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폭의 그림으로 변한 환상적인 봄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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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그림으로 변한 봄바다

-너무 궁금해 저녁먹고 다시 가 본 바닷가-

새로운 감동은 언제쯤 찾아오는 것일까... 

텅빈 바다 텅빈 배 텅빈 나...북부 빠따고니아 오르노삐렌에 여장을 푼 다음 궁금해 미칠 정도로 봄 바다가 그리웠다. 이곳에 막 도착하자마자 바닷가에서 본 갯벌의 풍경은 막 잠에서 깨어난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둘러본 건 일부였을 뿐 일전에 봤던 바다와 갯벌의 모습이 너무도 궁금했다. 그래서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마음은 (콩밭)바닷가 갯벌에 가 있어 다시 가 본 바닷가. 그곳은 한 폭의 그림으로 변해 있었다.

세상에!!...

생전 이런 풍경을 본 적 없었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경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말 없이 셔터를 누르는 것 뿐이었다. 세상에는 온갖 철학과 사상과 정치와 종교가 사람들을 미혹하고 있었지만, 눈 앞에 펼쳐진 장면 하나면 그런 건 한낮 언어유희에 불과해 보인 것. 그 장면들은 한 여행자의 가슴에 '비워야 다시 찰 수 있는 법'을 가르쳤을 뿐 아니라, 비워야 새로운 감동을 얻게 되는 법을 묵시적으로 가르쳐 주고 있었다.

  
  

한 폭의 그림으로 변한 환상적인 봄바다

예술이었다. 조금 전 우리는 막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섰다. 이곳에서 우리를 반겨주었던 소녀들 때문에 미처 다 둘러보지 못한 본 바닷가가 너무도 그리웠던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그런데 다시 가 본 바닷가는 삶이 무엇인지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천천히 걸으면서 바라본 오르노삐렌의 갯벌과 바다 모습은 장자와 노자가 깨달음을 얻은 교주 같은 대자연의 모습. 아무 것도 하지않아도, 그 어떤 말을 하지않아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으면 깨닫게 되는, 무위적 생각이자 무위자연이 한 폭의 그림으로 펼쳐져 있는 것 같은. 
 

 텅빈 바다 텅빈 배 텅빈 나... 

대자연 속에서 만난 울타리...

오르노삐렌의 연두빛 갯벌이 펼쳐진 바닷가를 돌아 숙소로 돌아가던 중에 만난 울타리. 

사람들이나 동물들은 울타리 속에서 산다. 그런데 식물들은 울타리나 경계가 없는 듯, 울타리 안과 밖을 자유롭게 드나든다. 세상의 경계를 허문 건 풀꽃들이자 저녁나절 가늘게 떨리는 바람. 울타리는 아무런 존재의미도 없는 곳이다.
 

비가 내리면 비에 젖고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자연에 내 맡긴 삶...

사람들은 그 곁에서 터전을 일구며 살고 있었다.

봄이 되자 무수한 꽃을 내 놓은 오르노삐렌의 리오 네그로 강 언덕 위의 사과나무

그 곁 젖은 풀잎 위에서 새끼들에게 젓 물리는 어미개...낮선 이방인의 출몰에 한 녀석이 어미와 함께 젓먹다 말고 물끄러미 쳐다 본다. 동네 한 곳을 돌아 숙소로 가는 길에 다시 들른 바닷가. 썰물 때의 오르노삐렌 바다는 저만치 물러나 있었다. 태고적부터 반복해 왔던 일.

비우는 일이었다.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는 평범한 진리 하나 깨우치지 못해 얼마나 가슴아파 했던가. 아니 뻔히 알면서도 욕심 하나로 속절없이 빠져들었던 세상사였다. 그런데 이 순간 만큼은 대자연이 선물한 환상 속에서 평화롭기 그지없고 착하디 착한 세상 속에서 바람이 되고 구름이 돼 보는 것이다.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는 여행자의 머리를 뉠 수 있는 곳. 그곳에는 샛노란 풀꽃들이 지천에 널려있었다. 비워야 느낄 수 있는 감동의 도가니가 눈 앞에 펼쳐져 있었던 것.

오르노삐렌 광장 한 쪽을 차지하고 있는 교회(Iglesia de Hornopirén) 너머로 구름이 걷히고 있다. 엽서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평화로운 풍경이 한 여행자의 카메라 앞에 나타난 것이다. 서운해 하지마라. 이곳은 굳이 성당이나 교회 등 종교시설이 없어도, 해가 뜨고 달이 지는 동안 사람들은 늘 새로운 꿈과 희망에 부풀 것.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안데스의 볕이 만들어 낸 만다린 오렌지(mandarin) 한 봉지를 샀다. 새콤 달콤한 맛. 세상은 공평하다. 빠따고니아에서는 이런 과실을 맺지 못한다. 오르노삐렌의 한 마트에 진열된 과일과 채소는 주로 칠레의 남북을 잇는 5번 국도를 따라 뿌에르또 몬뜨에 도착한 다음 7번 국도를 따라 빠따고니아 전역에 공급된다. 따라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갈수록 과일과 채소는 귀해지며 품질도 떨어지고 비싼값에 팔리는 것. 장차 이곳으로 떠날 여행자들이 참고해야 한다. 만다린이 왜 새콤 달콤했는지 이유를 알 것만 같은... ^^ <계속>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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