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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Hornopiren

원시의 빠따고니아 루트 7번 국도


Daum 블로거뉴스
 


빠따고니아 루트 7번 국도와 오르노삐렌
-우리 한테 없는 것, 이곳에 있다-



작은 어촌 오르노삐렌...

뿌에르또 몬뜨에서 남쪽으로 109km 떨어진 작은 어촌. 뿌에르또 몬뜨에서 오전 7시 30분 발 첫 차를 타고, 오전 11시경 빠따고니아의 작은 어촌 오르노삐렌(Hornopiren)에 도착했다. 대략 3시간 반에서 4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위치에, 7년 전 우리가 그토록 가 보고싶어 했던 빠따고니아가 있었다. 우리가 뿌에르또 몬뜨에서 이동한 <7번 국도>는 빠따고니아를 육로와 해로를 연결하여 남쪽 끝'또르뗄(Caleta Tortel)까지 관통하고 있는 간선도로이며, 이 도로를 '까르레떼라 오스뜨랄(Carretera Austral)'이라 부른다.

빠다고니아를 육로를 따라 가 볼 수 있는 유일한 길(Ruta)이다. 우리는 이 길을 따라 또르뗄까지 여행한 후, 다시 아르헨티나를 넘어 뿐따아레나스와 뿌에르또 나딸레스와 엘찰텐 등을 통해 다시 뿌에르또 몬뜨로 돌아오는 긴 여정을 보낸 것이다. (머지않아 그곳이 소개될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대부분 빠따고니아 투어에 나서는 분들은 뿌에르또 몬뜨 등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그 유명한 '뻬리또 모레노' 빙하나 '또레스 델 빠이네' 혹은 '세ㄹ로 피츠로이' 등지로 이동하게 된다. 우리도 7년 전에는 그 루트를 따라 남미 땅 끝까지 다녀온 것이다. 이번 투어에도 그 중 몇 군데가 포함되긴 했지만, 우리가 정말 가 보고 싶었던 길은 빠따고니아를 육로로 관통하고 있는 <7번 국도, 까르레떼라 오스뜨랄>이었다. 잘 기억해 두시기 바란다.

이곳은 주로 발이나 몸으로 떼워야(?) 하는 여행지이므로 재벌이나 권력자들이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다. 그들이 배낭을 짊어지거나 불편한 교통수단에 몸을 맡길 이유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칠레 남부의 7번 국도는 이런 불편한 이유 등으로 인해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이다. 따라서 (패키지)여행상품도 없을 뿐만 아니라 7번 국도를 따라가면 숙박시설도 허술하다.
 


Carretera Austral
-神의 땅, 빠따고니아로 가는 7번 국도-
 




필자는 그게 너무 마음에 들었다. 원주민들 외 여행자들의 발길이 뜸한 이유 때문에, 여행지 주변의 자연이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는 천혜의 여행지였다. 우리나라처럼 어설프게 외국의 흉내를 낸 '올레길' 등을 만들어 자연을 괴롭히는 일이 드문 것이다. 




우리는 뿌에르도 몬뜨에서 오르노삐렌에 도착하자 마자 2천 명이 채 살지않는 작은 마을 곳곳을 살피며 다녔다. 
그곳은 '오르노삐렌 화산(Volcan Hornopirén,1562m)'을 등지고 국립공원(Hornopirén National Park)을 지근거리에 두고 있었다. 이곳에 도착하자 마자 우리를 놀라게 만든 건 노란 풀꽃들이 지천에 피어있는 모습과, 사철 안데스의 빙하수가 강을 따라 철철 넘치는 모습은 물론, 빙둘러 원시림이 빼곡하게 둘러져 있는 산과 숲을 등지고 면경처럼 맑고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는 환상적인 모습이었다.

그게 서울에서 살던 한 꼬레아노의 눈에 비친 놀라운 풍경이었다. 이 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을 영화나 TV들을 통해 많이도 봐 왔지만, 사람이 살고있는 주변 환경을 가만히 살펴보고 있노라니 우리나라의 처지가 단박에 오버랩되었던 것이다. 그와 함께 
우리는 자녀(혹은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하는 안타까움이 들불일듯 일어나고 있었던 것.

한국은 4대강 전부 수중보에 막혀 강의 원형을 상실하고 있었고, 머지않아 실개천까지도 둑을 쌓아 가뭄과 홍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억지논리에 빠질 게 틀림없었다. 그건 강이나 도랑이 아니라 댐이나 물웅덩이일 뿐이었다. 그런데 초행길에 본 오르노삐렌은 맑은 물이 쉼 없이 흐르는 가운데 강의 습지에서는 풀꽃들이 지천에 널려있었다. 오래전 필자의 유년기를 보는 듯한 대자연이 고스란히 보존되어있었던 것.그 환상적인 장면을 보자마자 감탄하며 너무 기뻐 어쩔줄 몰랐다.

"여보...여기 봐바...이 꽃들 좀 봐...물은 왜 이렇게 맑지...!" 





이곳이 신의 땅이자 천사들이 사는 땅이라고 굳게 믿었다. 사람들이 사는 땅이라면 어떻게 풀꽃들이 살 수 있으며 강물이 흐를 수 있겠는가 하는 게, 한 꼬레아노 가슴깊이 남겨진 트라우마였던 것. 한국에서 지구반대편으로 떠나기 전 필자는 '경천대의 비경'이 사라지는 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하며 큰 충격에 빠졌었다. 현지의 정치인들과 한 대통령 등이 담합하여 금수강산을 파헤치고 있었던 모습인데, 그 장면을 보자마자 자기를 낳아준 부모를 겁탈하는 듯한 패륜적인 일로 보인 것이다.


