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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Puerto Montt

꽃밭에 노니는 '젖소' 신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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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에 노니는 '젖소' 신기해
-노는 물이 다른 빠따고니아의 젖소-



우리에게 소(牛)의 존재 의미는 어떤 것일까.
 


눈이 번쩍 띄는 장면이 코 앞에 펼쳐졌다. 그곳은 소들이 꽃밭에서 풀을 뜯는 작은 목장이었다. 꽃밭에 노니는 젖소...이게 어울릴 말인가. 그러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부인할 수 없는 일. 뙤약볕으로 변한 봄볕을 피해 그늘을 찾아 걷던 중 울타리 너머로 소들이 유유자적 하는 모습이 눈에 띈 것.

신기했다. 기껏해 봤자 소들은 대관령의 드 넓은 목초지에서 풀을 뜯는 정도 내지 한 때 농사일을 거들던 것 쯤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빠따고니아의 젖소는 꽃밭에서 노닐고 있었던 것. 이곳은 동물들의 천국이었을까. 정말 '노는 물이 다른' 젖소들이었다.





이곳은 뿌에르또 몬뜨에서 빠따고니아로 이어지는 7번 국도변의 가난한 농장. 남부 빠따고니아로 이어주는 첫 관문인 깔레따 라 아레나(Caleta La Arena) 선착장 조금 못미친 알레르세 안디노 국립공원 자락에 위치한 곳이자, 앙꾸드만(灣)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곳. 우리는 뿌에르또 몬뜨에서 이곳으로 잠시 소풍을 나온 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한적한 바닷가를 걷는 동안 해는 중천에 떳고, 남반구의 햇살은 여행자 머리 위에서 따가운 햇살을 쏟아붓고 있었다. 잠시 쉬었다 다시 걸어야 했다. 그늘을 찾아 목을 축이고 갈 요량이었는데, 그곳에서 '꽃밭에서 노니는 젖소'를 만나게 된 것. 우리가 뙤약볕을 피해 그늘에 몸을 피한 곳은 바로 이곳이다. 아라야네스(
arrayanes) 나무가 촘촘히 늘어선 울타리 사이로 여행자의 눈을 깜짝 놀라게 만든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던 것.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는 젖소...




젖소들은 한 낮의 뙤약볕을 쬐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한가로운 모습이다. 그리고 이들 주변에 빼곡한 샛노란 풀꽃들. 소들이 꽃밭에서 유유자적하고 있는 이런 풍경은 생전 처음이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지않고 살았으므로 당연했던 게 아니라, 살아오는 동안 매스컴 등을 통해 이런 풍경을 본 적은 거의 없기 때문.




이때부터 희귀한 이들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울타리 곁을 이리 저리 옮겨다녔다. 이렇게 기막힌 장면들은 귀국해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것. 그 때 누군가에게 "빠따고니아에는 소들이 풀만 뜯는 게 아니라 꽃밭에서 놀거나 꽃을 뜯어먹고 살더라..."라고 말하면 "에이 그럴 리가...대단한 뻥이야."라고 응수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분들을 위해 기록을 남긴 건 아니지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우리를 놀라게 만든 귀한 풍경임에 틀림없었다.

"여보...이것 봐봐...소들이 꽃밭에서 놀고 있어...넘 신기해!... ^^ "

"어쩜...정말 그러네...세상에나...이런 곳도...! "  




우리에게 (젖)소가 남긴 알파와 오메가


아내도 짐짓 놀라는 표정. 우리의 뇌리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던 소의 존재 의미는 매우 간단했다. 소는 죽는 날까지 열심히 일하다가 자기의 모든 것을 사람들에게 내 주는 고마운 존재. 머리부터 꼬리까지 그 어떤 부위도 함부로 버려지지 않는 쓰임새 많은 존재 정도랄까. 살코기는 메인 요리로 뼈는 수프로 만들어지며 가죽은 신발이나 옷 등으로, 또 살아있는 동안 짜낸 젖은 치즈와 버터 등으로 가공되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었다. 소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최고의 가축.

그러나 소가 우리 인간들 한테 이런 유익함을 주는 반면에 홀대를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말귀를 잘 못 알아 듣고 딴짓을 하는 사람을 일컬어 '소 귀에 경 읽기'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다. 우리가 서로 관심을 잃고 살 때면 '닭 소 보듯 한다'며 비아냥 거리기도 한다. 또 있다. 소는 농경사회의 밑천이자 재산 전부여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도 있다. 그러고 보니 소(또는 젓소 등)는 주로 사람들의 먹거리 내지 일손 정도로만 취급된 것.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소는 물론 동물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가 지구별에 생존하는 동안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라 먹고 먹히는 사이클을 주기적으로 반복하게 될지라도, 동물들이 단지 먹잇감 만으로 보이는 건 슬픈 일이었다. 귀국해 보니 어떤 티비 프로그램에서는 '...쇠고기 사 묵겠지'라는 게 사람들로부터 회자되고 있었던 것. 인생의 목적이 쇠고기를 못 먹어 환장한 듯한 차마 웃지못할 편협한 시대사조가 그랬다.

