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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시래기로 불사 일으킨 도림사 비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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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로 불사 일으킨 도림사 비구승


세상에 하찮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래기가 불사佛事를 일으킬 줄 부처님인들 알았을까. 만추 끝자락 오후는 바람이 꽤나 차가웠다. 해가 뉘엿거리는 오후 경북 상주에 위치한 도림사 가는 길은 한가했다. 6명의 비구니 스님이 수행정진하고 있는 도림사가 일반인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었는데 도림사 주지 탄공스님(속명 남영순)이 전통사찰 비법으로 연매출 5억원이나 되는 곶감된장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많고 많은 시래기나 된장들 중에 전통 사찰비법으로 만들어진 시래기며 곶감된장은 왜 유명해 졌을까. 궁금했다.



멀리서 바라 본 도림사 가는 길은 한적했지만 도림사를 품은 숲은 예사롭지 않았다. 도림사를 낀 숲 좌우로 병풍처럼 산이 빙둘러져 있었는데 도림사의 내력을 알아보니 도림사가 자리잡은 터가 예사로운 터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도림사는 고려 후기 때 사찰로 추정하고 있고 수십년전 도림사 절터에서 수 많은 보물급 유물이 출토되어 현재 상주박물관에 보관(도림사 소유)하고 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조그만 암자로 출발한 도림사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길에서 빤히 쳐다보이는 그리 높지않은 백원산 기슭에 위치한 도림사 위치는 백원산 정상에 새겨진 '봉황대'라는 글씨로 미루어 봉황이 늘 노닐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는 명승지다. 그래서 그런지 풍수지리설에 따라 도림사 좌우편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좌청룡 우백호'가 뚜렷한 중심에 도림사가 자리잡고 있으며 백원산의 정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인들이 도림사의 이런 내력에 얼마나 관심이 있겠나. 상주 곶감 팸투어에 나선 일행들은 상주의 곶감명가 대표(박경화)의 안내로 도림사로 향하면서 맨 먼저 눈에 띈 시래기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래기는 비구니 스님 6명이 기거하고 있는 도림사에서 겨울을 나기에는 많아도 한참 많은 분량이었다.   


 맨 먼저 눈에 띈 도림사 시래기들은 마치 공연을 앞둔 마임 배우들 같은 모습으로 도림사 입구에서 우리를 맞이했다.


이런모습이다.


무우 시래기들이 잔뜩 널린 이런 모습이 불사일까.


그런데 이런 모습은 겨우 시작에 불과 했다.


작은 언덕을 너머 도림사 경내로 발을 들여놓자 도림사 전부를 시래기로 도배해 둔 듯 했다.


마치 시래기 묶음으로 펼쳐둔 설치예술 작품 같았다.


시래기들의 합창이 시작됐다. 


빠바바 방~~~


빠라방 빠라방 빠라방 빠~~~


시래기들의 운명은 참 기구한 것 같다. 이름 조차 쓰레기를 닮은듯 시레기로 불리지만 시레기의 용도를 살펴보면 이 보다 더 좋은 식재료가 또 없다. 시래기의 사전적 의미는 무청이나 배추의 잎을 말린 것을 말하지만 시래기를 재료로 삼은 요리들을 보면 시래기가 함부로 버려질 게 결코 못된다. 시래기를 삶아 고기와 두부, 달걀 따위를 넣고 양념을 쳐서 끓인 찌개는 시래기 찌개가 된다. 또 시래기에 콩나물이나 무 따위를 섞어 만든 지짐이는 시레기지짐이가 된다. 그 뿐인가. 시래기를 삶아 물에 불렸다가 간장이나 된장을 넣고 쑨 죽을 시래기 죽이라고 한다. 시래기만 포함하면 모두 담백한 요리로 변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래기에 얽힌 재미있는 표현도 있다. 못생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시래기뭉치'라고 일컫는다.(흠...날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네..ㅜ) 아무튼 시래기는 이 외에도 입춘 때 물에 불린 시래기를 쌀가루에 섞어 켜를 앉히고 팥을 두어 찐 떡을 먹는데 그 떡이 시래기떡이다.


그리고 온통 시래기 천지인 도림사 경내에 시래기를 매달아 길게 엮은 줄이보인다. 이름하여 '시래기두름'이라 한다. 