5천만 명이 좁은 땅에 부대끼고 살면 별의 별 일이 다 일어나겠지만, 아무리 먹고 살게 없다해도 강바닥을 파내는데 수십조 원의 돈을 낭비하고 강까지 못 쓰게 만든다면, 그 나라는 이미 신이 떠나버린 사악한 땅 아닌가. 오르노삐렌은 그런 내 마음을 꽤 차고 있었던지, 드넓은 벌판과 강과 바다와 숲 전부를 아무런 값도 없이 우리 앞에 내 놓고 보란듯이 풀꽃들을 피우고 있었다. 하늘에서 신들이 내려보낸 꽃의 요정이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나풀나풀 따라다니는 것 같은...

원시의 자연, 길 그리고 인간




뿌에르또 몬뜨를 출발해 훼리호를 타고 깔레따 뿌엘체까지 이동한 버스는 7번 국도를 따라 부지런히 달렸다. 비포장도로지만 길은 잘 닦여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공룡의 밥'으로 부르고 있었던 '군네라 띤끄또리아(Gunnera tinctoria)'는 버스가 가는 곳 마다 나타나 손을 흔들고 있었다. 화석같은 이 식물은 빠따고니아 입성을 축하하는 퍼레이드를 펼치는 듯 7번 국도변을 따라 크고 넓은 잎을 벌리고 있었다. 우리를 환상 속으로 안내해 준 까르레떼라 오스뜨랄과 오르노삐렌의 몇 장면을 감상해 주시기 바란다.(먼지길의 버스에서 촬영된 사진은 화질이 나쁜 점 양해 바란다.)





지구별의 나이는 대략 45~6억년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인간이 지구별에 나타난 시간은 대략 400만년 전이자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한 시기는 다시 대략 150만년 쯤. 그러나 과학자들에 따르면 식물들의 기원은 대략 6억 5천만 년 쯤이라고 한다. 인간들은 그저 지구별의 운명 끝자락에 매달린 생명체 하나. 그렇다면 지구별의 주인(?)은 누구겠는가. 




그야말로 지구별을 책임지는 알파와 오메가는 식물들 아닌가. 지구가 어느날 멸망할지라도 최소한 식물들은 살아남을 것이며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개미나 곤충 등이 살아남을 확률이 매우 크다. 무슨 말인가. 지구별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란 점. 인간이 지구별의 관리자가 아니란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 때 식물들은 인간의 오감을 형성시키는 결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며, 우리가 식물들이 피워낸 꽃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건 우연이 아닐 것. 우리 인간을 지은 건 결국 맑은 물과 공기를 머금은 '식물들의 혼백'이란 말인가.




뿌에르또 몬뜨에서 '깔레따 아레나(Caleta Arena)'에 도착하여 훼리호를 타고 '깔레따 뿌엘체'에 입항한 직후부터 원시림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지구별을 지켜온 이끼같은 원시림이 발디딜 틈 조차 없을 만치 빼곡하게 빠따고니아를 덮고 있었다. 그 틈 사이로 난 7번 국도를 따라 오르노삐렌으로 가고 있는 것. 




이 길은 곧 포장될 것이라고 하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작은 자갈이 깔린 비포장도로가 그대로 남았으면 싶었다. 빨리 가면 빨리 망가지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 느리게 느리게 문명을 뒤로하다 보면 진가는 나중에 나타날 게 아닌가. 우리는 그런 방법으로 빠따고니아 투어는 물론 남미여행을 10개월 동안 유지하고 있었다.





숲은 깊고 바다는 더 푸른 곳...




차 창 밖의 풍경을 보고있노라면 인간들의 삶은 다 똑같아 보인다.




저 멀리...먼지를 일으키고 오는 덤프트럭 한 대...또는 해변에 정박시켜둔 보트 한 척...





또 아내와 나를 태우고 오르노삐렌으로 이동하고 있는 버스 한 대...




다...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닌가...




그런데...그런데...먹고 살자고 하는 일은 고사하고 먹고 사는 사람들이 다 똑같은데 먹고 사는 환경은 다르다. 다 같이 먹고 살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 '스마트폰의 엡'에 의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늘이 내려다 준 '풀꽃들의 요정'들이 그들을 위로해 주는 곳도 있었다.세상에...!!




나는 그곳에서 할 말을 잊었다.




산과...




바다와...




마을과...




그 모든 것이 하나로 어우러진 곳...




그곳에...




한 때 이곳을 드나들 던 발자취를 간직한...




강이...풀꽃과 함께 흐르고 있었다.




난...




그곳을...신의 땅, 천사의 나라로 부르고 있었다.




그곳...신의 땅, 천사의 나라가 오르노삐렌...내 나라 내 조국이 잃어버린 풍경이자, 장차 우리가 되찾아야 할 땅...!




나는...
그 들판에 서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름모를 노란 풀꽃은 들판에 만발했는데...




왜 우리 한테는 없지...




왜 우리 한테는 없지...





왜...우리 한테는 없는 거야?...<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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