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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

후추 맛을 알면 남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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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 맛을 알면 남미가 보인다   


혹,...남미여행을 꿈꾸신 적 있나요?


그렇다면 이 포스트를 눈여겨 봐 주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이 포스트 하나로 남미여행이 매우 즐거워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후추 때문입니다. 우리가 일상의생활 중에 식단에서 늘 마주치게 되는 이 향신료가 남미여행을 즐겁게 해준다는 것이죠. 그래서 오늘은 글쓴이가 남미 여행중 산티아고에 머물면서 촬영해 둔 사진을 꽤 많이 첨부했습니다. 글쓴이의 블로그를 즐겨찾기 해 주신 분들을 위한 작은 선물이랄까요. (늘 감사드립니다.)



글쓴이 조차 후추는 알고있었지만 후추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런 사정은 저 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이나 요리를 즐겨만드시는 분들도 사정이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은데요. 맨 처음에 등장하는 그림 속에 작은 옥구슬 처럼 생긴 게 오늘 아침 후추나무에서 떨어진 후추를 줏어담아 수돗물에 행군다음 건조시키고 있는 장면입니다. 후추나무가 바로 제 곁에 있었던 것이지요. 요게 후추나무에서 다 자란 후추고요. 스페인르로 부터 남미의 침탈하게 만든 나무 씨앗입니다. 참 이상하잖아요. 후추가 남미를 침탈하게 만든 것이라니. 언뜻 이해가 안 가시는 분들만을 위해 몇마디 첨부하면 이렇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중미의 서인도 제도를 발견한 '콜럼부스'나 남미대륙을 발견한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귀족들의 입맛을 위해 목숨을 건 항해에 나섰다는 거 아실런지요. 향신료 때문이었다고 역사는 전하고 있습니다. 황금이나 은 등을 노략질한 사건은 주로 나중에 발생한 것이지요. 제가 머물고 있는 산티아고 조차 잉카제국을 멸망시킨 피사로의 부관 발디비아가 1541년에 이 도시를 건설했습니다. 맨 먼저 후추와 같은 향신료를 구하기 위해 이 땅에 노략질 하러 왔다가, 이 땅의 원주민인 마푸체 인디오들로 부터 덤으로 빼앗은 땅이라고나 할까요. 



유럽의 귀족들은 입맛과 욕심이 도가 지나칠 정도여서 인도에서 수입해 온 향신료만으로는 성이 차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서양을 건너 마침내 아메리카 땅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인데, 하필이면 그게 후추와 같은 향신료 때문이라니 마푸체 입장에서 보면 원수 같은 양념이나 다름없습니다. 지금으로 부터 450년 전 발디비아가 야만적인 방법으로 마포초 전투에서 승리한 이후 산타루시아 언덕 위에서 축배를 드는 동안, 마푸체 족장들은 후추를 저주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들을 남미대륙에 끌어드린 게 하필이면 향신료였으니 말이죠.



남미를 침탈한 초기 스페인 군대는 물론 유럽의 군대들은 거의 식신이나 다름없는 귀족들의 식탐을 챙겨주기 위해 목숨을 건 남미원정에 나섰는데요. 이들의 남미 원정을 통해 빈부차이 내지 귀족과 평민이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확연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귀족들이 주로 먹는 음식들은 평민이나 노예들과 달리 배만 불러서는 곤란했습니다. 맛이 있어야 했습니다. 후추와 같은 향신료가 첨가된 요리가 필요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귀족들은 밤새 먹고 마시는 일에 몰두했는데, 일설에 따르면 얼마나 식탐을 했는지 배가 부르면 음식을 토하고 나서 다시 먹었다고 전해질 정도입니다. 반면에 평민들이나 노예들은 이들과 전혀 다른 식생활을 하고 있었지요. 바른생활 말입니다. 무엇이든 배만 부르면 '장땡'이었습니다. 주로 글쓴이와 보통사람들인 여러분들이 그랬을 겁니다. (흠...제 블로그를 즐겨찾는 분들 중에 귀족이 계셨다면 죄송! ㅎ) 



