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상추가 살고있는 텃밭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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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본 분수쇼 시원

-어린 상추가 살고있는 텃밭의 단상-

텃밭에서 시원스럽게 내뿜는 분수쇼.
 
 

가늘게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만 봐도 텃밭의 상추들이 좋아죽을 듯한 모습이다. 사흘 전 서울의 한 산기슭에 있는 텃밭. 서울에는 봄비가 내리고 있지만 이날만 해도 산기슭 텃밭 곳곳에는 푸석푸석 먼지가 날릴 정도로 가물었다. 봄가뭄이라 할만 했다. 그런데 약수터에 들러 하산할 즈음 만난게 된 분수쇼는 도시인에게 다소 낮선 모습. 신기해 하며 카메라를 담을 때까지 과정은 이랬다.

약수터로 가는 길...꽃다지가 활짝폈다.

"아주머니 텃밭에 자라고 있는 저...거요. 이름이 뭐죠?" 

"방풍나물입니다."

"아...이게 방풍나물이었군요. 중풍을 방지한다는..."

"그렇지요...전라도 지방에 많이 난다고 하는..."

"꽃다지 참 곱네요..."

"그렇지요...지금은 쇳지만...^^ "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자연스럽게 요즘 아이들의 정서 이야기가 불쑥 나오게 됐다. 아주머니가 먼저 꺼낸 말씀. 아이들이 꽃이름도 잘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않는다며 텃밭을 가꾸는 또다른 이유를 설명해 주셨다. 텃밭은 먹거리 뿐만 아니라 정서순환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 공감하며 맞장구 쳤다.
 

약수터 곁 언덕배기에 돋아난 이름모를 풀. 산나리 같기도 하고...뒤로 보이는 실루엣이 넘 아름다워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하산 하는 길. 텃밭으로 가는 길이다.

한 평도 채 안되는 텃밭은 얼마나 다독거렸는지 마치 소꼽장난을 한 듯 정겹다. 그러나 먼지가 푸석거릴 정도로 가문 텃밭.

봄가뭄이 얼마간 지속되는 가운데 텃밭 한쪽에서 방풍나물이 탐스럽게 자라고 있다. 아주머니가 일러주신 그 나물이다.

또다른 텃밭에 일구어 놓은 상추밭...물뿌리게로 물을 준 흔적이 역력했다. 비라도 좀 와야 했다.

그 곁에서 다시 발견된 방풍나물...도시인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작은 걱정거리를 보는 듯 하다. 그리고 하산하는 길에 만난 재밌는 풍경. 텃밭에서 분수쇼가 펼쳐지고 있었다. 시의적절한 모습.

그런데 분수쇼를 보며 그냥 지나칠 게 아니었다. 굵은 호스에서 가늘게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가 궁금해 진 것. 그래서 텃밭을 손질하고 계신 할머니를 귀찮게 해 드렸다.

"ㅎ...할머니...요기다 바늘구멍을 일부러 내신 거예요?..."
"그거요? 다 만들어져 나오는 겁니다."

할머니께선 귀찮다는 듯 대답하셨다. 그럴만도 했다. 약수터로 가는 입구에 일구어 놓은 텃밭 곁으로 지나치는 사람들 마다 귀찮게 물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텃밭은 겨울만 빼고 년중 싱싱한 채소를 생산하는 곳이자 텃밭의 규모를 넘어선 작은 농장이나 다름없었다. 등산객들이 지나치면서 무시로 거두는 푸성귀를 사 가는 곳.

농법도 달랐다. 이제 겨우 뿌리를 내릴락말락한 어린 상추에 큰 물줄기는 해가 될 게 뻔했다. 요즘 도시의 작은 농장에서도 첨단 농법이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동맥경화 처럼 가늘게 뿜어져 나온 물줄기를 맞으며 자란 어린 상추나 채소는 도시인의 건강을 챙기게 될 것. 

그런 한편 괜한 걱정이 든 것도 사실. 지난 겨울 유난히도 눈도 많이 내리고 추웠다. 어느날 그 눈이 녹아내린 곳에는 시꺼먼 오염물질이 남아있었다. 대기 중에 떠돌던 오염물질이 눈에 포함돼 있었던 것. 따라서 대도시 주변에서 생산되고 있는 채소들이 걱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유기농법을 사용한다 할지라도 대기중에 포함된 오염물질이 쌓이게 되면, 어느모로 보나 유익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편한 생각들. 이렇게 정성을 다해 물을 잘 주고 키운 채소들이 다시 오염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산자락에 심어둔 방풍나물과 작은 농장 텃밭에서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가 연상시킨 불편한 생각들. 그 곁에서 개나리가 활짝폈다. 오늘(20일) 서울은 아침부터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밭작물들의 해갈에 알맞게 내린 비. 그러나 도시에 내리는 비와 눈은 여전히 불편한 물질로 변해버린 것. 봄비가 우리에게 준 낭만은 점점 우리 곁에서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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