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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나와 우리덜

분리수거함에서 찾아낸 한 아이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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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함에서 찾아낸 한 아이의 호소
-엄마를 도둑 맞은 한 어린이-



요즘 대도시에 사는 아이들의 심정은 어떤 모습일까.

이틀 전, 이웃 집에서 이사를 갔다. 이사는 흔한 일이다. 그런데 이사를 하면서 남기고 간 흔적은 결코 그냥 봐 넘길 만한 일이 아니었다. 분리수거함에 쓰레기를 처리하고 돌아서는 데 몇 장의 종이가 나부끼고 있었다. 그냥 지나쳐도 무방했지만 한 눈에 쏙 들어온 짧은 문장 하나. 그 내용은 "엄마를 도둑 맞았어요"라는 글. 학교에서 내 준 숙제에 한 어린 학생이 무서운 답을 한 것이다. (학교에서)선생님은 이렇게 물었다.

"내가 읽은 책은 (  )권 정도가 되며, 그 중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이 학생이 방학 중에 읽은 책은 46권이었다. 프린트 된 방학 숙제 내용을 참조하니, 이 학생은 거의 매일 책 한 권을 읽었고 미술학원을 다녔다. 또 가까운 산에 등산을 하며 이름도 생소한 티벳버섯을 키웠다. 단편적이나마 이 학생은 방학 중에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학생은 "이번 방학은 심심하고 쓸쓸한 방학이었다"고 술회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개학하는 것이 기대되고 설레인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가족여행을 갈 때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답한 이 학생은 '혼자 생활해서 슬펐다"라고 썼다. 그리고 "학교는 정말 재미있고 즐길 수 있는 곳이다"라고 했는 데 "다시 방학식날로 돌아간다면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 학생이 남긴 글은 초등학교 5학년 겨울 방학 때 일이었다.


똑같은 상의를 입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녀의 모습은 포스트 내용과 무관함.


필자는 쓰레기 수거함 옆에서 꽤 오랜동안 서성이며 나머지 과제물을 뒤적거렸다. 이 학생이 처한 환경 때문에 아이들이 처한 심정을 좀 더 살펴보기 위해 증거물(?)을 수집하고 있었던 것. 그리고 몇 점의 관련 과제물을 찾았다. 그리고 이 학생이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었던 <엄마를 도둑 맞았어요>라는 책을 리뷰한 내용을 찾아봤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 들어있길래...) 예상은 적중했다. 관련 리뷰 글을 통해서 본 도둑맞은 엄마 모습은 이랬다.

"민재의 어머니는 <팔도유통>의 사장님이다. 덕분에 돈을 많이 벌지만 대화를 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엄마의 얼굴도 잘 못 볼 뿐더러 엄마는 민재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통화로만 "금고에서 꺼내 가"라는 말한마디다. 민재는 엄마랑 분식집 같은 데에 자주 가는 재석이가 부럽다....<출처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hmin0430&logNo=50156794046 >

민재는 어느날 독감에 걸려 집에서 쉬고 있는데 도둑이 들었다. 독감을 앓고 있는 민재를 본 착한 도둑은 민재를 병원에 업고 간다. 그리고 도둑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도둑의 아들이 아프다는 것을 안 민재는, 엄마 몰래 금고에서 돈 300만원을 꺼내 도둑 한테 넌넸으나 엄마에게 들통나고 만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인해 교장선생님이 내 주신 숙제를 통해 민재와 엄마의 관계가 회복되어 간다는 줄거리다. 

 


이웃을 통해 모자간의 슬픈 모습이 발견되고 학교가 대책 마련을 해 준 것. 그런데 "엄마를 도둑 맞았어요"라는 책을 권유한 이 학생의 처지는 전혀 나아진 것 같지가 않았다. 
<엄마를 도둑 맞았어요>라는 책 리뷰를 보면서, 이 학생은 학교에서 추천한 도서(베스트셀러)를 다시 추천해 주고 있었던 것. 학교는 이 학생에게 해 준 게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았다.방학을 통해 엄마와 관계 회복을 위한 그 어떤 조치도 없었던 것. 오히려 과제물을 통해 나타난 엄마의 모습은 냉혹했다. 

"방학동안 부모님이 내게 가장 많이 하신 말씀은 (혼자 생활을 잘한다고)" 


과제물에 쓰여진 이 학생의 글을 통해 '진짜로 엄마를 도둑 맞은 것' 같았다. 이 학생은 방학이 끝나 학교로 돌아가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래서 "방학은 심심하고 쓸쓸한 방학"이라 말하며 개학하는 것이 "기대되고 설레인다"라는 것. 이 학생의 엄마는 지금 어떤 형편에 처해 있는 것일까.

어쩌면 엄마는 "아이를 도둑 맞았어요"라며 눈물을 훔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아이들을 공부벌레로 내 모는 우리 사회가 민재가 앓고 있었던 독감 보다 더 심한 병을 앓고 있는 것 처럼 여겨졌다. 위기에 내몰린 아이들 모습을 하필이면 분리수거함 옆에서 만나게 되다니.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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