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미래덩굴의 환타지아
-구봉도 망개의 환상적인 봄맞이-
새로운 세상은 새로운 눈으로 봐야 하는 것일까...
아무런 호기심이나 관심도 가지지 않은 채 바라보던
구봉도九峰島의 한 야산에서는
청미래덩굴이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새 순을 드러내 놓고 있었다. 마치 신대륙을 찾아 떠난 탐험가들이 이런 모습이었는지 살그머니 고개를 내밀어 사방을 살피고 있었다. 하필이면 그 장면이 이방인의 눈에 띄었다. 지난 4월 29일 오전 8시 경 구봉도 하늘은 먹구름으로 뒤덮였고 가끔 빗방울이 흩날리고 있었다. 청미래덩굴은 그곳에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살피다가 이방인과 눈이 마주친 것이다.
어릴 적 산기슭에서 자주 마주쳤던 청미래덩굴이었지만 그때는 그저 몹쓸 가시덩굴 정도로만 여겼었다. 야트막한 야산 곳곳에서 진로를 방해하던 나쁜 가시덩굴이었다. 여름날 멱감으로 갔다가 돌아오던 날 청미래덩굴은 가끔 새콤달콤하고 약간은 떫은 맛을 볼 수 있게 만든 열매이기도 했지만, 청미래덩굴이 호기심을 잔뜩 품은 눈망울로 세상을 살피고 있는 장면은 도무지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봄철 산기슭 등지에서 돋아난 새 순들의 일부들일 뿐이었지, 그들이 세상을 궁금해 하며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던 장면을 목격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 장면을 봤다고 한들 그게 인간들의 호기심 처럼 보였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날 만큼은 달랐다.
작은 저수지 물고랑 너머에서 커다란 숲을 이루고 있었던 청미래덩굴 때문에 오히려 내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듯 조심스러웠다. 발길을 옮겼다. 평범했지만 귀하게 다가온 기적같은 장면을 보기 위해, 산허리를 돌아 참나무가 새 순을 내 놓은 청미래덩굴 숲을 경이로운 눈으로 살피며 조심 조심 발자국을 옮겼다.
가시덤불은 수십년도 더 된 어느 여름날 오후 종아리나 허벅지를 찔렀던 때와 똑같이 나를 앙칼지게 말리고 나섰다. 따끔거린 정도였지만 참 기분좋은 핥킴이었다. 그리고 청미래덩굴 숲에 도착하자 마자 차근차근 그들의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세상에...그 가시덤불 속에는 청미래덩굴의 대합창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전혀 새로운 세상이 구봉도에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청미래덩굴의 환상적인 대합창이었다.
청미래덩굴의 FANT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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