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N AWARD 디너에 나온 메인요리 2%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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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먹는 순서 알면 최고의 요리 블로거?
-Daum Life ON AWARD 디너에 나온 메인요리 2% 부족?-

음식을 먹는 순서에 대해 잘 아실런지 모르겠다.
참 바보같은 질문 아닌가.
2010 Daum Life ON AWARD 시상식장에서 이런 질문이 문득 떠 오른 이유는 다름 아니었다.

서울 양재동 엘빌딩 그랜드홀의 큼지막한 장소는 다음이 블로거 등을 위해 마련한 축제의 공간이었다.
다음과 티스토리 플렛폼을 사용하는 네티즌들을 위한 축제의 장소라고나 할까.
다음과 티스토리는 Daum Life ON AWARD 시상식을 통해
 "생활을 즐겁게 변화 시킨 당신, Daum이 환영합니다"라며 행사 시작을 알렸다.

 
2010 Daum Life ON AWARD 시상식 오프닝 세레모니는 그렇게 시작 되었는데
이 행사에 초대받은 수상자 내지 최종 후보 등은 시상식 전에 럭셔리하게 세팅된 식탁 앞에서
세련된 서빙을 통해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림과 같이 '에피타이저 Appetizer'로 불리우는 전채요리가 막 배달되고 있었다.

음식은 맨 먼저 눈으로 먹는다 수백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우고 있으니 에피타이저 등에 소요되는 접시와 포크와 나이프 등은 그 숫자에 비례하여 매우 분주하게 각 테이블로 이동되고 있었지만 마치 물이 흐르는 듯한 모습처럼 자연스러운 서빙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굳이 다음이 수상자 등을 위해 대접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레스토랑 등을 통해 익숙한 장면이다. 고난이도 서빙 모습을 보여주거나 보고자 하는 게 결코 아니다. 물론 대단한 장면임은 틀림없다.

접시를 이렇게 아슬아슬 하게 들고 다니다가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럭셔리한 식사 분위기 망칠 수도 있다. 그런데 내 눈에 띄는 장면은 고난이도의 서빙 모습이 아니라 접시 위에 담긴 작은 음식들이다. 음식이 아니라 마치 꽃을 배달해 주는 듯한 모습이다. 아직 포크나 나이프를 들지 않았지만 상상만을 통해 침샘을 자극하게 만든 것은 시각이었다. 오늘 이 포스트 제목은 '음식 먹는 순서 알면 최고의 요리블로거?'라 써 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음식은 맨 먼저 눈으로 먹는다.

여기서 어릴 때 일화 한토막 소개해 드린다. 우리 집 식구는 7남매에 할머니 한 분과 부모님이 살고 있었다. 요즘은 집집마다 아이들이 한 둘이었지만 예전 아나로그 시대 때는 7남매 정도면 많은 숫자가 아니었다. 어떤 집은 한 다스(?)가 더 되는 집도 있었다. 요즘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다. 밥 먹는 풍경은 이랬다. 아침과 저녁은 주로 온 가족이 함께 먹는데 큰 방에 식탁(밥상)이 두 개가 들어온다. 한 개는 집안 어른이신 아버님과 할머님의 식탁이며 크기는 작다. 이를 테면 2인용이다. 그리고 우리 형제들은 요즘 뷔페 모습과 비슷한 큼지막한 식탁에 빙 둘러 앉아 밥을 먹는다. 각자 앞에는 밥이 수북한 밥그릇과 국그릇이 놓여져 있고 접시에는 김치 등 나물과 생선 등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모습이다. 상상이 되시는지 모르겠다.

 
난 이 모습이 늘 불만이었다. 요즘 생각하면 두고두고 돌아가신 어머님께 행한 불효막급하고 철 없는 짓이었지만 나의 불만은 꽤 설득력 있었다. 나는 어머님께서 밥그릇 수북히 담아주시는 그릇을 향해 늘 조금만 달라고 했고 먹을 만큼 덜어서 먹겠다고 우겼다. 반찬도 마찬가지였다. 좀 큰 접시에 조금씩 덜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생각해 보라. 쪼그만 녀석이 밥상머리(앞)에서 징징 거리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겠나. (퍽!~)...엄마는 화가 나셨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엄마의 응징은 처절할 정도가 아니었다. (퍽~나가~)...밥상 앞에 앉기만 하면 징징거렸으니 요런 투정도 한 두번이지 엄마가 아이들 몸종 느릇 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을 거다.(엄니 죄송 합니다.ㅜㅜ)

새끼가 한 둘도 아니고 일곱씩이나 되었으니 어머님의 고충이 얼마나 컷겠나. 식모를 둘 형편은 못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철 없는 한 녀석이 밥상 머리맡에서 징징거리고 있으니 곁에서 지켜보시던 아버님의 심사도 불편했을 게 틀림없었다. 맞아도 쌌다.ㅜ 그런데 나의 고집도 대단했다. 장성한 이후에는 어머님이 나를 신경 써 주셨다. "응...아가 쟈는 밥 많이 주는 거 안 좋아 한다..." 나는 주로 소식을 한 편이었지만 밥 많이 주는 거 안 좋아 한 게 아니라 조금씩 덜어 먹는 게 여러모로 좋았다. ^^

