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답답한 정장 그러나 신뢰가 느껴진다
남성들의 정장은 어떤 매력을 풍기는 것일까.
얼마전 지인의 화실에서 볼수록 답답해 보이는 정장 차림의 중년신사를 만나게 되었다.
화실에 들르기 전 우리는 간단하게 술 한잔을 하고 있었다.
3월 초 초대전에 선 보일 도록을 만드는 등 전시회를 의논하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G미술관장을 지낸바 있고 현재는 큐레이터로 활동하시는 L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L님은 말 수가 적은 분이었고 나는 줄곧 그의 정장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요즘 보기드문 남성 정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며
정장 차림을 자세히 보고있노라니 볼수록 갑갑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미 정장을 졸업(?)하고 케쥬얼에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일까.
술자리가 끝나고 화실에 들르자 마자
볼수록 답답했던 L님의 정장에 대해 모델이 되어주길 요청했다.
L님은 흔쾌히 내 요청을 받아들였다.
말은 볼수록 답답하다고 했지만
요즘도 이런 정장 차림을 하고 있는 분이 있다는 게 참 귀해보이기도 했다.
L님의 정장차림을 보면 어디 하나 빈 틈이 안 보였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올 것 같지않은 치밀함이 느껴질 정도다. ^^
아마도 말 수가 적고 자신의 속내를 잘 안보이는 이런 분을 만나게 된다면 매사가 매우 조심스러워질 것이다. 사무적으로 변하게 된다는 말이며 거래(?) 외적인 사담은 적게할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남성정장은 격식을 중시하던 구시대적 화이트컬러 패션일까. 양복의 역사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1894년 갑오개혁을 계기로 정부가 서양문명을 받아들여 제반제도를 개혁하는 데에서 복제개혁에 따라 입게 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대략 100년 정도의 세월이 흐르고 있다.
구한말의 자료 <고종시대사> 등에 공복이 아닌 일반시민복으로서 양복을 제일 먼저 입은 사람들의 일화가 나타나 있다. 기록에 따르면 1881년을 전후하여 정부의 수신사 또는 신사유람의 자격으로 일본에 파견된 개혁파 정객, 김옥균 .서광범 .유길준 .홍영식 .윤치호 등이 양복을 사입고 돌아와 물의를 일으켰는데, 이들이 한국인으로서는 제일 먼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었다. 또 양복은 문명 개화의 선두에 선 사람들이 착용한 것이라 해서 한때는 개화복이라 불리기도 하였다. 개화복이 오늘날 우리나라 남성정장의 효시가 된 것이다.
이들이 입은 양복은 영어로 색코트(sack coat)라는 것으로, 18세기에 유럽에서 스포츠복으로 등장하여 미국에서 크게 유행하였으며 1870년대부터 남성들의 평상복이 된 것인데 깃은 턱 밑으로 바싹 다가가 있고 앞섶이 가슴에서 무릎까지 벌어졌으며, 와이셔츠는 칼라가 둥근 '크라이앵 셔츠'이고 넥타이는 보타이처럼 생긴 '크라바트'였다. 그러나 이들이 양복을 사입은 후 한국에서 양복 착용이 법령으로 공인을 받기까지는 14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 후 일부 상류귀족과 외교관, 해외유학을 한 고급관리들은 프록코트나 색코트를 한복 대신 신사의 평상 복장으로서 착용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수입된 남성정장의 역사를 잠시 엿보면 남성정장은 여전히 화이트 컬러패션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오늘날 남성정장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많이도 변해 정장이라기 보다 케쥬얼 같은 느낌이 들 정도여서 진정한(?) 화이트컬러 패션으로 보기 힘들어 진 것 같고, 정장 차림을 봐도 신뢰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는 건 비단 중년의 남자가 바라 본 퓨전정장(?)이라는 말일까. 관공서에서나 볼 수 있는 정장 외 서류가방에서 부터 악세사리 하나 까지 꼼꼼하게 챙긴 L님의 정장을 보니 잠시 답답함을 느꼈던 것과 달리 예술혼을 담은 화가의 작품을 잘도 챙길 줄 아는 섬세함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상대방에게 신뢰를 줘야 할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눈여겨 봐야 할, 요즘 보기 힘든 참 매력적인 남성정장 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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