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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MERICA

'눈과 바람의 도시' 불의 땅 파타고니아를 떠나며

'눈과 바람의 도시' 불의 땅 파타고니아를 떠나며


불의 땅-Tierra del Fuego- 우수아이아에 봄이 오고 있었다.
봄을 내 주기 싫은 이곳의 혹독한 겨울이 시샘을 부리듯 하루에도 몇번씩 눈이 오는가 하면 그치고 또 바람이 불었다.


2006년 9월 중순...고국에서는 곧 가을을 맞을 것인데 이곳은 봄이 시작되고 있었다.
마테리얼 빙하가 빤히 보이는 우수아이아의 언덕위에 있는 숙소 발코니에서는 연신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숙소의 창을 열면 동화같은 세상이 펼쳐지는 우수아이아 전경


곧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혜은과 나는 멀고도 낮선땅에서 발걸음을 쉬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이곳 민박집 주인의 친절한 배려 때문이기도 했으나 이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K사장과 Y사장은
우리를 떠나 보내고 싶지 않았던지 하루에도 몇번씩 만나서 고국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다.
거긴 일본인 다마끼씨도 포함되어 있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부쳐온 라면을 끓여 먹으며 짧은 망중한을 달래고 있었지만
우리도 어느새 이 낮선도시가 정이들어 떠나고 싶지 않았다.


Boramirang 함께 가는 南美旅行70
 -'눈과 바람의 도시' 불의 땅 파타고니아를 떠나며-



Y사장은 아르헨티나로 이민온지 30년이 다 되어간다.
그가 이 먼땅으로 온 이유는 고국에서 사업을 접고 상처받은 맘으로 이곳으로 오게 되었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온세'거리에서 옷장사를 하며 돈을 벌었다.



밤낮없이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로 장사해서 번 돈은 그가 다시 일어날 기회를 얻었고
마침내 그는 지구땅끝 도시 우수아이아에 호텔을 건축하고 있었다.


K사장과 우리를 초대하여 라면을 끓여먹으며 밥을 먹는동안 그는 다른 음식을 먹겠다고 했다.
그가 먹고 있는 음식은 '맑은 된장국'이었다.



 봄이오시는 우수아이아에는 하루에도 몇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멀리 비글해협과 해협의 언덕에 만든 우수아이아공항이 보인다.



그 된장국 속에는 감자가 얇게 썰어져 있었고 얼마나 푹 고았던지 거의 수프와 같이 되었다.
그리고 그 음식은 거의 간이 되지 않은 음식이었는데
그가 이 음식을 먹는 이유는다름이 아니었다.


그는 얼마전 위장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했다.
머나먼 땅에서 겨우 살만해지자 삶은 그에게 '중병'을 선사했다.
몸을 돌보지 않고 이국땅에서 사업을 다시 일으켰지만 그의 몸은 병이들고 있었던 것이다.



 숙소에서 본 마테리얼 빙하가 있는 마테리얼山



그는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지금 짓고 있는 호텔이 준공되면 고국으로 돌아가서 한동안 고국의 향취를 느끼고 싶다고 했다.

그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이곳의 사업보다 '향수병鄕愁病'이었다.



불의 땅에 널린 정감있는 산들이 봄을 맞으려 눈을 털고 있다.



왠만하면 잊혀져야 할 향수병이 다시 도지고 있는 모양이었는데
그 병을 만든 게  자신을 죽이고 있는 몸속의 병이었고 그가 먹고 있는 맑은된장국 때문이었다.


그가 기껏 성공해서 얻은 것이라곤 우수아이아에서 제일큰 의류매장과 호텔이지만
건강을 잃음으로해서 그는 모든 것을 잃어가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열심히 살았지만 다 부질없는 짓으로 보였는
지 그는 틈만나면 고국이야기를 끄집어 내고 싶었다.


우리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말을 하자 그는 전혀 우리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가끔씩 이곳을 찾는 한국사람을 만나서 그들이 하는 말은 다 그렇단다.



 우수아이아를 돌아 나가면 만날 수 있는 이 길은 여러번 다닌 곳이다.눈과 바람의 도시답다.


하지만 혜은과 나는 달랐다.
깔라파떼 열매를 씹으면 다시 이곳으로 와야 한다는 전설이 아니라도
아직은 지구상에서 제일 청정한 바다룰 가까운데 두고 있는 이곳 파타고니아가 너무도 좋았다.


봄이 와서 이곳에서 피어날 새롬들이 너무도 보고 싶었는데
그 새롬들은 1만 2천년전 이곳으로 왔다고 알려진 인디오들이 처음 만났던 태초의 모습이자
우리가 늘 꿈꾸어 오던 '에덴'의 모습이었다.




 이 호수는 '한반도를 너무 쏙 빼 닮아서' 담은 그림이다.
리오그란데를 다녀 오며 찍은 그림...실제로 보면 흡사한데 그림은 좀...^^



그때가 되면 이곳에서는 '백야'를 연출하며 밤늦도록 하얀 대낮을 볼 수 있을 텐데
보고 싶은 에덴의 모습을 실컷 보다가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 문득문득 들고 있었던 것이며
막상 고국으로 돌아가 봤자 수십년동안 늘 보던 풍경이 전부일 텐데
잠시 그자리를 비워두어도 괜찮을 듯 싶었다.



