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감격스러운 장면이었다.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 속에 파묻혀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사람들은 꿈을 꾸는 듯 했으며 얼굴에 환한 미소가 끝도 없이 펼쳐지며 환호했다. 젊은이들은 물론 아이들로부터 노인에 이르기 까지 서울광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그저 떠 밀려다니는 게 왜 그렇게 행복한 지. 그 행복을 진정한 월드스타 '싸이 PSY'가 가져다 줄 줄 꿈에도 몰랐다.
* 어둠 속 서울광장, 화질은 별로지만 싸이 콘서트를 앞 둔 서울광장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싸이가 공연을 시작하기도 전에 하마터면 울어버릴 듯한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는 데, 열광의 도가니로 변한 서울광장에서 2008년 촛불시위가 절로 오버랩 됐다. 싸이가 시민들을 위해 무료공연을 펼친 곳은 대한민국 유사 이래 최대 인파가 모였던 '촛불성지' 한 복판이었던 것이다. 불과 4년 전 우리는 그 성지에서 단군 이래 처음 맛 보게 된 최악의 한 대통령을 향해 촛불시위를 펼치며 자유를 외쳤다.
그러나 그 외침은 곧바로 전투경찰의 군홧발에 짓밟히며 전직 대통령 한 분을 잃게 되는 비운을 겪게 됐고, 4대강은 초토화 되었으며 나라는 친일.장로정권에 의해 어느곳 하나 성한 데 없이 만신창이로 변하고 말았다. 그 일에 유신독재자의 딸도 함께 거들었다. 사람들이 상상할 수 조차 없는 부정부패와 비리가 만연해 절망과 좌절 외 달리 희망을 엿 볼 수 조차 없었던 것이다.
4년 전 우리는 그 역사적 촛불성지에서 이명박 정권의 전투경찰에 쫒겨나 울분만 삭히다 싸이를 만나게 된 것인 지. 행복한 표정으로 열광하는 시민들의 표정을 보니 싸이는 자유세계를 여는 메시아 같은 느낌이 들면서 그가 온 몸으로 열창하는 노래가 자유를 외치는 것 같았다. 시민들의 눈물과 한숨이 깊숙히 배인 촛불성지에서, 국민 1인이 8만 여 명에 달하는 시민을 이렇듯 기쁘게 해 줄 줄 싸이 조차 몰랐다는 거 아닌가.
싸이는 자신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운집한 시민들을 향해 "...4년에 한 번씩 와 봐서 아는데요. 그 때 보다 (시민들이)더 많은 것 같아서 말도 안 돼..."라며 스스로 감격해 하며 놀라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놀란 사람들은 촛불성지를 가득 메운 시민들과 글쓴이가 아니었던 지.
우리가 자유를 갈망하던 그 때 이명박 정권은 당시 서울시장(오세훈) 등 한나라당과 함께 서울광장을 폐쇄하는 데 열중했으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것 조차 두려워 했다. 그건 시민들을 기망하며 스스로 지은 죄값 때문이었으며, 그 죄값은 산더미 처럼 헤아릴 수 없을 정도 이상이었다. 시민들이 그 죄값 때문에 가위 눌려있었던 건 지. 서울광장에 모여든 시민들의 모습은 마치 날개를 단 천사들 처럼 행복해 하며 싸이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진정한 월드스타 싸이도 같은 처지를 겪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그는 병역문제와 대마초 흡연 문제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으며 12년 동안 무명가수(?) 시절을 보내야 했다. 오죽하면 싸이는 자기를 소개하는 외국 언론에 대해 "가수 생활이 12년인 데 신인가수로 소개 하더라"고 말할 정도이겠는가. 싸이가 12년 동안 신인가수(?) 생활을 하는 동안 한국의 정치상황 조차 싸이의 운명을 그대로 닮아 가는 듯 했다. 싸이는 2002년 붉은악마의 함성이 서울광장에서 울려퍼질 때 월드컵 응원전에서 공연하며기사회생한 적 있었다.
그리고 2012년 대선을 앞 둔 현재 친인척.측근 비리 등으로 나라를 총체적 나락에 빠뜨린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 이명박과 운명을 함께 했던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촛불성지 밖을 에워싸고 있는 어둠 처럼 시민들의 관심 밖으로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국민적 지지를 받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때문이었다. 그 절묘한 타이밍에 싸이가 촛불성지 한 가운데서 자유를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싸이가 "서울광장은 국민 모두에게 의미 있는 곳이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라고 감격한 이유도 서울광장이 갖는 남다른 의미와 상징적 의미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 광장을 시민들과 함께 배회하며 불과 4년 전 서울광장의 촛불을 떠 올려보니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건 왜일까. 싸이 콘서트로 더 큰 주목을 받게 된 서울광장은 나와 우리 모두의 꿈과 희망이 서린 촛불성지로 거듭나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서 "뛰어!"라고 외친 싸이의 목소리는 자유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리란 말로 다가왔다. 정말 감격스럽고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