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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Hornopiren

해묵은 갈증 풀어준 '오르노삐렌'의 대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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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 풀어준 '오르노삐렌'의 대자연
-해외여행 떠나면 저절로 비교되는 풍경-



처음 가 보는 이국땅의 낮선 동네...

그곳은 봄이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 산티아고에서 5번 국도를 따라 부지런히 남하하여 뿌에르또 몬뜨에 도착하고, 다시 7번 국도를 따라 '오르노삐렌'에 당도했지만 봄은 저만치 달아나고 있었다. 구름 걷힌 하늘에서는 뙤약볕이 눈부시게 작렬하고 있었다. 그 빛이 얼마나 강렬했으면 '썬그라스'를 착용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실명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 마치 하늘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 뙤약볕이 쏟아져 내리는 곳.

그곳에는 노란 풀꽃들이 지천에 널려있었다. 맑은 강물은 쉼 없이 흐르고 있고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강바닥에는 수초들이 넘실넘실 춤을 추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면 숲과 강과 바다가 한데 어우러져 기막힌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 모습을 보자마자 탄식하며 '神의 땅'이라고 불렀던 것. 그 땅에는 노란 고깔을 쓴 봄의 요정들이 하늘을 향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세상에!!...(이런 데도 다 있었나)..."





참 이상도 하지?...이런 풍경을 보면 그냥 그 풍경 속에 빠지면 그만일 텐데, 나는 고국의 산하를 떠올리며 비교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산하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없게 된 건 꽤 오래됐다. 4대강은 기본 전국의 대도시 주변의 하천 대부분은 석축을 쌓고 콘크리트 벽을 만들어 강과 하천의 원형을 볼 수 없게 된 것. 

만약 이런 강과 하천이 한국땅에 있었으면 우리가 거닐었던 강 옆 오솔길에는 당장 우레탄 산책길이 포장될 것이며 나무로 짠 전망대와 데크가 곳곳에 시설될 것. 뿐만 아니라 하천 옆에는 커다란 주차장과 화장실 시설은 물론 전망대를 만들어 놓고 자전거들이 마구 달릴 것 아닌가. 나의 고국은 그랬다.





땅뙤기는 좁아터졌는데 사람들이 자그마치 5천만명씩이나 사는 곳. 단 한 평의 땅이라도 더 늘려야 직성이 풀리는지 하수구 처럼 곧게 펴 둔 강 옆에 인공적으로 조성한 화단이 뿌리도 채 내리지 못한 조경수와 을씨년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곳이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그런 곳을 '생태하천'이라 부르며 물고기를 방류하고 있었다. 우리가 살고있는 한국땅의 모습이 그랬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 그 모양이다. 

그런 강과 하천을 파헤치지 않고 그냥 돈만 챙겨가면 차라리 나았다. 강과 하천을 통째로 뒤집어 엎으며 비용까지 낭비한 사업이 국책사업이라는 것. 따라서 오르노삐렌에 도착하자 마자 우리 앞에 나타난 풍경은 그야말로 '신천지'이자 '신의 땅'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것. 




神의 땅, 오르노삐렌


나는 그 강가에 앉아 한참동안 
훤히 비치는 강 바닥의 자갈과 모래는 물론 넘실대는 수초를 바라보았다. 마치 꿈을 꾸는 듯 했다. 수십년 전 우리나라의 산하는 주로 이런 모습이었으며, 최근 5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자연의 경관을 갖춘 곳은 4대강 곳곳에 있었던 것.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건만, 우리 선조님들과 우리 이웃들이 살고있는 금수강산은 향후 대략 수십년 또는 1백년 이상동안 그런 비경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오르노삐렌의 '리오 네그로(Rio Negro)'를 보자마자 참을 수 없는 해묵은 갈증이 단박에 해소된 듯한 느낌이 단박에 들었다. 가슴이 뻥 뚫린 것 이상.


