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리는 금년 겨울. 산사로 이어지는 길에서 웽~하는 기계소리가 들린다. 가까이 다가서자 누구인가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눈을 치우고 있는 모습. 그런데 눈을 치우는 도구가 낮설었다. 빗자루도 아니고 삽도 아니다. 폭설에는 폭풍!!...눈을 치우는 분의 등 뒤에는 작은 엔진이 쉴새없이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 소리가 멀리서 웽~ 하고 들렸던 것. 폭설을 이렇게 치우는 방법도 있다니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신기한 생각이 들어, 그 장면을 영상에 담고 사진 몇 컷을 남겼다.
영상을 열어보신 분들은 참 재밌다는 생각이 들 것. 이렇게 평범한 기계가 폭설을 꼼짝없이 제압하다니...하는 생각들. 필자는 이 장면을 보자마자 겨우내 눈을 치우시느라 고생하시는 아파트 경비아저씨와 염화칼슘이 단박에 떠올랐다. 경비아저씨들은 금년 겨울 만큼 짜증스러운 날도 드물 것. 이틀이 멀다하고 하얀눈이 펑펑 쏟아지니, 이틀이 멀다하고 삽질을 하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통로에 염화칼슘을 뿌려댓다. 얼마나 지겨울것인가. 그 때 관리실에 이런 기계만 갖추어 놓으면 폭설은 꼼짝마!! 아니겠나.
눈이 가끔씩 내린다면 빗자루질이나 삽질 한 두번이면 끝나겠지만, 올겨울처럼 눈이 자주 내리고 많이 내린다면 (그럴 경우에 대비하여)여러가지 대책을 세워야 할 것. 특히 눈 내릴 때 마다 뿌려대는 염화칼슘(제설제)은 서울에서만 지난 12월 한 달 동안 3만3000여톤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양은 서울시가 올겨울 제설작업을 위해 준비한 제설제 5만여 톤의 3분의 2에 육박하는 양이라고 한다.
서울시는 금년 겨울 더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해 제설제 7500톤을 추가로 확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올겨울에만 6만 톤 가량의 제설제를 사용하게 되는 것. 이같은 양은 지난겨울에 사용한 제설제 2만1000 톤의 3배에 달하는 양이다.
문제는 제설제로 사용된 염화칼슘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 제설 작업에 사용된 염화칼슘 등의 염화계 화학물질이 하수처리 과정에서 정화되지 않은 채 한강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제설작업에 사용된 염화칼슘 등의 염화계 화학물질이 하수관거를 따라 하수처리시설로 들어오지만 이에 대한 처리 시설이나 공정이 따로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설작업 때 뿌려지는 염화칼슘의 피해는 겨울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최저기온이 영상 3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3월부터 급속하게 (가로수)나뭇잎의 탈수현상과 광합성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는 게 산림과학원의 우려인 것.
또 제설작용을 마친 염화칼슘은 토양에 고농도의 염류로 쌓여 식물 잎의 황화나 괴사, 조기 낙엽, 신진대사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우리가 폭설로부터 일상의 편리를 도모하는 사이 자연환경이 몸살을 앓고 있었던 것이며, 그 피해는 우리가 다시 입을 수 밖에 없는 악영향을 미치는 게 제설제에 의한 2차 피해인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폭설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기계 앞에서 신기해 하지않겠나. 폭설에 대처하는 자세가 그저 염화칼슘 뿐이라면 그게 더 큰 문제아닌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제설제인 염화칼슘이란, 눈 위에 뿌리면 주변의 습기를 흡수하여 녹게 되는데 녹으면서 방출하는 열이 주변의 눈을 다시 녹이는 과정을 되풀이 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눈과 빙판길이 녹는 것. 또 염화칼슘으로 녹은 물은 영하 54.9도가 되어야 다시 얼 수 있기 때문에, 눈으로 빙판이 된 길을 녹이고 다시 얼어붙지 않게 만드는 제설제로 유용한 게 사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
언급한 바 염화칼슘은 물에 용해되어 하천 및 토양에 유입되면 수질오염 및 토양의 산성화를 유발하며, 도로변의 초목, 나무, 채소 등 식물을 고갈시키며 동물과 사람에게 피부병을 유발하는 등 환경에 피해를 주는 것. 또 빠른 속도로 철, 콘크리트, 아스팔트 등도 부식시킴으로써 자동차, 도로시설물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화칼슘을 다량으로 자주 사용하게 되면 관련 산업은 득을 보게될지 모르겠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다. 산사로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폭풍같은 제설장비가 눈에 띈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