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남미에서 자장면 배달풍경을 만날 수 있다니.
긴 여행 중에 잊고 산 낮익은 풍경 앞에서 잠시 망설였다.
세계제일을 자랑하는 배달민족의 '테이크 아웃' 풍경아닌가.
너무 익숙한 풍경이어서 잠시 흥미를 끌지 못했지만
곧 남미 산티아고에서 발생한 흥미로운 풍경이어서 잽싸게 셔터를 눌렀다.
자장면 배달부와 거리가 꽤 멀었지만 몇 컷은 날릴 수 있었다.
자전거에 작은 철가방을 붙들어 메고
여전히 일방통행 차로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촬영이 가능했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어림도 없는 시츄에이션이었다.
그가 자장면 등 음식 배달을 위해 타고 있는 게 한국에서는 흔하디 흔한 오토바이가 아니라 자전거였기 때문이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자장면을 요렇게 배달하면 다 불어 터질 일이었다.
그뿐인가.
점심 시간에 매출을 극대화해 줄 자장면 배달이 느려터진다면
머지않아 그 중국집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그래서 남미 산티아고에서 발견된 '자장면 배달의 문제점' 분석에 들어갔다. (여행 다니면서 별 거 다 한다.) 단군할배의 자손들이자 배달민족이라면 너무도 잘 아시는 위 철가방맨의 문제는 대략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첫 째, 자장면 배달부의 문제점으로 노출된 건 배달수단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자장면을 배달한다는 게 상당한 문제를 안고있었다. 최소한 한국인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어떻게 두 손으로 핸들을 붙들고 페달을 밟으며 배달을 할 수 있을까. 우선 비닐 봉지에 담은 자장면 내지 짬뽕이 온전할 리가 없었다. 위 그림을 잘 봐 주시기 바란다. 산티아고의 자장면 배달부는 1회용 용기에 담은 음식물을 자전거 핸들에 걸어두고 있다. 이거 국물 안 쏟아지거나 짬뽕(?) 안 되면 다행이다.
둘 째, 음식을 담은 배달통의 용량이 너무적다. 배달도구가 문제다.이른바 철가방으로 불리우는 배달통은 한국에서는 매우 큰 진화를 보여 보통 3단 내지 5단 이상의 대형 철가방을 여럿 보유한 가히 배달폭격기(?) 같은 모습이다. 동시에 수십명 분의 음식을 배달할 정도의 대용량을 자랑한다. 그런데 산티아고의 배달자전거 뒤에 묶여져 있는 철가방을 보니 무늬만 철가방맨이었지 매우 원시적인 모습의 배달 풍경이었다.
셋 째, 배달도구와 수단이 부적절 하여 중국음식(?)이 다 불어터질 위기에 놓여있는데, 거기에 배달부가 너무 착한 게 큰 문제이다. 그림을 잘 봐 주시기 바란다. 글쓴이는 이런 풍경을 보고 속으로 박장대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철가방맨으로 불리우는 자장면 배달 도사들이 무림고수들 처럼 휙휙 날아 다니는 모습을 보면, 산티아고의 배달부는 거의 신선 수준이다. 도로의 신호 다 지키면서 바쁜 표정 조차 없이 그저 주문한 목적지로 패달을 밟으면 그만인 것이다.
장려할 일은 아니지만 한국의 철가방맨들은 신호무시. 역주행에 안전헬맷 같은 건 벗어던진 채 커다란 철가방을 자유자재로 나른다. 대단한 곡예가 점심 시간을 중심으로 번개처럼 연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림의 풍경을 보면 자장면의 모습이 절로 연상된다. 잘은 몰라도 면발이 수분을 다 흡수하여 비벼지지 않을 건 뻔하고, 짬뽕 같은 경우 국물이 사라진 장면을 즉각 목격하게 될 정도의 상상은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이 배달맨은 세월아~네월아~~~하는 듯 하다.
산티아고에 머물면서 자주 보게되는 풍경이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왠만한 곳은 다 자전거로 이동하는 모습이며, 아침 운동을 자전거를 타고 땀을 뻘뻘 흘리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시민들이 자전거를 많이 애용하여 이동수단과 운동수단으로 삼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자장면 배달 까지 자전거를 타고?...그건 아니다 싶어 몇 자 끄적이고 있다.
산티아고에 머물면서 우리 교민 등 이곳의 풍물을 접하면서 우리 교민들의 애환을 접할 수 있었는데, 이곳의 대부분 교민들이 고용하고 있는 현지 원주민들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들은 주로 가게에서 옷을 판매하는 점원(Vendedora)들인데, 주인 몰래 옷을 훔쳐가거나 판매한 금액을 슬쩍 챙기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게 문을 열면 하루종일 그들의 동태까지 살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그런 점원을 적발하여 경찰에 신고해 봤자 신고한 사람만 멀뚱해 진다고 한다. 경찰의 말을 인용해 보면 이렇다.
"흠...칠레노(Chileno)들 보다 더 잘 살지않나요. 같이 나눠먹어면 안되나요."
남미의 패션계를 주름잡으며 옷장사에 열중하고 있는 우리 교민들이 이 말을 듣고 기겁을 한 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산티아고 또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남미의 도시에서 가게를 열어 장사를 하시는 우리교민들은 가게에 이중문을 하고 철저하게 보안장치를 해 놓고 있다. 아침에 문을 열 때 또는 저녁나절에 문을 걸어 잠글때면 자물쇠 뭉치와 열쇠 뭉치가 한 보따리나 된다. 산티아고의 베야비스따 거리에 볼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철가방맨은 현지 원주민이었고, 그가 일을 하고 있는 곳은 우리 교민이 운영하고 있는 중국집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조금전에 봤던 철가방맨이 다시 내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두 번째 배달에 나섰던 것이다. 이 땅에 정착하여 살려면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