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여학생들 이렇게 논다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영원한 친구들-
부러운 건 부러운 것...
참 건강한 아이들이었다. 이 아이들은 14살배기 여중생들. 오르노삐렌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 돌아보니 바닷가 언덕 위에서 건조 중인 목선 위에 올라가 있었다. 자기들 키 높이만한 목선 위로 단 번에 올라갔던 것. 우리나라의 여학생들과 비교해 보면 선뜻 이해가 안 갈 정도였다. 그래서 필름을 다시 돌리듯 목선 위로 올라가 보라고 주문했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재연해 보였다. 이런 모습들.
두 여학생이 한 여학생을 먼저 목선 위로 올려 보낸다. 자주 해 본 솜씨 처럼 능숙해 보인다.
그리고 두 여학생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거의 동시에 목선을 향해 점프를 한다.
그리고 힘차게 기어 오른다.
결코 쉽지않은 동작을 간단히 해 보인 것이다.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손짓을 한다.
오르노삐렌의 14살배기 여학생들이 노는 모습.
참 깜찍하고 귀엽고 건강하다.
이맘때 우리나라에서는 여학생(중학생)들이 한참 공부할 나이이자 이렇게 외국의 여행자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다. 무엇 보다 입시에 쫓긴 우리 학생들의 체력으로 목선 위로 단번에 점프하여 올라갈 수 있겠는가 싶을 정도. 이 아이들은 오르노삐렌의 대자연이 선물해 준 순수함 외 몸도 마음도 건강해 보였던 것이다. 우리가 잊고 산 풍경이었거나 잃어버린 문화. 그게 고소란히 남아 이방인을 반겨주는 것이다.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서자 보란 듯이 점프를 시도하며 귀염을 떠는 여학생들...욜케 깜찍한 요정들을 어찌 잊을 수 있다는 말인가.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영원한 친구들
-Recuerdo de la Chicas hadas Hornopiren-Hualaihué Chile-
뿌에르또 몬뜨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오르노삐렌에 도착한 직후 맨 먼저 반갑게 맞이해 준 사람은 이들 여학생들이었다. 흠결 하나 없는 요정 같은 소녀들. 오르노삐렌에 도착하자마자 이들과 재밌게 놀다가 헤어졌다. 참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다. 아이들은 우리의 정체가 너무 궁금해 묻고 또 물으며 깔깔 거렸다. 아이들이 관심을 보인 건 아내의 분홍빛 레인코트와 필자의 큼직해 보이는 카메라. 이들에게는 생소했나 보다.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빠따고니아 사람들은 비가 와도 우산이나 우비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레인코트는 여학생들 눈에는 신기해 보인 의상이었다. 또 보통 카메라 보다 렌즈와 바디가 커 보이는 필자의 카메라를 본 기억이 없던지 액정에 나타난 그들의 모습을 마냥 신기해 했다. 이들 여학생들도 컴퓨터를 가지고 있고 인터넷을 즐기는 데도, 선명한 모습으로 확대되는 풀프레임의 이미지가 마냥 신기했던 모양이다.
오르노삐렌에 도착한 첫날 우리는 바닷가에서 대화를 나누며 놀다가 해가 뉘엿거릴 때 모두 헤어졌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숙소의 아주머니가 방문을 노크했다. 무슨 일인지 물었다. 그랬더니 '누가 찾아 왔다'고 했다. 이 낮선 동네에서 아침부터 우리를 찾을 사람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서 '누군가' 하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숙소 앞으로 나가 봤다. 놀랬다.
