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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Puerto Montt

소소하지만 오래토록 기억에 남는 풍경


Daum 블로거뉴스
 


남녀노소 빈부귀천 안 가리는 하늘
-소소하지만 오래토록 기억에 남는 풍경-



여행에서 돌아오면 남는 게 무엇일까.
 


사람들마다 느낌의 정도나 취향 등에 따라 여행지의 추억은 서로 다를 게 분명하다.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풍경을 본 사람들의 느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에서 지워지기도 하며 또 오래토록 기억에 남기도 한다. 희한하게도 그 느낌들은 기억 속에서 서열을 매기고 있는 게 아닌가. 언제든지 다시 가 보고 싶을 정도로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한참동안 기억을 더듬어야 떠오르는 장소나 장면들이 있었다.

추억에도 등급이 매겨진 것이다. 등급은 여행지의 풍광이나 경험이 남다른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래토록 기억에 남아 감회를 새롭게 만드는 장면들은, 대체로 특별한 체험을 한 곳이거나 뛰어난 풍광을 지닌 곳 등이었다. 그런 추억들이 여행에서 돌아오면 순서에 따라(?)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것이다. 




남미일주와 빠따고니아 투어를 마치고 난 후, 우리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곳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여행지가 있다. 그곳은 바람의 땅 남부 빠따고니아 엘챨덴에 위치한 안데스의 마지막 산군(山群) '세로 피츠로이(Cerro Fitzroy)'였다.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했지만 대체로 두 번 방문해 본 곳은 친근할 망정 처음 느꼈던 감동은 없었다. 







그러나 그곳은 달랐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마력이 감동을 마구마구 증푹 시키며 짐을 챙겨 돌아서는 내내 뒤를 돌아보게 만들었던 것.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오면 소소하지만 오래토록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있게 마련이다. 그곳은 감동의 서열에서 후순위를 기록할지 모르지만 여전히 감회를 새롭게 하는 곳이다. 특히 그 장면들은 여행을 끝마치고 돌아오면 '그 때 왜 시간을 더 할애하지 않았을까' 싶은 후회가 생기는 곳이 적지않았다. 땡글로 섬은 그런 곳이었다.

아내는 땡글로 섬을 떠나면서 우리가 7년 전 뿌에르또 몬뜨에서 머물고 있었던 숙소와 현재 머물고 있는 숙소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도시의 중심지도 7년 전과 많이 달라졌다. 7년 전 우리는 빌딩 뒤로 보이는 작은 언덕 위의 메기네 집에서 민박을 한 적 있고, 그곳에서 앙꾸드만을 굽어보며 미지의 빠따고니아 투어를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긴 후 언덕 곁 주황색 건물 뒷편 정도에 위치한 마리아네 집에서 민박을 하고 있는 것. 
 



그동안 버스터미널은 새 건물로 지어졌고 이 도시의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큼직한 대형마트가 들어섰다. 뿌에르또 몬뜨를 정감있고 활기차게 만들었던 구멍가에들은 모두 헐리며 새단장을 하고 있었다. 7년 동안 변화의 물결이 이 도시를 휩쓸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목조건물을 떠나 신식 판넬로 지어진 조립식 주택에서 편리와 행복을 구가하고 있고, 뿌에르또 몬뜨의 역사와 상징을 지닌 오래된 건물들은 점차 헐리거나 사람들이 그곳을 떠나고 있었다. 아마도 다시 7년의 세월이 흐르게 된다면 이 도시는 예전의 모습 대부분을 잃게 될지도 몰랐다. 그 땐 우리들의 추억들도 모두 사라지게 되는 것일까.


소소하지만 오래토록 기억에 남는 풍경




사람들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그 게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인지도 모른다. 삶이 힘겨워질 때 마다 여행지의 달콤하고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추억은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낼 것이며,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않은 일들을 망각 속으로 떠밀게 될 것. 우리는 땡글로 섬의 비탈진 오솔길을 따라 내려왔다. 



이 마을은 7년 전 보다 많이 세련됐다. 양철지붕과 벽면이 새로 단장한 모습.




그 집 앞으로 이들의 생계를 책임져 줄 보트가 만조 때를 기다리고 있다.




7년 전 우리가 걸었던 그곳을 다시 걷고 있는 것.




그 땐 집들이 다 허름했는데 지금은 은빛을 반짝이고 있다.




해변에서 해초를 채취하고 있는 젊은 부부. 가까이서 보니 우뭇가사리 같았다.




