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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나와 우리덜

내팽개친 '가족사' 아이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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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팽개친 '가족사' 아이는 뒷전
-화재 발생시 반출 순위 어떻게 되나요?-
 



잠시 화재현장을 살펴보면 이러하다.

화재현장 사진은 2011년 6월 12일 서울 강남 포이동 판자촌의 화재모습. 우연히 근처를 지나다가 화재현장에 들러 취재를 해 봤다. 화마는 삽시간에 판자촌 전부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이 화마를 부추기며 그야말로 재만 남긴 채 판자촌 전부를 태운 것.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살던 이 마을 사람들은 폐휴지 등 재활용품을 모아 근근히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 재활용품은 인화성이 강해 화마를 부추기고 있었다. 소방차가 총출동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사람들은 화재원인에 대해 수군거렸다. 누구인가 판자촌을 없애기 위해 일부러 불을 지른 게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천인공노할 짓이었다. 그러나 CCTV에 찍힌 범인은 초등학생이었다. 불장난이 화근이 된 것. 

참 허탈한 화재현장이었다. 한 어린이의 불장난이 이 마을을 잿더미로 만든 것. 마을 사람들 중에 울부짖는 아주머니도 목격됐다. 그 모습은 처절했다. 어렵게 모은 재산 전부가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한 것이다. 그렇다면 목 놓아 울부짖는 한 아주머니의 통곡의 이유는 잿더미로 변한 살림살이가 전부였을까. 




거금은 아닐지라도 어렵게 모은 돈 대부분은 은행에 맡겨두었을 것. 애지중지 하던 귀중품이 소실 되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며, 그런 물건은 다시 구매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화재가 발생하여 잿더미로 변한 현장에서 두 번 다시 보상받을 수 없는 게 있다. 그렇다면 그건 무엇일까.

이틀 전 필자는
<
분리수거함에서 찾아낸 한 아이의 호소>라는 글을 통해 엄마로부터 버림받은 심정으로 살아가는 한 어린이의 모습을 기록해 두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아이는 엄마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며 살아아고 있었다. 그건 단지 한 어린이에 관한 불행이 아니라 우리사회가 만들어낸 비뚤어진 모습으로 생각됐다. 그 자료들은 이삿날 쓰레기 분리수거함 곁에 버려져 있던 걸 주워서 본 것.




버려진 건 관련 자료 뿐 만 아니었다. 분리수거함을 더 뒤져보니 작은 사진첩이 발견됐다. 사진첩 표지를 보니 그 아이가 만든 것. 표지에는 '00이의 인생'이라고 적혀있었다. 그 아이는 자기가 태어날 때 모습과 자라는 과정을 담은 사진을 한 권의 사진첩으로 엮어 두었다. 엄마 아빠가 찍어놓은 사진을 소중하게 다루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00이의 인생이었던 것. 그런데 그 소중한 추억이 담긴 자료가 분리수거함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다. 이 아이를 비롯해 '00이의 가족사'가 담긴 귀중한 자료였다. 00이의 엄마 아빠는 세상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사는 것일까.

맨 처음 화재현장 사진 두 장을 보여드린 건 이 때문이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자 그럴 리도 없겠지만, 만약 이 포스트를 접한 당신의 집에 화재가 발생했다면 맨 먼저 반출해야 할 건 무엇인지 묻고 싶은 것이다. (...무엇? 어떤 것?...)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포이동 화재현장에서 
한 아주머니가 실성한 듯 울부짖었던 까닭이 그 속에 포함된 게 아닌가 싶다.

언제인가 내 집을 장만하고 반듯하게 살게 된다면 어려웠던 시절이 굄돌처럼 생활을 떠받치며 윤택하게 해 줄 것이다. 그 땐 그랬노라고 반추하면 가족사가 자랑스러울 것. 그런데 화재현장에서 잿더미로 변한 건 살림살이 뿐만 아니라 두 번 다시 만들어 낼 수 없는 과거의 흔적까지 모두 사라진 것이다. 얼마나 허무하고 허탈하겠는가. 그런데 분리수거함에 버려진 한 아이와 가족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내팽개친 가족사에 아이는 뒷전이었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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