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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갤러리/도시락-都市樂

참 고마운 풀꽃과 보따리 하나


Daum 블로거뉴스
 


참 고마운 풀꽃과 보따리 하나

-애기똥풀 곁에서-




늘 미소짓던 풀꽃과 불평 한마디 없었던 보따리...
 


이틀 전 오후 평소처럼 찾아나선 약수터에서 하산하는 산기슭에 샛노란 애기똥풀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하루 이틀 본 게 아니다. 벚꽃이 다 진 이후로 철쭉이 피는가 싶더니 어디를 가나 애기똥풀 천지. 애기똥풀 세상이다. 참 희한했다. 해 마다 봐 왔던 애기똥풀이었건만 요즘들어 우리 산하에 피고지는 꽃들이 전에 없이 곱고 귀해 보인다. 더군다나 우리말로 이름붙인 풀꽃의 이름이 얼마나 재밌는지. 누군가 당신을 먼저 본 사람이 부르기 시작하면 그게 이름이 됐다.

하산하는 길에 묵직한 배낭을 내려 놓고 잠시 쉬고 가라고 먼저 말을 붙인(?)것도 애기똥풀. 짐보따리가 무거워서 쉬고 가란 게 아니라 잠시 만이라도 좋으니 '자기를 좀 봐 달라'는 것. 그래서 이곳 저곳을 기웃 거리며 애기똥풀의 말에 귀기울이다 보니 1시간은 훌쩍 더 넘긴 것 같다. 보따리는 자리를 옮길 때 마다 뒷덜미를 잡힌 채 이리저리 옮겨다녔다. 





조금 전까지 어린아이 처럼 등짝에 착 달라붙어 있던 짐보따리가 주인 발길따라 함께 움직이는 것. 그러고 보니 참 고마운 보따리였다. 바다 건너 지구반대편까지 동행하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해 준 이 보따리 속에는 주로 카메라 렌즈가 들어있었다. 주인이 다 볼 수 없는 능력 밖의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든 렌즈를 목숨바쳐(?) 지켜낸 것. 그게 요즘 블로그의 여행기를 통해 다시금 세상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임무를 바꿔 거의 매일 생수통을 가득 담고 주인과 함께 애기똥풀 곁에서 쉬고 있는 것.


애기똥풀 곁에서







주섬주섬 가방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한 할머니...애기똥풀을 챙겨가셨다.























































































불과 2년 전, 이 보따리는 빠따고니아 중심부를 지나고 있었는데, 계곡을 가득 메운 보라빛 '쵸쵸(Chocho)'가 인간에게 베푸는 형언할 수 없는 감동속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게 황홀이며 무아지경이며 환상적이라 표현해야 옳은 것인지. 꽃무리 속에서 무한 힐링을 느끼며 그 어떤 신앙심 보다 더 크게 다가온 것. 그때 필자와 함께 동행한 게 서브배낭이자 작은 짐보따리 하나. 하산길에 애기똥풀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모습을 보니 불현듯 그때가 회상되는 것이다. 

그 때 본 그 풀꽃들이 지구반대편에 있어서 귀한 게 아니었다.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가 귀해 보이게 만들어준 여행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런 계기가 없었다면 신상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 시간을 돌이켜 보니 그때 나와 우리의 존재를 재인식 시켜준 게 우리 곁에서 말 없이 피고지는 풀꽃들이 아닌가 싶은 것. 풀꽃들은 작은 짐보따리 처럼 늘 곁에 있었지만 
보잘 것 없는 듯 매우 소중한 존재였다. 누가 봐 주지않아도 불평 한마디 없었던 풀꽃들과 짐보따리. 그 곁에서 기분좋은 오후 한 때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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