사람들은 쇠고기 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단백질을 취해야 살 수 있을 것. 그러나 꽃밭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젓소들을 보니, 지구별에 살고있는 생명들 모두는 잠시나마 천국을 꿈꾸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것이다. 그게 여행자의 시선을 붙들어 놓은 기막힌 광경이자, 소가 풀만 뜯는 게 아니라 '꽃밭에서 놀 수도 있다'는 반전이 아닌 엄연한 사실이었다.




세상은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이루어지는 곳. 보다 더 맛있고 보다 더 큰 이익이 된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물질의 욕망에 사로잡혀 제정신을 잃고 마는 것인지. 우리는 한 때 소 때문에 국론이 분열된 적도 있다. 사람들이 이른바 '광우병' 때문에 난리가 아니었다. 소들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동물들이 먹어서는 안 될 동물성사료와 농약 항생제 호르몬 등이 축적되어, 그 고기를 섭취한 사람에게 '인간광우병'이 발생한다는 무서운 사실 등이 국론을 분열 시킨 것. 소에 대한 사람들의 이런 인식이 무엇 보다 두려웠다. 가축을 무분별 하게 이용해 돈벌이에 나선 사람들 때문. 




그런 사정은 소들에게만 국한되는 게 아닐 것. 사람들을 감옥과 같은 좁은 공간에 가둬 놔도 올바른 정신과 육체를 가질 수 없는 건 당연지사. 그래서 우리는 늘 자유롭게 뛰 놀고 자유롭게 생각하며 자유롭게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고 살 수 있는 등, 자유로운 세상을 꿈꿀지도 모르겠다. 필자의 눈 앞에 나타난 장면은 그랬다. 비록 이들이 한정된 울타리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들 곁에는 풀꽃들이 무리지어 피고지며 젖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 




공장에서 만든 치즈와 농가에서 만든 수제치즈 


우리는 빠따고니아 투어를 통해 칠레에 머무는 동안,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한 원주민을 통해 평범한 진리를 확인한 적 있다. 우리가 현지에서 소풍을 다닐 때 자주 도시락으로 지참했던 '치즈버거'의 속재료인 치즈가 현지에서도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되고 있었던 것. 

그 중 하나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치즈이며, 뿌브리까(
publica)로 부르고 있었다. 또 하나는 시골에서 소량 생산되는 치즈였다. 통칭 깜포(Campo)로 불리우는 이 치즈는, 상류층 또는 치즈의 참맛을 아는 사람들 한테 매우 큰 인기였다.

그곳은 마치 우리나라의 어느 시골에서 직접 재배한 우리콩을 맷돌에 갈아 두부를 만드는 것 같은 곳이었다. 우리가 머물렀던 빠따고니아 중부의 아름다운 도시 '꼬자이께(Coyhayque)'에서 1시간이나 떨어진 청정한 지역이었다. 청정한 곳 중에서도 청정한 곳에서 만들어진 치즈였던 셈이다. 그건 나중에 안 일.




우리는 7번 국도변에 펼쳐진 뿌에르또 몬뜨의 대자연에 푹 빠졌다가 작렬하는 땡볕을 피해 그늘에 앉아 잠시 쉬고 있었다. 그곳에서 제대로 된 '꽃밭의 소'를 찍어보기 위해 아라야네스 울타리 곁을 이리 저리 오가며 젖소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는 것. 포스트에 등장한 사진들은 그런 순서에 따라 배열됐다. 그리고 젖소 무리 중 한 마리가 마침내 그럴듯한 포즈를 취해 주었다.




꽃밭에서 지긋이 눈을 감고 풀을 뜯는 젖소...(혹시...이런 광경 보신 적 있나요? ^^)




그때였다. 한 마리 젖소가 아무런 도움도 안 될 내 곁으로 다가왔다. (머해요?...푸르륵) 놀랬다.




까르레떼라 오스뜨랄(7번 국도)을 따라 뿌에르도 몬뜨의 바닷가에 소풍을 나왔다가 소들 한테 정신이 팔려있었던 것이다.














(헉...젖소 아줌마...ㅜㅜ)그러나 곁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는 한 꼬레아노를 위해 중요 부위를 가려주는 놀랍도록 재빠른 센스. ^^




오래전 사람들은 말했다. 천국은 사람들과 가축이나 야생 동물들의 구별이 없는 곳. 그곳에는 양들과 승냥이가 함께 뛰어놀 수 있는 곳이라 했다. 천적이 없으며 원수가 없는 파라다이스. 북부 빠따고니아에서 만난 평범한 풍경 속에 깃든 샛노란 풀꽃들이 젖소들 한테 천국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정말 '노는 물이 다른 젖소'들이자, 우리가 꿈에 그리던 유토피아가 자연스럽게 연출된 곳이었다. <계속>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내가 꿈꾸는 그곳의 Photo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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