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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갤러리/도시락-都市樂

일나라 켔지 누가 일 나가라 켔나


-일나라 켔지 누가 일 나가라 켔나-



일나라 켔지 일 나가라 켔나...

실화 한 토막. 꽤 오래 전 한 후배가 술자리에서 갱상도 사투리 흉내를 내며 키득대고 있었다. 후배는 나의 갱상도식 '쌀' 발음에 태클을 걸고 나선 것. 쌀이 아니라 '살'이라고 발음한다나 뭐라나. 서울에서 오래 살아 갱상도 발음이 많이 순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쌀로 발음한 게 살로 들리나 보다. 그래서 이후로는 발음에 좀 더 신경을쓰게 됐는데 후배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기의 경험담을 늘어놓으며 좋아하고 있었다.

포항에서 해병으로 근무한 적 있는 후배는 어느날 외박을 나와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데 숙소의 아주머니가 마구 깨우드라는 것. 해가 중천에 떳으니 그만 자고 일어나라고 다그쳤는데 그 아주머니가 한 말을 잘 못 알아듣게 된 것.

"하이고 아주머니...우리 군바리들이 무슨 일을 나가요. 참..."

"뭐라꼬?...내가 일(어)나라 켓지(그랬지). 누가 일 나가라 그켓나.참 별 시럽네(별나게 구네)...(궁시렁 궁시렁)"
















갱상도에서는 삽을 수굼포로 부른다. 흔히 쓰는 말 중에 '삽질'이 있다. 갱상도 버전으로 '수굼포질'인 셈. 따라서 '삽질하네' 같은 표현은 '수굼포질 하고 자빠졌네' 같은 점잖은(?) 표현이 되는 것. 나는 아직도 이 작은 나라에 사투리가 널려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 1인이다.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또는 아메리카 대륙처럼 드넓은 곳도 아닌 데서, 똑같은 물건 하나를 두고 삽질 또는 수굼포질이라고 하니 예전 같으면 통역을 따로 두지않으면 안 될 정도였을 것.

그래서 갱상도 버전의 수굼포 어원을 살펴봤더니, 국자를 뜻하는 영어 scoop가 일본을 거치면서 발음이 왜곡됐다는 것. 그게 갱상도 지방에 상륙하면서 수금포 또는 수군포, 수굼푸란 사투리로 발음되기 시작했다는 유추다. 일본에서 만들어낸 신조어가 갱상도 사투리가 되었다니 썩 반가운 일은 아닌 듯. 산기슭의 텃밭에 드러누워 봄이 오신 줄 모르고 퍼질러 자빠진(?) 수굼포를 보니 오래된 기억 속의 사투리가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 것. 일나라 수굼포야 봄이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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