 눈 내리는 우수아이아 시내...



우수아이아의 봄을 재촉하는 바람과 눈이 시샘하는 것 처럼 봄을 빨리 가져다 주고 싶지 않아서 인지
우리도 시간을 붙들고 놔주지 않았다. 귀국 날짜가 8일밖에 남지 않았다.



 다마끼씨와 K사장...이 가게를 수없이 들락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던 곳이다.



지구 끄트머리까지 멀고도 먼 여행길에 올랐다가 되돌아 가야 하는 심정이란 참으로 착찹했다.
이 땅에 살면서 더 갈 곳이 없다는 사실에 흠칫 놀라기도 하고
돌아갈 곳이 잇어서 그래도 행복하지 않은가?


방랑과 여행의 다른점은 돌아갈 곳이 있고 없는 차이 뿐이다.
우리는 돌아 갈 곳이 있었고 그곳에는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이 살고 있는 곳이자
대를 이어 자자손손 우리와 닮은 꼴이 살아 온 너무도 정든 곳인데,
Y사장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그 땅을 그리워하며 된장국을 훌쩍이며 마시고 있는 것이었다.



 숙소에서 바라 본 비글해협...봄이 오고 있는 이곳에 고드름이 달려있다. 너무도 정겨운 풍경이다.



다마끼씨와 K사장은 우수아이아에 입항안 원양어선에서 가져 온 성게나 해물들을 놓고 뻔질나게 들락 거렸다.
K사장은 우리나라 어시장의 구조를 손금외듯 잘 아는 사람이었고
그가 이곳에서 하는 일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찾는 어종을 찾아서 이곳까지 와 있는 것이었다.


이미 페루나 칠레 중북부 쪽의 어종은 많이도 고갈되고 있었던 것이다.
우수아이아에서 우리를 붙잡아 둔 사람은 다름아닌 K사장과 일행이었다.
그는 나의 힘을 필요로 했던 것인데 그의 간곡한 청 때문에 그나마 떨어지지 않는 발을 더 무겁게 했다.


칠레남부 '뿐따아레나스'와 근처에 있는 '에덴'에 산적해 있는 해산물이 그의 주된 목표물이었고
그 바다밑에는 소라며 전복 해삼들이 지천에 널려 있는 곳이라 했는데
그 사업에 뛰어든 우리나라의 한 분이 그곳의 사정을 잘 몰라서 실패를 거둡하고 있던 사업을 인수하고자 했다.


현지의 사람들에게는 밀려있는 노임만 지불하면 되는 좋은 조건이었는데
무엇보다 그가 이 사업에 뛰어들고 싶어하는 이유는
 겨우 터전을 마련한 이 사업체를 일본인이 인수하겠다는 소문이 돌고 부터였다.


고생고생 하여 터전을 닦자 일본인이 인수를 해 간다는 소리는 나의 발을 거의 붙잡아 두고 있었다.
괜히 괘씸한생각이 들고 억울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열흘정도를 우수아이아에서 묵으며 날이면 날마다 얼굴을 마주쳤던 다마끼씨와 K사장과 Y사장은
아침일찍 떠나는 우리를 마중하기 위하여 환송파티(?)를 열고
K사장은 아침일찍 우리들의 짐을 들어주며 우수아이아의 깜깜한 새벽에 우리를 환송했다.


혜은은 눈물을 훔치고 돌아보고 또 돌아봤다. 또 언제 그를 만날 수 있으랴...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그와 몇번 메일만 주고 받았을 뿐 더는 그의 소식을 알 수도 없다.


 


 양철지붕에 쌓여 얼어 붙었던 눈들이 날씨가 풀리자 통째로 밀려 내려오고 있다. 낮선 풍경이다.


비글해협은 어둠속에 잠긴채 우수아이아의 새벽공기는 너무도 추웠고 길바닥은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눈과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우수아이아공항의 노오란 가로등은 곧 얼기라도 할듯 희미해져 가는데
우리는 다시 언제 가 볼지 모르는 '눈과 바람의 도시' 불의 땅 파타고니아를 떠나고 있었던 것이다.


...


우수아이아를 떠나면 오던길을 따라서 다시 북상하며 '리오 그란데'와 '리오가제고스'를 거슬러 가며
마젤란해협을 다시 건너야 할 것인데 우수아이아에 올 때 와는 달리 그과정들을 생각해 보니 정말 귀찮은 일이었다.
출입국을 두번씩이나 반복해야 하는 과정을 만든 것은 마젤란해협 때문이었다.



저 뒷편 작은 간판이 보이는 곳이 우리가 묵었던 숙소다. 검둥개가 늘 졸졸 따라다니던...


그리고 그 길들은 다시 버스로 이틀동안 꼬박 달려야 했는데
 우수아이아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비행기편을 미리 예약하지 않아서 생긴 불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돌간다는 결정을 하자 그 놈의 속마음들은 죽끓듯하여 그새 변하여 한시라도 빨리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남은 여정은 '부에노스아이레스'와 '포스이과수'를 방문 한 다음 상파울로에서 멕시코시티로 가는 일정이 남았다.


봄이 오고 있는 불의 땅 우수아이아...정말 떠나기 싫은 도시였다.
창만 열면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비글해협과 눈덮힌 산...

이곳이 정녕 인디오의 땅이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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