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우문현답'에 빵 터지다
-니만 피냐? 나도 핀다!-
니만 피냐? 나도 핀다!...
니만 피냐?...
나도 핀다!...
Boramirang
니만 피냐? 나도 핀다!...
사진을 오랫동안 찍어온 사람들이라면 공감하는 게 있다. 사진은 이른바 '찍사'가 그냥 피사체를 향해 아무런 느낌도 없이 셔터를 누르는 게 아니란 것. 그렇게 찍은 사진이 작품이 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그림만 해도 그렇다. 대상을 찾아 스케치를 해 놓고 집으로 돌아와 사실에 따라 작품을 완성하는 건 어쩌면 초보자일지도 모른다. 작품이란 최소한 작가의 고뇌와 남다른 창작 의도가 필요했을 것. 사진도 별로 다르지 않다. 셔터 스피드는 '찰라의 한 순간'이지만, 그 순간을 포착해 내는 건 단순한 기술 뿐만 아니다. 어느 순간 피사체가 말을 걸어 올 때가 있는 것. 피사체를 보는 순간 시비를 걸 듯.
"...니만 피냐?...나도 핀다!..."
이런 느낌은 사진을 오랫동안 찍어온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 실상은 자기가 피사체를 보고 느낀 점이지만 피사체가 말을 걸었다고 과장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느낌이 든 순간 셔터를 누른 사진은 피사체가 말을 건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이틀 전 그런 일이 내게도 일어났다. 촌음이 다르게 모습을 달리하는 복수초를 살피는 동안 그 곁에 있던 한 사물에 한 눈이 팔린 것.
복수초가 샛노란 꽃잎을 내 놓은 근처에는 지난해 어느 공사업체가 공사를 끝마친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들은 베수관 공사를 하면서 발생한 흙을 배수로 옆에 있는 언덕에 모두 실어 날라버렸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이 공사로 말미암아 봄이 되면 반드시 싹을 틔우고 5월 어느날 꽃을 내 놓던 원추리가 흙더미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조금전까지 복수초가 활짝핀 모습을 보며 좋아진 기분이 한 순간에 나빠진 것.
공사를 하면서 걷어내 흙들은 원추리 군락지 위에 고스란히 버려졌다. 그림과 같은 모습. 이곳 원추리는 졸지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었다.
그런 느낌을 가지고 조금 더 발길을 옮긴 곳. 그곳에도 원추리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 기분이 별로였던 내게 반전을 가져다 준 한 풍경 앞에서 빵 터지고 말았다. 피사체를 보는 순간 그는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니만 피냐?...
나도 핀다!...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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