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이 몰고온 크고 작은 피해 소식이 들려올 즈음 카눈은 저만치 멀리 사라졌지만 크고 작은 태풍 두 세개가 다시 한반도에 상륙한다고 한다. 그 태풍들은 한반도의 영향권 내에 있다고 하므로 태풍 피해가 없도록 조심 해야 할 거 같다. 그리고 카눈이 저만치 사라진 직후 우리 앞에는 또 다른 정치권태풍이 급속히 확장세를 키우며 사람들을 긴장 시키고 있다. 늘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던 안철수 교수(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가 사실상 대선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이런 관측은 안철수 태풍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던 여야 정치권의 즉각적인 반응이자 태풍을 전하는 일기예보와 비슷한 표현이었다.
안철수 태풍은 기존의 대선 후보들이 뿌려대는 장마전선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중심 기압이 무한대 헥토파스칼에 이를 정도로 거센 태풍이자 행복한 바람이었을까. 사람들이 긴장하는 건 다름아니었다. 안 교수가 사람들 앞에 내놓은 것은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 한권인데 벌써 부터 옷깃을 여미며 행복한 태풍을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안 교수의 책이 출간되자마자 서점에서는 책에 날개가 돋힌 듯 팔려나가기 시작하고 즉각 베스트셀러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적지않은 대선 후보들이 책을 출간했건만 안철수는 달랐다.
그는 이른바 꿩 먹고 알 먹는 심플한 전략으로 대선에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는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알리며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리지 않는 전략을 세운 것 같았다. 참 신선한 발상이었다. 안철수의 이런 전략을 이해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는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 서문에서 "정치 영역에서는 말 속에 담긴 '의도'와 '배경'에 더 집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히며 "이 책을 시작으로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이진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이 책에 담긴 생각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힘을 모아 나아가고 싶다"라고 했다. 대선을 앞 두고 늘 보던 풍경과 거리가 먼 대선전략이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 한권에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그는 책 속에서 자신이 가진 생각들을 표현해 두었는데 안 교수의 생각대로라면 이런 생각들은 곧 온라인으로 확대되고 재생산 되어 바쁘게 살아가는 오늘날의 유권자 등 젊은층에게 급속히 전파될 것으로 판단된다. 괜히 비무장지대에 가서 군복 빌려입고 사진을 찍는 소란을 피우거나 5.16군사쿠데타를 합리화 하는 등 세과시를 하는 구태의연한 발상과 하늘과 땅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한권의 책에 담아 세상에 내 놓고 필요한 사람들이 비용을 들여 대선공약집과 다름없는 책을 읽에 되므로, 안철수 켐프는 꿩 먹고 알 까지 동시에 먹는 기막힌 대선전략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안철수의 생각이 담긴 책을 통해 헌정을 유린하는 기성 정치권에 식상하거나 환멸을 느낀 세대들 한테, 자발적 정치참여의 폭을 다양하게 열어둠으로써 손 하나 까딱 하지않고(?) 1타 3피에 이르는 효과를 동시에 거머쥔다고 할까. 안철수의 생각이 세상에 알려지는 즉시 기성 정치판이 태풍의 눈 속으로 휘말리고 있다. 안철수의 생각 속에는 매우 복잡한 듯한 정치적 문제를 매우 간결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그의 생각 속에서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과 친재벌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야당(민주당)에게는 민주정부 10년을 비판하며 집권 기간동안 국민들에게 준 실망감을 꼽기도 했다. 겉으로 드러난 안철수의 생각은 양비론을 품고 있는 듯 보였지만 속은 달랐다.
그는 최우선 과제로 정의롭고 공정한 복지국가와 한반도의 평화정책을 내 놓았다. 안 교수가 본 우리 사회는 분배정의가 사라진 정의롭지 못한 사회며, 강자가 독식하는 공정하지 못한 사회로 비친 것이다. 또 국민들이 불행해 지는 걸 더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남북간의 화해무드 조성은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고위공직자 수사처 신설에 관한 내용과 경제민주화 및 재벌폐해 최소화를 들었다. 우리 사회가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부패로 만연되 더 이상 방치할 경우, 기성세대는 물론 후손들의 미래를 가로막는 요소를 과감히드러내 놓고 언급한 것이다.
숙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안철수의 생각은 이제 막 책 한권에 자신의 마스터플랜을 담아 심플하게 시작했지만, 기성정치판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일 것이다. 안 교수가 자신의 생각을 담은 책을 내놓자마자 박근혜 켐프의 홍사덕이 딴지를 걸고 나왔다. 그는 안 교수를 향해 이렇게 비난했다.
"책 한 권 들고 나와 대통령을 하겠다는 건 국민에 대한 무례"
다수 우리 국민들은 잘 알 것이다. 우리 현대사를 힘들게 한 건 책 한 권 때문이 아니라 <총 한 자루> 때문이라는 거 다 안다. 그건 국민에 대한 무례 정도가 아니라 날강도질이나 다름없었으며 살인행위가 포함되었다. 불과 이틀전 박근혜 후보가 5.16군사쿠데타 옹호발언을 한 것도 무례 정도가 몰상식한 정도란 거 우리 국민들은 다 안다. 생각해 보시라. 우리 헌정사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담은 책 한 권으로 대선에 출마한 대통령 후보가 어디에 있었나.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생각해 보시라. 우리 헌정사에 찌라시를 동원한 선거운동은 봤을 망정, 자신의 생각을 책에 담아 내 놓고 국민들의 평가를 받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생각해 보시라. 상대 후보에게 네거티브나 마타도어를 일삼은 대선 후보는 봤지만, 자신의 생각을 책에 담아 놓고 부끄러워 한 후보는 한 사람도 없었다. 딱 한사람, 누구 보다 똑똑했지만 바보 대통령을 자초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가 왜 우리곁을 떠나게 됐나.
이제 대통령 선거를 위해 체육관에서 돈봉투를 돌리는 시대는 지나갔고,성난 투견처럼 거품을 물고 혈안이 되어 상대를 헐뜯는 시대도 지나가고 있다. 그렇게 정권을 잡아놓고 국민들이 행복해 했나. 아니었다. 글쓴이는 안 교수가 책 한 권에 담아둔 자신의 생각이 너무도 심플한 대선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욕심이 아니라 국민의 선택으로 <책 한 권을 들고 나온 대통령>이라는 전설같은 일이 이 땅에 발현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소시민들이 두 발 쭉 뻗고 잘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로 거듭나지 않겠나. 사람들이 안철수의 태풍을 행복하게 기다리는 모습 때문에 벌써 부터 행복 바이러스가 전염된 거 같다. 책 한 권이 선물해 준 마법같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