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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갤러리/도시락-都市樂

광장시장,일본여성 관광객 한마디에 빵 터지다


-광장시장,일본여성 관광객 한마디에 빵 터지다 -



아마도...아마도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그게 하필이면 아침을 대충 때우고 난 후 점심 때 쯤 본 장면이라면 머리 속은 온통 '악마의 속삭임'으로 가득찰 게 아닌가. 주체할 수 없는 중독현상. (배고픈)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 앞에서 안절부절.

(머해?...뭘 망설여?...먹어 봐. 먹어 보라니깐!!...)

아웃도어 때문에 볼 일 삼아 들렀던 종로5가. 하필이면 그곳에 광장시장이 코 앞에 있었다. 횡단보도만 건너면 그곳에 무엇이 있는 줄 눈에 선하다.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맛집이 통째로 줄줄이 굴비 엮듯 사방으로 길게 펼쳐진 곳. 정말 이 시장을 모른다면 간첩. 아니 간첩이라면 더 잘 알 것. 누구나 아무나 시도 때도 없이 이곳 혹은 근처에만 들러도 주체할 수 없는 욕구 때문에 어느새 발걸음은 어느 맛집 앞으로 향한다. 광장시장 홀릭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곳에서 조금 전 모듬순대 한 접시를 그야말로 '폭풍흡입'으로 해치웠건만, 등 뒤의 유혹은 도무지 뿌리칠 수 없다. 

(흠...이걸 찍어 말어...갈 때 마다 음식 사진 찍어오는 것도 좀 그렇잖아...에라 모르겠다.)



광장시장 맛집 속으로





지난 25일. 광장시장에 찾아온 점심시간. 사람들이 광장시장을 가득 메웠다. 빈자리가 많지 않았다. 사람들이 좁은 통로를 지나면서 눈저울질을 통해 맛을 가늠하고 있는 풍경. 저울질 해 봤자다. 그야말로 이곳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아도 될 곳. 광장시장은 내국인들 뿐만 아니라 일본인 관광객들에겐 천국같은 곳. 광장시장 곳곳을 헤매고(?) 다니는 사람들은 주로 가이드를 앞세운 일본인들. 무엇에 이끌렸던지 일찌감치 자리 잡고 앉아 음식을 주문했다.
 



자리에 앉아 옆을 둘러보니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아이들 처럼 마냥 흡족해 하고 있는 모습들 . 이분들 앞에는 막걸리와 돼지껍데기가 놓여있고 모듬순대 몇 조각이 놓여져 있었다. 이곳 광장시장에 들른 사람들이 주로 찾는 차림표. 돼지 부산물로 만든 음식들은 묘한 마력이 있다. 머릿고기,순대,간,애기집.오소리감투,곱창 등등 




우리가 주문한 것도 별로 다를 바 없었다. 이것 저것 다 먹고 싶어질 때 쯤 쥔장은 '모듬으로 해 드릴까요?'라며 복잡한 머릿속을 단박에 정리해 준다. 누구든지 이곳에 오기만 하면 무엇이든 다 먹고 싶은 욕구가 앞선다. 이날 따라 돼지 껍데기가 먹고 싶어서 모듬순대 속에 벌겋게 양념된 돼지껍데기를 포함시켰다. 한 접시에 만원. 그리고 바로 코 앞에 돼지 부산물들이 침샘을 마구 마구 '뽐뿌질' 하고 있었다. 
 



바로 옆 자리에는 어르신 두 분이 낮술 삼매경에 빠져들고 계셨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한 잔 두 잔 주거니 받거니 하시더니 어느새 소주 두 병 째. 점점 말 수가 더 늘어나고 목소리 톤이 높아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광장시장 안은 사람들로 인산인해. 점심시간 풍경이었다.

 
"흠...이걸 찍어 말어...갈 때 마다 음식 사진 찍어오는 것도 좀 그렇잖아...에라 모르겠다." 




주문한 음식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동안 코 앞에 있는 풍경이 쉴새없이 카메라 셔터를 유혹하고 있었다. 카메라도 먹고 싶었던 모양. 그래서 음식이 만들어지는 동안 주변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곳 저곳 난리가 아니었다. 뱃속은 더 난리. 5분도 채 안 돼 나온 음식을 5분 만에 해치웠을 정도.

