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다 자른 '아기 도마뱀' 어쩌자고
아기 도마뱀의 크기가 얼마만한지 짐작이 가시는가. 녀석의 모습을 자세히 보면 꼬리가 잘려나간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얼마나 놀랐을까. 아기 도마뱀이 이런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한가지 밖에 없었다. 줄행랑이었다.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냅따 뛰는 것이었다.영상을 열어볼까.
아기 도마뱀은 생전 처음 뒤뚱 거리며 최고 속도로 냅따 달렸다.
그러나 꼬리를 자른 아기 도마뱀이 어디로 도망가겠나.
꼬리를 자른 아기 도마뱀은 결국 글쓴이의 손바닥 위에 올려졌다. 아기 도마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위한 일이었지만, 아기 도마뱀의 표정을 보니 가슴이 콩닥콩닥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만 같은 표정이다. 얼마나 긴장한 모습인지 그 모습을 확대해 봤다.
그 작은 체구에 잘려나간 꼬리 흔적이 역력했다. 아기 도마뱀은 거의 반토막 짜리로 변해있었다. 성장하려면 아직도 괘 많은 시간이 필요할 텐데 아기 도마뱀에게 무슨 위험한 일이 있었길래 꼬리를 잘랐던 것일까. 도마뱀이 꼬리를 자를 때는 천적을 만났을 때 뿐이다. 천적 앞에서 자신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일부러 꼬리를 자르고 도망친다는 거 다 안다.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는 건 목숨을 건지기 위한 비장의 무기인 셈이다.
천적 앞에서 잘라버린 꼬리는 심하게 꿈틀 거리는데 천적이 그 꼬리에 한 눈을 파는 사이에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치는 것이다. 그런데 꼬리를 자른 도마뱀의 앞날이 문제인 것이다. 다시 천적을 만나게 되면 더 잘라낼 꼬리가 없다는 것이다. 꼬리를 자르고 난 뒤 부터는 잡혀먹힐 위험 부담을 늘 안고 살게되는 것이다. 아기 도마뱀은 어떤 위험해 처했길래 그토록 위험 부담이 큰 꼬리자르기를 단행했을까.
일설에 따르면 도마뱀은 꼬리를 쉽게 자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도마뱀이 서식하고 있는 환경에 따라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천적이 많은 곳에서는 꼬리를 자를 확률이 그만큼 더 높다는 것일까. 이 실험을 위해 생태학자들이 그리스 에게해의 작은 섬들에서 실험을 해 봤다. 그곳은 한 때 육지로 연결됐다가 고립된 지역인데 도마뱀들이 환경에 잘 적응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도마뱀을 노리는 천적은 주로 여우나 매, 때까지, 까마귀 등으로 다양했는데, 도마뱀은 이들 천적 때문에 위험 부담이 너무도 큰 꼬리자르기를 단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마뱀이 꼬리자르기를 하는 가장 큰 천적은 독사 때문이라는 사실이 실험결과 드러난 것이다. 살모사와 같은 독사가 도마뱀을 공격할 때 꼬리자르기를 단행하는 데, 도마뱀은 살모사 등 독사에게 꼬리를 살짝만 물려도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우나 매, 때까지, 까마귀 등의 천적의 위협으로 부터는 꼬리자르기를 단행하지 않는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글쓴이가 거의 매일 들락거리는 산 끄리스토발 공원 어딘가에 독사가 살고있다는 말이며, 아기 도마뱀은 그 독사로 부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꼬리자르기를 단행했다는 말인가.(흠...아직 이 산에서 독사는 발견한 바 없지만 어째 으시시 한 걸...ㅜ) 도마뱀이 스스로 꼬리를 자를 수 있는 건 꼬리 구조의 특수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마뱀의 6번째 이하의 척추뼈에는 뼈가 쉽게 부러질 수 있도록 수평 방향의 '골절면'이 달려 있다. 골절면은 연골로 만들어져 쉽게 떼어낼 수 있으며, 꼬리가 잘라져도 혈액의 손실을 최소화 하도록 혈관과 신경이 억제돼 있다는 것이다. 기막힌 시스템이다. 천적 앞에서 위기에 닥친 도마뱀이 꼬리 근육을 이용해 잡아채면 골절면에서 꼬리가 간단히 잘라지는 시스템이다. 그렇게 잘라진 꼬리에는 신경이 살아 있어 한 동안 꿈틀대며 천적의 시선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다. 꼬리자르기 이후 새로 돋아나는 꼬리는 원래의 꼬리 보다 색깔이 단조로우며 척추가 아닌 연골조직으로 돼 있어 다시 자르지 못한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함으로 아기 도마뱀이 글쓴이에게 발견되었기 망정이지 다시 천적을 만나게 되었드라면 영락없이 목숨을 내놓아야 할 운명이었다. 다행히도 아기 도마뱀은 글쓴이에게 구출되어 도로 바깥의 안전한 장소로 옮겨졌다.
사족: 글쓴이가 머물고 있는 칠레의 산티아고는 컴 사정이 매우 열악하다. 상대적으로 나은 지역도 있지만 이곳 숙소에서 편안하게 포스트를 끄적일 수 없다는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어떤 때는 용두사미로 글을 맺는 일도 있고 수정할 일이 생겨도 그냥 다음뷰로 송고한 적도 있다. 그러나 지구 반대편에서 인터넷을 활용하여 여러분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생각하면 할수록 신기하다.
인터넷 시대에 살고있는 우리에게 너무도 당연히 여길지 모르지만, 열악한 환경속에서 맛 보는 블로깅은 세계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풍요로운 인터넷 환경과 그 맛이 너무도 다르다. 풍요속에 빈곤이라는 말 처럼 무엇이든 넘쳐날 때는 풍요로움 조차 모르고 지내다가 요즘 새삼스럽게 인터넷 환경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뽀~너스로 산책로에서 발견한 또다른 곤충 한마리를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위 전갈은 소개해 드린 바 있다.)
바로 이 왕거미다. 생전 듣보잡이었던 이 곤충은 어느날 우연찮게도 아침 산책길에 산책로 가장자리에서 발견됐다. 글쓴이는 생전 이런 왕거미를 본 적 없다. 가끔 애완용으로 기른다는 소식을 눈팅만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왕거미가 산책길에서 눈에 띈 것이다. 놀랐다. 장난감이 아니라 실물이었다. 그래서 근처의 나뭇잎을 이용하여 조심스럽게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는데, 그 순간 왕거미의 발이 꼼지락거렸던 것이다. 속으로 기겁을 하며 왕거미를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아직 숨이 붙어있었던 것이다. 미안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산책로에서 중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던 것인데 내가 해 줄 수 있었던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왕거미를 손바닥에 올려두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돌아와 보니 왕거미는 미동도 하지않았다. 왕거미는 내 손바닥 위에서 마지막 숨을 거둔 것이다. 참 평범한 한 곤충의 죽음이었지만, 지난 3월 한 달간 내 곁에서 일어난 놀라운 사건이었다.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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