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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어디서 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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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봤더라?



아침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아직 휴일의 단잠에 빠졌던지 동네가 텅 빈듯 했다. 산청읍내에서 웅석봉으로 가는 길에는 코스모스가 한창이었다. 논에 있는 벼들은 황금빛으로 변하고 있었고 나지막한 뒷산에는 밤송이들이 속살을 드러내고 금방이라도 터질것만 같았다. 가을이 깊어가는 지난주 일요일이었다. 웅석봉으로 가는 길가의 풍경들이 너무 아름다워 자동차를 서행으로 운전하며 가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인기척도 없는 한 동네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는 백구 한마리가 눈에 띄었다. 녀석은 그림 처럼 거푸집 판넬에 앞 발을 올려놓고 선 채 나를 바라 보았다. 낮선 사람을 바라보는 녀석의 모습이 특이해 잠시 정차한 후 녀석과 눈을 마주쳤다. 아마도 녀석이나 나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 같다.  


"흠...(이른 아침에) 당신은 누구세효?..."


차창을 내리고 녀석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동안 녀석이나 나는 아무런 말이나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자 녀석은 자세를 바꿨다. 이번에는 앞 발을 판넬에 걸친 채 보다 편안한 자세로 나를 응시했다. 녀석의 눈빛이 참 묘했다. 녀석은 낮선 동네를 방문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우린 서로 모르는 사이였지만, 잠시 눈빛을 교환하는 시간 동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흠...어디서 봤더라?...낮익은 얼굴인뎁쇼."


그랬다. 녀석은 백구였고, 나는 인간이었다.
우린 인류문화사를 함께 써 온 오래된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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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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