들을 볼 때 마다 경외심이 절로 든다. 순례길에 오체투지가 있다면 여행지의 성지에는 배낭여행자와 자전거 여행자들이 있다. 이들은 일행일 수도 있고 각자 개인일 수도 있다. 또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이 일행으로 투어를 나선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자전거에 텐트는 물론 숙식에 필요한 모든 것을 싣고 빠따고니아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것. 시간을 거꾸로 돌릴수만 있다면 자전거 여행을 해 보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물론 지금은 그럴 능력이 안 된다. 주제 파악하고 사는 것.ㅜㅜ 




배낭여행자들이나 자전거족들은 권력자들과 부자들이 할 수 없는 최고의 여행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내리막길...그러나 이들이 오르막길에 도달하면 자동차들이 내뿜는 먼지를 뒤집어 쓰며 젖먹던 힘까지 다 쏟아부어야 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티끌 하나 없는 빠따고니아 하늘의 은하수를 천정 삼아 단잠에 빠지는 것. 그들은 여행지에서 '색즉시공 공즉시색'에 빠져들며 인생 최고의 봄날을 보낼 게 확실하다. 자전거 여행자들은 또레스 빠이네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

























...
 


또레스 델 빠이네의 전망(Mirador de las Torres del Paine)
 


이곳은 또레스 델 빠이네의 전망. 여행자의 성지 빠따고니아의 또레스 델 빠이네의 전망은 또레스 델 빠이네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배낭여행자는 물론 자전거 여행자들이나 뿌에르또 몬뜨에서 크루즈 유람선을 탄 여행자 등 여행자들의 최종 목적지는 주로 또레스 델 빠이네 국립공원이나 엘챨튼 등지다.

우리도 천신만고 끝에 
또레스 델 빠이네에 올라 호숫물에 손을 담궜다. 경건한 의식행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행위는 순례자들이 느낄 수 없는 여행자들 만의 몫이다. 눈으로 직접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곳. 그 길을 죽기 전에 다시 떠나고 싶은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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