<오르노삐렌의 여정>

남미를 여행하다 보면 강이란 강, 또는 하천이면 하천 대부분을 일컬어 '강(Rio)'이라고 부른다. 그 중에 재미있는 표현이 
'리오 네그로(Rio Negro)'란 말. 직역하면 '검은 강'이지만 실제로는 맑은 물이 흐르는 강이며, '리오 블랑꼬(Rio Blanco)'와 비교되는 강 이름이다. 리오 블랑꼬의 강물 색깔은 뿌옇고 옥색빛이 난다. 발원지가 미네랄을 잔뜩 품은 빙하수가 주로 이런 빛을 띄는 것이다. 그런 반면 보통의 산에서 발원한 맑은 물은 토양에 따라 검게 비치기도 하고, 사진에서 처럼 검푸른 빛깔을 띄기도 하는 것이다.

리오 네그로는 석탄가루를 푼 듯한 검정색이 아니라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맑은 물이란 뜻. 우리가 거닐고 있는 강은 리오 네그로이며, 이곳은 로스 라고스 주의 '우알라우에(
Hualaihué)' 지방의 공동체 오르노삐렌의 꿈같은 정경이 펼쳐진 곳이다. 우리는 이 풍경을 보자마자 뿌에르또 몬뜨로 돌아가서 짐보따리(배낭 등)를 챙겨 당장 이곳에 머물 작정을 했다. 그리고 이 강을 따라 하루종일 걷고 또 걸으며 오르노삐렌의 이국적 정취에 푹 빠져 든 것. 위 구글어스에 표시해 둔 <오르노삐렌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 일부를 사진에 담았다.
 

Rio Negro,Hornopiren-
Hualaihué Chile




오르노삐렌에 도착해 걸어서 10여 분이면 도착하는 리오 네그로 강가 풍경이다. 다시 봐도 한숨이 절로 나온다.




볕은 쨍쨍한 봄날씨지만 바람이 적당히 불고 추운 날씨, 아내의 옷차림을 보면 짐작이 될 것. 볕은 따가운데 추위를 느끼는 희한한 날씨.




강 옆으로 나 있는 오솔길로 말들과 사람들이 주로 다닌다. 




강 옆 오솔길을 따라가면 곳곳에서 습지를 만나 우회를 하게 됐다.




검은 강의 실체...공룡의 밥이라고 불렀던 화석 식물이 즐비하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전부 이런 풍경...오래전 우리나라의 강과 하천도 이랬다.ㅜㅜ




맑고 고운 물 속에서 넘실대는 수초와 지지배배를 합창하는 풀꽃의 요정들




한동안 이곳에 쪼구려 앉아 망중한을 달랜 곳. 수정같이 맑은 물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꿈을 꾸는 듯.




느리게 느리게 강 옆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면 천상의 낙원처럼 느껴지는 곳. 멀리 오르노삐렌 국립공원이 하얀 눈을 이고 있다.




곧 오르노삐렌 앞 바다와 이르게 되는 리오 네그로 하류 모습이다.




각도를 조금 달리해서 우리가 지나온 길을 담아봤다.




강을 따라 건너편까지 다녀올 생각...




강 옆의 오솔길은 주로 말이 다녔다. 사람 구경을 하기 힘든 조용한 강 위로 볕이 눈부시게 쏟아진다.




이런 풍경은 빠따고니아 끝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이름하여 원시 대자연의 모습.




뒤로 하얀 눈을 머리에 인 오르노삐렌 화산이 보인다. (이번 포스트는) 멀리 다리 위에서 상하류를 살펴보는 것으로 끝맺는다.




























다리 위에서 상류쪽으로 바라본 풍경




다리 위에서 바라 본 우리가 지나온 리오 네그로 강의 풍경. 멀리 오르노삐렌 앞 바다가 살짝 보인다. 이곳은 리오네그로 강 하류. (어떤 기분이 드시는가.^^)

우리가 바꾸지 못하는 정체성 두가지. 나라와 부모는 바꾸지 못한다. 물론 국적을 바꿀 수 있고 대부와 대모를 만나 살 수가 있다. 그러나 자기의 근본적인 태생은 못 바꾸는 것. 나의 그리움을 해갈 시키는 게 대자연이라면, 그건 곧 나의 육신과 혼백이 만들어진 곳. 필자는 그 자연을 '신의 땅'이라고 불렀다. 빠따고니아 투어 끝날 때까지.<계속>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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