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이 60세의 여성들이라면 황혼기에 접어든 실버층의 노인에 속한다. 할머니라는 말이다. 대개 우리 이웃에 살고있는 할머니들은 손자들과 지내시는 분들이 있고, 노인회관 등지에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며 지내고 계신다. 그러나 어떤 할머니들은 아들딸 내지 손자들과 별로 잘 어울리지 못하는 분들도 계신다. 그런 할머니들은 나이가 무색하여 연세가 몇이나 되는 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세련된 복장에 팽팽한 모습의 얼굴 등 치장을 한 모습을 보면 '저 분이 할머니 맞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이런 생각들은 글쓴이가 평소 입에도 담고 싶지않은 한 여자 때문에 '여성의 나이가 60세에 이르면 어떤 모습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여자의 이름은 최근 대통령 후보 출정식을 치른 박근혜다. 박근혜의 나이는 60살이다. 나이 60살의 여성에게 '여자'라고 부르게 된 건, 아직 박근혜가 출산의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여자로 태어난 '여자 사람'은 최초 여자로 불리다가 사랑을 하면서 여성이 되고 출산의 고통을 통해서 위대한 어머니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자 나이가 60살이 아니라 100살에 이르러도 출산을 해 본 경험이 없다면 여전히 불완전한 형태의 여자사람에 불과한 것으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남자도 비슷하다. 남자는 산고를 치루지 않지만 결혼을 통해 자식을 가지게 되면 나이 많은 노총각들의 사고방식과 전혀 다른 행태를 보인다. 그래서 연식(?)이 매우 오래된 노총각이나 노처녀는 여전히 자신 밖에 모르는 어린아이 같다고나 할까.
박근혜는 이른바 노처녀였다. 한 때 최 모 목사와 스켄들이 불거져 숨겨둔 아이가 있다는 등 풍문이 떠돌았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여전히 노처녀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익히 알다시피 그녀에게 따라다니는 별명은 '독재자의 딸' 내지 '얼음공주' 등으로 불리우고 있다. 그녀의 정체성이 사람들이 부르는 별명 속에 숙명 처럼 파묻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그녀의 별명에 껌딱지 처럼 달라붙은 고약한 숙명 때문에 민주통합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이 잠 못 이룬 밤이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별명 '독재자의 딸' 속에 파 묻혀 있었던 5.16군사쿠데타의 향기가 문재인 후보의 심경을 건드려 놓았던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 심정을 이렇게 털어 놓았다.
문재인의 페이스북 속에서 "5.16과 유신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하는 독재자의 딸
문 후보는 한 여자가 함부로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그 심경을 "착찹함을 넘어 참으로 참담하기 까지 하다"라고 표현했다. 참담이란 말이 뭔가. 참담의 사전적 의미는 "몹시 슬프고 괴로우며 끔찍하고 절망적인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다. 박근혜가 아무런 개념도 없이 내 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문 후보가 참담한 상태에 이른 것이다. 두 대선주자간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를 테면 한 여자의 정체성은 여전히 지 애비 박정희를 쏙 빼 닮았고, 또 한 남성의 정체성은 우리 현대사의 질곡을 뼈저리게 느끼며 잠 못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문 후보가 페이스북에 남긴 내용을 들여다 보니, 그 속에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함께 5.16군사쿠데타 등이 남긴 참담한 모습이 눈물 처럼 함축되어 있었다. 여자는 입으로 울고 남자는 가슴으로 운다는 말이 이럴 때 필요한 것일까.
독재자의 딸로 불리우는 박근혜는 나이가 60살에 이르도록 여전히 5.16군사쿠데타나 12.12 쿠데타 등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억압한 독재자의 횡포는 전혀 알지 못했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5.16과 유신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잊혀진 과거를 거들먹 거릴 정도이겠는가. 문 후보가 이 사실을 접하고 참담했던 건, 우리국민들이 알고 있는 상식과 너무도 동떨어진 역사적 인식을 박근혜가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5.16군사쿠데타와 비슷하거나 닮은 샴쌍둥이 같은 (칠레의)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일으킨 참담한 쿠데타의 후유증을 잠시 살펴보며 글을 맺는다.
글쓴이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칠레의 산티아고에 머물고 있었다. 파타고니아 투어를 마치고 대략 4개월 정도 머물게 된 산티아고는 참 편한 곳이었다. 세계 최고의 도시 서울에 비하면 보잘 것 없을 정도일 지 모르겠지만, 산티아고는 서울에서 느낄 수 있는 각박함은 찾아 볼 수 없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느리게 움직였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현재의 삶에 충실하며 행복해 했다. 그런데 그들이 살고있는 도시 한켠에는 암울하고 슬픈 표정의 그래피티가 곳곳에 그려져 있었다. 도시 전체에 알 수 없는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고나 할까.
