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아내의 주름진 손과 샛노란 풀꽃 한송이-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아내의 주름진 손과 샛노란 풀꽃 한송이
그 틈새로 양치류가 새싹을 내밀고 있다. 곧 엄청난 크기로 자랄 양치식물이다.
봄이 되면 칠레 전역은 물론 오르노삐렌은 온통 샛노란 풀꽃의 나라로 변하게 된다.
어디를 가나 온통 샛노란 풀꽃들이 지지배배 얼굴을 내밀고 있는 곳.
텅빈 갯벌 텅 비어있던 바다는 밀물 때가 되면서 풍성해지고 있었다.
풀꽃들의 위대한 코러스가 작은 언덕 위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Boramirang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우리 동요 중에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이라는 노래 소절이 있다. 파란마음 하얀마음이라는 동요. 참 많이도 따라 불렀던 노래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디면 여름엔 파랄 거라는 것. 산도 들도 나무들도 전부 파란 옷으로 갈아 입고 파란 하늘 밑에서 자란다는 내용. 어릴 적 친구들과 멱감고 올 때 불렀던 순진무구하던 시절. 그 때는 세상의 때라곤 전혀 묻지않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런 마음들은 조금씩 변하게 되는지 세상을 보는 눈높이가 점점 달라지며 변하게 된다. 사람들이라면 다 겪는 세상 이치. 그런데 어느날 샛노란 풀꽃이 흐드러지게 핀 바닷가 언덕에서 알 수 없는 꿈틀거림이 마음 속에서 용솟음 치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도 변치않는 게 마음의 빛일까.
그러나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런 마음들은 조금씩 변하게 되는지 세상을 보는 눈높이가 점점 달라지며 변하게 된다. 사람들이라면 다 겪는 세상 이치. 그런데 어느날 샛노란 풀꽃이 흐드러지게 핀 바닷가 언덕에서 알 수 없는 꿈틀거림이 마음 속에서 용솟음 치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도 변치않는 게 마음의 빛일까.
세상을 사는 동안 누르고 또 눌러둔 그 마음들이 탈출구를 찾게 된 건 북부 빠따고니아 오르노삐렌에 여장을 푼 다음 일어난 일이었다. 숙소에서 5분여 거리에 위치한 나지막한 언덕 위에 서면 오르노삐렌 앞 바다가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있었다. 그곳은 태고적 전설을 간직한 피오르드.
바닷물은 전혀 요란스럽지도 않은 채 들락날락 거리는 곳. 광활한 갯벌이 펼쳐져 있는 그 언덕 위엔 샛노란 풀꽃이 흐드러지게 피고있었다. 오르노삐렌에 여장을 푼 다음 우리가 한 일은 그 바닷가를 두루 탐사해 보는 일. 오르노삐렌을 시작으로 7번 국도를 따라 남부 빠따고니아를 투어할 때까지 이런 일은 반복됐다.
바닷물은 전혀 요란스럽지도 않은 채 들락날락 거리는 곳. 광활한 갯벌이 펼쳐져 있는 그 언덕 위엔 샛노란 풀꽃이 흐드러지게 피고있었다. 오르노삐렌에 여장을 푼 다음 우리가 한 일은 그 바닷가를 두루 탐사해 보는 일. 오르노삐렌을 시작으로 7번 국도를 따라 남부 빠따고니아를 투어할 때까지 이런 일은 반복됐다.
아내의 주름진 손과 샛노란 풀꽃 한송이
숙소를 나와 바닷가로 가는 길에 만난 샛노란 풀꽃들
그 틈새로 양치류가 새싹을 내밀고 있다. 곧 엄청난 크기로 자랄 양치식물이다.
바닷가로 가는 길에 만난 암닭 한 마리. 꽃밭을 거니는 게 참 자연스럽고 행복해 보인다.
빠따고니아에서 이런 풍경은 전혀 낮설지 않다. 거리의 개나 길냥이들도 자연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곳.
봄이 되면 칠레 전역은 물론 오르노삐렌은 온통 샛노란 풀꽃의 나라로 변하게 된다.
특히 오르노삐렌의 봄은 샛노란 풀꽃들 때문에 눈이부실 지경이다.
어디를 가나 온통 샛노란 풀꽃들이 지지배배 얼굴을 내밀고 있는 곳.
그 중에서도 오르노삐렌의 앞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작은 언덕 위의 풀꽃은 단연 압권이다.
저만치 멀어졌던 썰물 때의 바다는 언덕 바로 아래까지 바닷물을 채우고 있었다. 밀물 때이자 만조의 모습. 우리는 그 바닷가 언덕을 거닐며 샛노란 풀꽃 삼매경에 빠져드는 것이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봄에는 온통 노랑물결일 것. 샛노란 풀꽃들은 어느덧 우리들 마음 속에 샛노란 물감을 풀어놓고 있었다. 육신은 노쇠해 가운데 마음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던 마음이 봄바람을 타고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 웅크리고 있던 마음이 샛노란 옷을 입고 기지개를 켜는 것이다.
텅빈 갯벌 텅 비어있던 바다는 밀물 때가 되면서 풍성해지고 있었다.
그 곁에 서 있으면 우리들 마음도 덩달아 노랗게 풍성해 지고 있는 것.
자기도 모르는 사이...아내의 주름진 손에 샛노란 풀꽃 한 송이가 들려져 있다. 얼마만인가. 바쁘게 살아오는 동안 잊고 살았던 주름진 손에 샛노란 봄이 오롯이 피어나고 있었던 것. 이런 일은 그저 된 게 아니라 필시 마음이 온통 노란물이 들었을 때 생길 현상이 아닌가. 그 바닷가에 서면 누구나 그렇게 노랗게 물드는 것일까.
오르노삐렌의 작은 언덕은 마치 우리를 위해 축제를 하는 듯 노란 물감을 풀어놓고 분주한 모습.
아직은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차게 느껴지지만 언덕 위의 풀꽃들은 개의치 않는다.
봄이 무르익고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던 것.
풀꽃들의 위대한 코러스가 작은 언덕 위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누구든지 대합창 소리를 듣기만 하면 마음 속은 온통 노랗게 물들 것.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봄이 오는 즉시 온통 노랗게 물들 것. 원색의 그 빛이 부활의 노래를 부를 때 쯤, 새로운 전설 하나가 작은 언덕 위에 새겨질 것이라는 걸 그 땐 잘 몰랐다. 집으로 돌아와 사진첩을 열어보니 그곳에 아내의 주름진 손과 샛노란 풀꽃 한송이가 작은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었다. 샛노란 풀꽃 빛깔. 다시 그 언덕 위에 서 있고 싶다.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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