"이거 어디에 사용하는 건가요?...식용?..."


젊은 부부가 채취한 우뭇가사리(agar)는 "식용이 아니라 건조해서 화장품 재료로 쓴다"고 말했다. 그 땐 몰랐다. 우뭇가사리 속에는 '하이드로겔'이라는 성분이 들어있어서 피부를 촉촉하고 탄력있게 해준다나 뭐라나. 앙꾸드만이 떠밀어낸 우뭇가사리는 식용은 물론 화장품으로 두루 쓰이는 해초였다.

우뭇가사리는 우뭇가사리과에 속하는 홍조류의 해조류로 학명은 <Gelidium amansii>였다. 바닷말의 일종으로 주로 한천의 주원료로 이용되는 바닷말을 가리킨 것. 학명 'Gelidium'은 라틴어로 '응고'라는 뜻을 가진 'gelidus'에서 유래됐다고 하는 데, 이 성분이 우리가 즐겨먹는 식이섬유 풍부한 한천의 재료라는 것.





또 
우무는 우뭇가사리의 점질물(粘質物)을 끓여 녹이고, 냉각시켜 굳힌 것으로, 여름에 입맛을 돋구는 식품으로 가늘 게 채 썬 것을 간장, 식초, 겨자 등에 무쳐서 먹거나 콩국에 넣어 먹었다. 그런  한천은 창자의 연동운동에 도움을 주며,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 좋고 아이스크림이나 잼을 만들 때 점성을 주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단다. 

그 외에도 알약의 당의나 연고제의 원료로 쓰이며 화장품을 제조할 때 색소나 첨가물이 침전되지 않도록 안정제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것. 지역에 따라 이름도 제각각이다. 부산, 장흥, 서산, 통영, 거제에서는 '우무'로 부르지만, 울릉, 목포 및 강원, 경남지역에서는 '천초'라 부른다. 

또 울산에서는 '까사리', 제주에서는 '우미', 동해지역에서는 '한천'이라고 부른다. 생김새가 소의 털과 흡사하다하여 '우모초(牛毛草)'라 부르기도 하며, 끓인 다음 식히면 얼음처럼 굳는다 하여 <자산어보>에서는  '해동초(海東草)'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 필자의 기억에는 우무(식품)로 각인된 게 우뭇가사리의 정체였다.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참 복 받은 땅이자 해변이었다. 그곳에 서면 또 눈이 호강을 하는 곳. 깔부꼬 화산이 내려다 보고 있는 해변은 온통 연두빛 물결이다. 해변의 자갈에 달라붙어 있는 해초는 매생이. 마치 파래나 이끼처럼 달라붙은 매생이가 썰물 때만 되면 거대한 켄버스에 장관을 연출하는 것이다. 그 모습은 갯벌에 따라 서로다른 모습으로 환상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 중 한 장면은 이런 모습들.
 


















그야말로 따사로운 봄볕에 빨래를 말리며 해바라기에 나선 땡글로 섬의 풍경 하나. 우기가 끝났음을 보여주는 모습이자 넉넉하지 못한 사람들이 살고있는 촌락의 풍경. 이곳에서 하늘이 공평하게 내려주는 선물을 발견하게 됐다. 남녀노소 빈부귀천 가리지 않고 주는 선물이 사계(四季)였으며, 봄의 요정들은 어디든지 아무때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 곁에 머문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 그 사실을 깨닫고 행복해 하면 행복한 추억을 만들 것이며, 그렇지 못하면 불행해 할 것이라는...
 












동네 어귀에 버려진 듯 덩그러니 자빠져있는 뼈대만 남은 보트 한 척은 설치미술품으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속이 텅 빈 보트가 무언의 표현으로 느낌표를 던져주는 것. 가난한 마을에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어김없이 찾아드는 봄볕이자 봄꽃들. 허름한 울타리에 허름한 꽃(?)들이 깃든다는 법은 없었다. 오히려 세상에는 겉모습만 화려하고 속이 허름한 것들은 또 얼마나 많았는 지.
















우리가 처음 땡글로 섬에 발을 디딘 곳이자 떠나온 선착장...
















우리는 쪽배를 타고 다시 앙꾸드만의 땡글로 해협(canal de Tenglo)를 거쳐 본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본 그 곳. 그곳에는 소소하지만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풍경들이 펼쳐져 있었다. 땡글로 섬에는 그새 물이 다 차 올랐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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