아내가 더 달려들었다. 마치 맨날 굶주린 여인처럼 말이다. 이날 입맛을 충족시킨 건 돼지껍데기. 쪼올~깃하고 자알~근 잘~근 씹히는 동안 약간은 미끄덩 거리는 식감 사이로 고소함이 배어든다. 가끔씩 볼 안에서 매운 듯 달콤한 바람이 부는 것. 어르신들의 낮술을 충분히 이해하다 못해 200% 공감!...

"아줌마...여기 막걸리 한 병..."
 



광장시장의 점심시간 풍경을 돌아보면 사람들의 얼굴은 행복한 표정.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들 내지 학생들 같다. 다소곳이 앉아 주면 주는대로 착하게 먹고있는 모습. 누구하나 불평이 없다. 그 대신 증폭돼 가는 유혹은 어쩔 수 없는 것. 제아무리 '오늘은 이것만 먹자'하고 입장(?)을 한들 주체할 수 없는 유혹 하나. 광장시장의 명물 마약김밥이다. 마약을 넣어 만든 것도 아닌데 한 번 먹기만 하면 중독성은 마약 이상 상상 이상. 하필이면 등 뒤에 광장시장의 원조 마약김밥집이... 


원조 마약김밥집에서 통째로 보여준 마약김밥
 




큼직한 대야에 가득히 담긴 마약김밥...손가락 보다 조금 더 굵게 말은 이 김밥 한 줄은 한 입에 쏙 들어가 대여섯줄 정도의 1인분은 눈깜박 할 새 사라지게 된다. 만약 다른 음식을 먹지않았다면 한 대야를 통째로 다 먹을 기세.
 
(머해?...뭘 망설여?...먹어 봐. 먹어 보라니깐!!...)
 



방금 모듬순대 한 접시와 잡채 한 그릇에 막걸리 한 병을 비웠는데 희한했다. 인간의 욕구 속에 '줄줄이 비엔나'처럼 따라다니는 게 도를 넘은 욕망. 그냥 지나쳐도 될 법한 데 자동적으로 입에서 나온 한마디.

"아줌마, 1인분만..." 





솔직히 말하자면 원조 마약김밥집에서 주문한 김밥은 사진만 찍기 미안하기도 해 겸사겸사로 주문한 것. 1인분은 2500원. 쥔장 옆에서 알바를 하시는 아주머니께서 그런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순식간에 비워져 가는 스텐 대야 옆에 대기하고 있던 (보자기로 포장된)마약김밥을 훌러덩~통째로 보여주셨다.



헉~



속으로 외친 외마디 비명 앞에 통째로 모습을 드러낸 마약김밥!!...




반질 반질...반지르르...고소 고소...고소함이 참깨와 함께 시선을 마구마구 자극하며 셔터를 마구 두드리고 있는 것.




문제(?)는 그 다음. 검은 보자기에 은밀하게(?) 싸 둔 원조 마약김밥은 순식간에 동이나고 말았다.




달인의 경지에 이른 능숙한 손 아귀에 담긴 마약김밥은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금방 바닥을 드러낸 것. 그 중에서 엿 듣게 된 재밌는 말.




"와라바시노 나이 데스까"

일본인 여성 관광객들이 무리지어 원조 김밥집에 들러 김밥을 단체로 주문해 사 갔는데 이들끼리 나누는 대화가 재미있었다. 한 일본인 여성이 원조 마약김밥 도시락을 펴 들고 내용물을 확인하는 순간 '젖가락'이 보이지 않았던 것. 그래서 '왜 젖가락이 없어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런 상황에 익숙한 듯 한국인 가이드가 마침표를 찍었다.

"...고레와 '이쑤시게' 데쓰...^^ " 

한국인 가이드 여성은 도시락 사이에 끼어 둔 이쑤시게를 쏙 빼내 들고 김밥을 찍어 먹는 시늉을 선보였다. 하이 하이 하며 좋아하는 일본 여성들. 참...나...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게 더 재밌다. ㅋ 그래서 속으로 한마다.