숙소 앞에는 어제 만났던 여학생들이 모두 나와있었다. 참 희한한 경험.여학생들은 이틀 전 만날 때 처럼 와락 품에 안겨 볼에 입을 맞추며 인사를 하는 아이들.(여행지에서 이런 호강을 누리다니...감개무량 ^^ ) 아이들 중에는 어제 만난 멤버가 빠져있기도 했고 새로온 친구들도 있었다. 오르노삐렌의 소녀들이 통째로 우리와 만나고 있었던 것.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들 여학생들 때문에 오르노삐렌의 축제 때 초대를 받기도 했다. 전혀 뜻밖의 일이 북부 빠따고니아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고마웠고 기적같은 일이 우리 한테 일어나고 있었던 것. 우리의 행선지는 오르노삐렌 선착장. 갑작스러운 만남 때문에 멀리 갈 만한 곳을 찾지 못하여 장차 장도에 오를 선착장도 구경할 겸 선착장으로 놀러가는 것. 오르노삐렌의 처녀들이 다 모였다. ^^
욘석은 일부러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ㅋ 히힝~)맞짱 한 번 떠 보잔다. 말괄량이 삐삐를 닮은 귀여운 딸래미...ㅋ
오르노삐렌의 또다른 딸래미들...뒤로 목선의 한 귀퉁이가 보인다. 맨처음 목선 위에서 여학생들이 놀던 곳.
그 바닷가에 나서기만 하면 황홀경에 빠져든다. 오로노삐렌 앞 바다는 어제 보다 면적이 더 넓은 갯벌을 드러냈고 그곳에는 사람들이 얼쩡거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우리는 곧 그 갯벌로 탐사를 나가 볼 생각. 발 아래로 흐르는 강은 '리오 꾸칠데오(Rio Cuchildeo)'...이곳에는 연어들이 무리지어 사는 곳이다.
곧 생전 처음 보는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할 연두빛 해조류가 강 옆에서 미리 선을 보인다.
오르노삐렌의 선착장에 동행한 낭만 덕구
여학생들과 도착한 오르노삐렌 선착장. 북부 빠따고니아의 피오르드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장차 이곳에서 훼리호를 타고 꿈에도 잊지 못할 남부 빠따고니아로 이동할 예정. 미리 가 본 그곳에는 선착장을 영역으로 삼은 '낭만 덕구'가 살고 있었다.
일행을 따라 나선 낭만 덕구...뭔지 모르지만 당장 무슨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았나 보다.(나도 낑겨야지...끙)
카메라를 향해 치~즈~~~(딴 데 보는 낭만 덕구 ^^) 그런데 재밌는 일이 단박에 연출됐다.
언니들...나도 좀 낑겨주라...애걸 복걸...몽땅 Girl...속에 낭만 덕구 한 마리...ㅋ
낭만 덕구도 한 자리 잡았다. (덕구야 인상 펴...ㅋ)
선착장 아래 바다 속을 보며 깔깔거리며 놀이에 빠진 여학생들.
그러면서 "큰 절 받으세요..." 한국식 인사법이란다. 좋아 죽는 아내. 너무 고마웠다. 또 이들이 기른 긴 머리카락만 보면 천상 인디오의 후예들. 오르노삐렌의 여학생들의 공통점은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는 것. 이곳은 모든 게 자연스럽고 자연을 닮았다. 아이들을 보니 딸래미 모습이 단박에 오버랩 되는 것. 이맘때 얼마나 예뻣는지...ㅠ
오래 전 빙하기 때 얼음으로 채워졌던 피오르드는 바다로 모습을 달리했지만 속을 알 수 없다.
검푸르고 호수같이 잔잔한 봄 바다...
그 바닷가에 서면...웬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우리는 미지의 세계에 모든 것을 맡겼다. 그게 어떤 결과로 이어지더라도 전부 '우리 탓'으로 수용할 것.
어느덧 8년 전...그 때도 우리는 결연한 의지를 다지고 남미일주에 나섰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여행의 끝자락은 그냥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그러나 그 첫 걸음은 탐험자의 가슴을 닮아 쿵쾅거렸다.
그런데...너무 고마웠다. 대장정의 빠따고니아 투어의 첫 걸음을 오르노삐렌의 요정들이 함께 해 준 것이다.
행복했다!...깨물어 주고 싶은 니들 땜에...^^
그리고 낭만 덕구...너무 고맙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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