암튼 컬럼부스 등이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떠든 배경에는 후추가 포함됐고, 스페인 군대의 발길이 닿은 곳에는 원주민들의 대량 살륙과 침탈이 극성을 부리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진주한 지역에는 반드시 아르마스 광장이나 대성당이 있는데요. 산티아고도 예외는 아닙니다. 포스트에 등장하는 후추나무가 가득한 산은 '세로 산 끄리스토발'인데요. 글쎄 이 산을 점하고 있는 숲 다수가 후추나무라는 사실을 알고 역사는 참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씨앗이 역사를 재편한 것이지요. 



그래서 어떤이들은 씨앗의 특성에 따라 역사에 미친 영향을 이렇게 정리해 두었더군요. 식량으로 먹는 씨앗 중에는 세계 인구 절반이 먹는 씨앗을 '쌀'이라고 정리하고 있고요. 가난한 사람들의 씨앗을 '보리'로 정리하는 한편 문명을 세운 씨앗을 '옥수수'라 부르고 있고, 우리나라 고유의 씨앗은 '콩'으로, 분식을 대표하는 씨앗은 '밀'로 정의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유럽식탁을 지배한 씨앗을 감자로 부르는 재밌는 분류입니다. 또 기호품으로 즐기는 씨앗에 대해 달콤하지만 무서운 씨앗을 '사탕수수'로 부르고 있고, 세계를 사로잡은 구수한 씨앗은 '커피'로 불렀습니다. 담배씨앗은 변화의 불씨라고 부르고 있으니 재밌는 표현입니다. 그렇다면 고구마는 어떨까요. 



그게 하필이면 '배고픈 사람들의 씨앗이라나 뭐라나요. 그리고 향신료로 쓰인 씨앗들 중에서 후추는 요. 황금보다 더 귀한 씨앗이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인간들의 식탐이 만든 부귀의 씨앗이자 탐욕의 씨앗이며 남미대륙에 피비린내를 부른 씨앗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명약이 된 인삼이나 인류의 추위를 막은 목화와 전혀다른 끔찍한 결과를 부른게 후추라는 씨앗이었던 것이지요. 남미여행을 꿈꾸신다면 이 땅에서 최소한 후추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시는지 눈여겨 봐 두시기 바랍니다. 



글쓴이의 경우 150일 간의 파타고니아 투어 중에 미리 준비해 간 고추장이나 된장이 바닥난 이후, 아니 일찌감치 소금과 후추로 요리한 음식을 주로 먹었는 데요. 후추는 미각을 살려줄 뿐만 아니라 요리를 럭셔리하게 해 주는 최고급 양념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요리에 따라 오레가노나 바실 등과 같은 허브를 사용하면 더욱 더 좋고요. 포스트에 등장한 후추나무 관련 사진 20여 장은 약 40일 동안 짬짬히 촬영해 둔 후추나무 모습입니다. 이 나무들을 볼 때 마다 남미역사가 새록새록 머리에 떠올랐으니, 남미여행을 꿈꾸신다면 맨 먼저 챙겨봐야 할 향신료 나무가 아닌가요. 자...그렇다면 후추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마저 살펴볼까요.





























흠...후추나무와 함께 후추를 살펴보니 어떤 느낌이 드시는가요.


오늘 아침, 산티아고의 산 끄리스토발 언덕의 산책길에서 줏어온 후추를 물에 행군다음 건조시키는 중입니다.



아침 산책길에 이 열매 하나 깨물고 나서면 하루 종일 입안이 향긋해 집니다. 그 맛 하나 때문에 스페인 군대가 마푸체 인디오들의 생명과 재산을 모조리 침탈한 계기가 되었다니. 역사는 참 아리러니 합니다. 향긋한 씨앗 하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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