(이 친구들아. 마약김밥은 젖가락이나 이쑤시게로 먹는 게 아녀. 손으로 그냥 집어서 먹어야 제 맛이얌.ㅋ )


알고보면 더 재밌는 광장시장의 숨은 1인치




한 품목씩 따져보면 산해진미가 아닌듯 사람들을 정신 못차리게 하는 광장시장의 먹거리들. 그러나 정작 이곳에서 장사를 하시는 분들은 음식을 따로 주문해 먹는다는 사실. 이런 거 아시는 분들 많지않을 것 같다. 원조 마약김밥집의 마약앞에서 놀란 다음 광장시장을 한바퀴 돌아 귀가하던 중 눈에 띈 낮선 풍경 속에는 이곳 아주머니들은 음식을 따로 주문해 드셨다.




"언니, 밥 먼저 먹고하지 그래..."


눈코 뜰 새 없이 장사가 바빠서인지 아니면 매일 먹어왔던 음식들이 물렸던지 둘 중 하나일 것. 점심은 가까운 식당에서 따로 주문해 드셨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광장시장 곳곳에는 어느곳이나 약방의 감초 처럼 마약김밥을 비치해 두고 있었다. 조금 전 다녀온 곳은 원조 마약김밥집. 그리고 광장시장의 또 하나의 명물이 빈대떡. 
 



마약김밥에 마약성분이 없듯 빈대떡에도 빈대는 없다는 사실. 빈대떡은 물에 불린 녹두를 맷돌에 갈아 나물이나 고기 따위를 섞어서 번철 등에 부쳐 만든 전의 하나. 마약김밥 도시락을 들고 젖가락 찾는 사람들 때문에 잔소리 한마디 한 것.^^ 




빈대떡은 노릿노릿 지글지글...윤기가 좔좔...사실 빈대떡은 돼지기름에 부쳐야 제 맛이지만 식용유를 두르고 굽고 있었다. 고소함이 조금은 떨어지지만 빈대떡 한 점 먹어본 사람들은 그 맛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손으로 달랑 집어 먹는 것. 그런 면에서 빈대떡의 위용은 마약김밥 못지않다. 그 장면을 영상으로 담아봤다.
  


광장시장의 '빈대떡' 이렇게 만든다.




광장시장의 따끈따끈한 매력 하나 더




네 명이 나란히 앉아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이 모습을 잘 살펴보면 광장시장의 매력에 푹 빠져든다. 주지하다시피 광장시장의 맛집들은 모두 개방된 광장에 위치해 있다. 한겨울이면 찬바람이 솔솔. 꽃샘추위에도 찬바람은 여전히 솔솔. 그런데 그런 찬바람 쯤은 이곳에서 맥을 못춘다. 허름한 의자가 그 주인공. 조금 전 필자는 이 의자 위에서 안절부절 엉덩이를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이유가 있었다.

허름해 보이는 이 의자 밑에 전기장판이 깔려있었던 것. 얼마나 따끈했던지 주체할 수 없었다.ㅜㅜ 그래서 짬만 나면 엉덩이 위치를 옮겨야만 했다. 또 손으로 의자를 짚고 엉덩이를 의자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유지시키기도 한 것. 광장시장 맛집에 들르면 엉덩이가 절로 따끈따끈해 진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눈길을 끈 것.




가끔씩 매콤하게 잘 양념된 돼지껍데기가 생각난다.




누가 광장시장을 외치면 떠오르는 몇가지. 돼지껍데기와 머릿고기와 마약김밥과 빈대떡. 사람들마다 입맛과 취향이 다를 것이지만, 한겨울 또는 꽃샘추위에 맨 먼저 떠오르는 게 돼지껍데기다. 가까운 지인들과 돼지껍데기를 한가운데 놓고 잔을 기울이게 되면 세월가는 줄 모른다. 그 때 돼지껍데기 너머로 그들과 나눈 대화와 얼굴이 절로 오버랩되며 행복해지는 건 당연지사. 광장시장은 어느덧 사람과 사람을 잇게 해주는 '소통의 광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끝.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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