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ANTIAGO

산티아고, 하루 일과를 마친 거리의 화가들

Daum 블로거뉴스
 


하루 일과를 마친 거리의 화가들  



예술은 배가 고파야 하는 것일까.

Daum view

산티아고에 4개월 정도 머물면서 거의 매일 처럼 들락거린 아르마스 광장의 대성당 앞에는 거리의 화가들이 진을 치고 있는 곳이다. 대략 오전 9시 경 사람들이 출근을 마칠 때 쯤 대성당 앞은 거리의 화가들이 하나 둘씩 이젤을 펴 놓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산티아고에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붐비는 아르마스 광장의 대성당 앞에서 이들 가난한 화가의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들이 그려놓은 그림들은 주로 칠레 전역에 퍼져있는 풍경화나 인물화 내지 케리커쳐 등이 주를 이루는 데, 글쓴이의 눈에 띈 그림들은 발파라이소 언덕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 보고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기도 했다. 또 비구상 작품이나 한국에서 '이발소 그림'으로 불리우는 그림들이 적지않게 눈에 띄었다. 아르마스 광장에 발을 들여 놓으면 거의 반드시 이들 작품을 관람하게 되는 데, 감상평을 솔직히 말하면 작품성이 띄어난 그림을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게 이방인의 가슴을 슬프게 만들고 있었다.

산티아고의 6월은 우기가 시작되고 뼈 속 까지 얼얼한 음산한 겨울이 깊어만 가는 데, 이방인의 눈에 비친 이들 거리의 화가들이 펼쳐놓은 페인트 조차 겨울을 닮아 서서히 굳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다만, 대성당 주변을 환히 밝히고 있는 가로등의 노르스름한 불빛 때문에 마치 난로불을 쬐는 듯 보였다. 그러나 거리의 화가들의 실상은 가로등 불빛과 전혀 다른 푸른색이라고나 할까.

하루 일과를 마친 거리의 화가들


퇴근 길의 한 시민이 거리의 화가들이 그려놓은 한 작품 앞에서 서성인다.


산티아고 시민들은 여전히 발파라이소가 로망일까. 화려하게 그려진 동태평양과 판자촌이 유난히도 돋보이는 그림들 앞에 서 있는 한 시민.


대성당 앞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낸 거리의 예술가들이 철시를 할 때 쯤 이방인들이 작품을 기웃거리는 모습이 눈에 띈다.


혹시라도 구매자가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므로 가능하면 늦은 시각까지 그림을 전시해 두고 있다. 떠돌이 개도 지쳐 누웠건만.


가끔씩, 아주 가끔씩 기분좋은 일이 일나곤 한다. 철시를 앞 둔 거리의 화가에게 초상화 주문이 들어왔다.


하루 일과를 다 마친 거리의 화가들과 작품들


거리의 화가들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건 수백년을 지켜 온 대성당도 아니었고 산티아고 시민들도 아니었다.


하루 일과를 끝마칠 때 그림 한 점 사 가는 사람을 보지 못했으니, 이들은 하루종일 이젤 앞에 앉아 헛 일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이들이 그려놓은 그림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정작 이들이 하루일과를 마치며 나누고 있는 술잔 때문에 예술혼을 야금야금 짜 먹는 듯한 슬픈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산티아고의 겨울은 음산한 정도 이상이어서 하루종일 아르마스 광장에 죽치고 앉아있는 동안, 온 몸이 마누이 상 처럼 굳어버리는 데, 그들은 값이 제일 싼 '까뺄 삐스꼬(CAPEL PISCO)' 한 잔을 나누어 마시고 언 몸을 녹이며 하루일과를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우리가 산티아고에 머무는 동안 거리의 화가들은 이같은 일을 거의 매일 반복하고 있었다. 아르마스 광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지만, 그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디지털 문명과 아날로그 문명이 혼재된 칠레의 산티아고에서는, 거리의 화가들이 매일 반복되는 배고픔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영혼을 풍족하게 만들고 감동시킬만 한 작품은 없었던 것인 지. 그저 그들은 아르마스 광장 한편을 차지한 소품 정도로 만족하고 있는 듯 했다.




거리의 예술가들은 여전히 배고프다.

  
   

내가 꿈꾸는 그곳의 PhotОтправить сообщение для Марта с помощью ICQ 이야기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SensitiveMedia 세상에서제일 작고강력하며너무 따뜻~한 Media 내가 꿈꾸는 그곳    
 www.tsori.net / Boramirang 내가 꿈꾸는 그곳.
Daum 검색창에 내가 꿈꾸는 그곳을 검색해 보세요. '꿈과 희망'이 쏟아집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