요렇게 나쁜(?) 버릇이 여든 까지 가는 것일까. 난  라이프 온 어워드 시상식장에서 내 곁을 스치듯 지나가는 에피타이저 서빙 모습을 보며 어릴 적 모습을 단박에 떠 올리는 한편 음식은 맨 먼저 눈요기로 시작한다는 나름의 철칙을 떠 올리고 있었다. 서양식 요리는 우리와 달리 음식이 순서에 따라 에피타이저에 이어 수프나 빵이 나오는 게 절차다. 그리고 와인이 곁들여 져야 메인요리가 빛을 더했을 텐데 라이프 온 어워드 행사장은 너무 착했다. ㅜ

스테이크를 한 조각씩 잘라 먹을 때 마다 입안을 와인으로 헹구면 메인요리 맛이 배가될 텐데 비프 스테이크 다 먹는 동안 물만 홀짝 거렸다. 사실은 눈요기에 이어 메인 디쉬에 올려진 요리의 맛과 함께 샐러드나 디저트가 끝날 때 까지 과정을 거치면, 요리를 환상적으로 만들어 준 쉐프 등에게 찬사를 보내야 세가지 맛이 완성될 것이었다. 아무튼 라이프 온 어워드에서 제공된 최고의 요리는 2%가 부족했는데 그 이유는 와인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이유 때문에 이 포스트를 끄적이고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림을 잘 봐 주시기 바란다.

맨 처음 에피타이저 부터 시작해서 디저트로 이어지는 럭셔리한 디너의 공통점은 텅 빈 듯한 접시에 달랑 올려놓은 듯한 음식들이다. 그럴 리도 없지만 에피타이저나 디저트에 나온 음식이 접시 가득 담겨있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럭셔리한 레스토랑 등지에서 배터지게 음식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당연히 NO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런 사정을 길게 쓴 이유도 다름이 아니라 생활을 즐겁게 변화 시킨 당신, 요리 블로거분들 때문이었다.

아마도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면 우리가 다음 플렛폼을 사용하는 동안 가장 즐거웠던 일이 요리 블로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그 이유 속에는 2010 Daum Life ON AWARD를 통해 두 부문에 걸쳐 수상한 요리블로거 옥이님이 포함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한 해 동안 그녀의 포스팅이 눈에 띄는 즉시 추천평을 주로 썼는데 옥이님이 내 놓은 요리들은 서양식 내지 한식으로 장르를 분명하게 구분할 수 없었다. 그 대신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평소에 늘 대하던 '엄마표 식단'이 거의 매일 아침 눈을 즐겁게 만들어 주고 있었던 것이다. 눈요기였다.



요리 고수 옥이님의 요리를 보고 있노라면 옛 추억들이 그대로 묻어 있는듯 정감있는 요리들이었다. 그런 그녀를 생전 처음으로 라이프 온 어워드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서 만났다. 참 반가웠다. 마치 오프라인에서 늘 만나던 사람같이 친근감이 들었다. 옥이님은 또 얼마나 생기발랄했는지 모른다. 아마도 그녀는 남들이 한 부문을 차지하기도 힘들 두 부문이나 수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자신에게 부족한 2%를 늘 챙겨보고 싶은 열정과 투정 부리는 아이를 달래듯 엄마 손길 같은 세심함이 만든 인간승리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정말 축하드린다. ^^*

그리고 우리를 눈요기 등으로 즐겁게 해 준 요리(블로거) 등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하나 보태면 이렇다. 내가 어머님께 투정부렸던 그런 모습의 음식과 함께 시상식장 디너에 서빙된 에피타이저나 디저트나 메인 요리에 등장한 음식들 처럼 아름답고 정성이 가득담긴 음식들을 보고 싶다. 맨 먼저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요리가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와인이 빠져 2% 부족해 보였던 디너 처럼 서양식이든 한식이든 눈요기 격식(?)을 제대로 차리지 않는다면 가끔씩 등장하는 이른바 퓨전음식에 그 자리를 내 줄지도 모를 일이다. 음식은 보기 좋아야 맛도 좋다고 하지 않나.

 그러나 Daum Life ON AWARD 후기를 끄적이고 있는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부족해 보이는 2% 때문에 서로 소통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게 인터넷 공간을 기분좋게 변화시켜 온 원동력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생활을 즐겁게 변화 시킨 당신, Daum이 환영합니다"...돌이켜 보면 여전히 투정만 부린 시간인 듯 했는데 우리는 어느덧 생활 속에서 자신은 물론 타인의 기분 까지 좋게 만드는 에피타이저나 디저트로 변신하여 엘타워에서 만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와인 때문에 디너가 2% 부족했던 게 아니라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있는 투정 2% 때문에 보다 나은 세상을 변화시켜 보고자 노력하고 있는 건 아닐런지.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행복해서 만난 게 아니라 만나면서 부터 행복해 가는 존재들이었다. 시상식에 참석한 것 만으로도 이렇게 기분이 흡족한데 수상자들은 또 얼마나 기뻣을까. ㅎ 수상자 여러분들을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 우리...신묘년 새해엔 통큰 만남으로 대빵 행복해 지는 연습 미리해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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