처음에는 그런 장면들이 무엇을 뜻하는 지 잘 몰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장면들은 한 독재자가 짓밟은 '시민들의 행복'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 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도시 곳곳에 쿠데타가 남긴 흔적들이 고스란히 그래피티로 남겨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우리들의 가슴 속에 자리잡은 '한(恨)' 같은 게 여전히 도시를 휘감고 있었는 데, 시민들을 그렇게 만든 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흉악한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때문이었다.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킬 당시 칠레의 인구는 1천만 명 정도였는 데, 관련 보도 등에 따르면 피노체트가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사살한 쿠데타 이후 일주일 동안 3만 여 명의 시민과 인민연합지지자들이 학살당했다. 그 이후 17년간의 장기 집권기간 동안 3천 명에 이르는 시민이 추가로 사망했고, 실종자만 1천여 명에 달하며 고문으로 불구자가 된 사람만 10만 여 명에 달했다. 또 해외로 망명을 떠난 시민들과 국외 추방자는 100만명에 이른다. 주지하다시피 5.16 군사쿠데타를 통해 집권에 성공한 박정희는 유신헌법으로 일당 독재체재를 강화하고,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쏜 총탄에 맞아 비극의 종말을 맞을 때 까지, 18년 동안 이 땅의 민주시민과 애국 인사들을 억압한 당사자였다. 김재규는 사형을 선고받은 법정에서 권총으로 박정희를 쏜 당시의 심경을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국민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야수와 같은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
김재규의 법정 증언을 통해 박정희를 쏜 총탄의 이유가 명확해졌다. 독재자 박정희가 헌법(유신)을 바꿔가며 꾀한 장기집권으로 시민들의 희생이 끊임없이 뒤따랐던 것이다. 김재규가 법정에 서 있는 동안에도 부마항쟁 주동자로 내몰린 애국시민들은,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부가 설치된 보안대 고문실로 끌려 들어가 온갖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그들은 며칠 동안 잠을 안 재우는 고문과 함께 온 몸이 군홧발에 짓밟히는 가 하면, 고추가루와 물을 먹이는 물고문 등으로 고문을 일삼았던 사람들이다. 김재규로 부터 유신의 심장으로 불리워진 박정희의 유신독재가 남긴 폐해는 이루 말 할 수 없어서, 문 후보는 그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금 당시를 회상하며 참담함을 금치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다. 박정희가 김재규로 부터 총살 당하고 난 다음, 이어 등장한 전두환의 12.12 쿠데타는 우리 현대사에 다시 피를 부르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데 일조했다. 전두환의 쿠데타 군사정권으로 부터 <광주사태>로 평가절하 되었던 <5.18광주민주화운동>이, 노무현의 참여정부로 부터 민주화 운동으로 평가받기 까지는, 수 많은 민주.애국시민들의 희생이 뒤따른 결과였다. 대략 이런 정도의 한국의 민주화 과정은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사람들로 부터 차갑디 차가운 '얼음공주'로 불리우는 독재자의 딸은 달랐다.
이 여자는 나이가 60살에 이르도록 이른바 '손에 물 한번 묻혀보지 않은 사람'으로 우리 한테 각인된 사람이자, 독신 노처녀로 공주 흉내를 내 왔을 뿐이었다.(지애비가 왕인가.) 우리 국민들이 5.16군사쿠데타 내지 군사정권이 휘두른 포악한 정치에 휘둘릴 때도, 이 여자가 겪은 것이라고는, 지 애미였던 육영수 씨 흉내를 대신한 것 뿐이었다. 그런 여자가 "5.16과 유신은 불가피한 역사의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흠...병걸리셨어요?...!) 참 희한한 뇌 구조를 가진 여자이거나, 나이가 60살에 이른 '철 없는 여자'로 남을 수 밖에 없는 망발이다. 왜 망발인가. 망발이란 "망령이나 실수 따위로 분별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거나, 자신이나 조상에게 욕이 되는 말이나 행동"을 말하지 않는 가. 문 후보가 페이스북에서 밝힌'참담한 심경'과 너무도 대조적인 현실인식이 한 노처녀로 부터 발현된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대통령이 되어 국민들께 봉사해 보고싶은 (여성)후보라면, 우선 시집이라도 가서 아이를 낳는 출산의 고통을 한 번 쯤 겪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야)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애국시민들의 고통은 고사하고, 타인의 고통을 (아주 조금 쯤)이해해 볼 수 있는 수업 정도가 되지 않겠나. 그러나, 하지만, 얼토당토 않게도, 어불성설 같이, 나이 60살이 다 되도록 자기 몸뚱아리 하나 밖에 모르는 철 없는 노처녀가 대통령이 되고자 한 꿈이, 겨우 5.16군사쿠데타와 유신헙법을 정당화 해 보고 싶었던 걸 생각해 보면, 이건 뭐 치매끼를 도배한 어느 노처녀의 히스테리컬한 퍼머 수준이었다.
산티아고 전역에 드리워진 알 수 없는 슬픔과 우리 민족이 겪은 근현대사의 슬픔의 정체성 속에는, 오로지 자기 자신 밖에 모르는 한 철부지 독재자가 저지른 만행 때문이라는 거, 나이 60살에 이른 노처녀인 얼음공주가 새겨들어야 할 때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시민들의 바람과 정반대로 미국 (CIA)의 도움으로 쿠데타를 일으키고 집권하며 민중을 탄압한 세월이 17년의 길고 긴 세월이었다. 그리고 독재자의 딸로 불리우는 박근혜의 애비 박정희는,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5.16 군사쿠데타와 유신헌법을 만들어 가며, 우리를 힘들게 한 세월이 무려 18년이나 된다. 18년!!...독재자의 딸이 대통령 후보는 무슨.
독재자의 딸이자 얼음공주로 불리우는 박근혜 앞에 놓인 화두는, 우선 '이웃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할머니'가 목표이지 대권 후보는 당치도 않은 환상에 불과해 보인다. 그 어리석은 작은 환상이 빚은 개념없는 말 한마디 조차 신경쓰고 몸둘바를 모르며 잠 못 이루는 문재인 후보의 착한 모습을 보니, 그나마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굴뚝같이 든다. 똑똑 했지만 <바보 대통령>을 자초한 노무현에 이은, 참 <착한 대통령> 후보가 문재인이라는 생각이 드는 의미 충만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