이 쯤에서 시래기들의 합창을 끝내고 싶지만, 시래기의 합창은 정작 도림사 비구니 스님들로 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도림사를 둘러싸고 있는 좌청룡우백호의 백원산 7개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은 물맛이 워낙 좋아 예로 부터 이 물을 길러 장을 담궜다고 전하고 있다. 이른바 도림골 물이다. 도림사에서는 이 물을 이용하여 고추장이나 된장을 담는데 그 된장 속에 곶감으로 유명한 상주곶감 엑기스가 녹아 들어가 다시 숙성되면 특별한 맛을 낸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모두 시래기들이며


한 거사님이 시래기 타래를 들고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이 시래기가 폐허가 되었던 도림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불사를 만들고 있었는데 그 중심에 탄공스님이 계셨다. 이렇듯 시래기를 식품으로 불사를 일으키고 있는 힘은 누구 때문이었을까. 탄공스님이 가르키는 손 끝에는 시래기와 불상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이다. 하찮게만 보이던 시래기가 어느덧 도림사를 다시 일으켜 세운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었는데 스님이 현대인의 건강을 위한 시레기를 향한 공덕이 없었다면 시레기가 이처럼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었을까. 전하는 바에 따르면 탄공스님은 시래기 불사에 앞서 곶감된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식품공학 박사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애원하며 마침내 곶감된장을 만들어 연 매출 5억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비구니 스님이 딱 6분 밖에 없는 비구니 사찰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건 기적같은 일 아닌가. 그 소식을 듣자 마자 팸투어에 참가한 일행들이 모여들어 탄공스님의 불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왁자지껄...


웅성웅성...


도림사 경내 가득한 시래기는 이렇게 변신을 했다. 탄공스님이 들고 계신 건 시래기를 건조하고 압축하여 만들어 낸 1회용 우거지된장국이었고 물만 부으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시래국이었다. 결코 인스탄트 식품이 아니었다.(난...자리를 잡을 틈을 주지않았다.ㅜㅜ ) 취재에 나선 블로거 분들이 탄공스님의 불사를 전해듣는 동안 왁자지껄 웅성웅성한 분위기 때문에 말이다. 그래서 곁에서 탄공스님의 불사를 엿듣고 있다가 찬스를 잡아 탄공스님에게 시래기 불사의 동기 등에 대해 여쭈어 봤다. 그랬더니 시래기는 이렇게 태어났다. 영상을 열어 볼까. ^^* 



"...(우거지 된장국을)만들게 된 동기는 스님들이 원래 가지고 다니던 거니까. 만행萬行 다닐 때 요 만큼씩(손으로 표시하며) 해 가지고 멀리 여행 갈 때 많이 가지고 다닙니다. 그걸 가지고 이제 말려서 했는 거(만든 것)뿐입니다. 전통 사찰식품 입니다. 이게 ㅎㅎ..."


탄공스님은 겸손하셨다. 당신의 노력은 기꺼이 숨긴 채 스님들이 만행을 다닐 때 늘 가지고 다니던 식품이라고 했지만 냉동건조 압축되어 스프로 만들어진 시래기는 어느덧 우거지된장국으로 변신을 하고 있었다. 결과물은 이렇게 단순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인데, 스님의 공덕은 어느덧 우리 현대인들이 바쁜 생활에서 놓치기 쉬운 건강을 생각하며 차 한잔을 끓일 수 있는 짧은 시간에 시래기된장국을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도림사에서 상주시내를 내려다 보고 있는 불상이 약사여래며 약사여래의 환생이 도림사 탄공스님으로 부터 비롯되고 있었던 것일까. 뜨거운 물만 붓기만 하면 몸에 좋은 시래기된장국을 금방 맛 볼 수 있다니 참 놀라웠다.


맛은 어떨까. 팸투어에 참가한 블로거 실비단안개님이 이 귀한 즉석 우거지된장국을 넙쭉 가로채(?) 맛을 보자 너도 나도 한 입만~하고 달려든다. 참 재미있는 풍경이었다. 그래서 실비단안개님께 그 맛을 물어봤다. 그랬더니 "...식당에서 나오는 시래국 보다 좋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할 정도니 이게 단지 전통 사찰음식을 자랑하기 위한 게 아니었다.


비구니 스님과 도림사에서 일하시는 몇 안되는 불자들이 하루종일 손수 만들어 내고 빚어내는 시래기 불사는 단 한번의 시식만으로도 주문이 이어져 선착순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시래기는 도림사를 통해 어느덧 불티를 달고 시중으로 시중으로 향하며 그 존귀함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무릇 세상에 버려진듯 외롭고 고독한 사람들이나 하찮아 보이는 존재들도 불심을 거치면 이렇듯 귀하게 되는 것일까. 봉황새가 날개를 펴고 품은 듯한 명승지 도림사 경내에서는 우리 일행이 떠나는 순간 까지 시래기가 타래로 엮이고 있었다.


도림사 곶감된장은 왜 소개하지 않냐고?...(흐흐...그건 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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