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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에서 떠올린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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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중제,부모를 위해 내가 한 일은 무엇일까?

-봉은사에서 떠올린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기적-


우리 영혼의 색깔은 하얀색일까? 봉은사 대웅전 앞을 빼곡하게 수놓은 하얀연등이 바람에 날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각각의 영혼들이 저 하늘 먼 곳에서 긴여행을 하고 쉬고 있는 모습 같다. 별로 바쁘게 살지도 않았지만 늘 눈 앞에 보이는 일에 열중하다보니 나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이 되어 밥이나 축내고 있는 신세라고나 할까? 년중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 올릴 수 있는 시간을 손가락으로 헤아려 보면 열손가락이 남을 지경이니 자식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모습 때문에 늘 죄송한 마음 가득하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사실 처럼 효도란, 어릴때는 몰라서 하지 못하고 장성해서는 먹고 살기 바빠서 하지 못했으며 겨우 여유가 생겨 효도를 해 볼려고 생각할 때 쯤이면 부모님은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를 한다는 것은 부모 입장에서 애시당초 바라지도 말아야 할 '희망사항'일 뿐인 것일까?

오래전 'TV문학관'을 통해서 본 김동리 선생 원작의 '등신불 等身佛'을 통해서 본 어머니의 모습은 세상에서 지을 수 있는 죄는 다 짓고 사는 모습이었다. 음탕하며 사악하여 독살을 통해 남의 재산을 가로채는 등 차마 인간이 할 수 없는 짓을 다 하고 있었다. 등신불은 중국 당나라 시대 '만적'이라는 스님이 '소신(인신) 공양'을 하고 타다 남은 몸에 금을 입힌 것이었는데,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등신불의 유래를 들으며 등신불에 얽힌 이야기가 전개된다. 봉은사 대웅전 앞을 빼곡하게 수놓은 하얀 연등을 보는 순간 등신불에 대한 이야기가 머리를 스치며 백중제에 얽힌 이야기가 김동리 선생이 쓴 등신불의 배경이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백중일의 '백중제 百中齋'는 사찰에서 큰 명절로 행하는 연례행사로 백중일 유래는, 효성이 지극한 '목련비구 目蓮比丘'가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의 영혼을 구제하기 위해 다섯가지의 맛을 지닌 음식과 온갖 과실을 갖추어 부처님께 공양을 했다는   '우란분경 盂蘭盆經'이라는 불경의 이야기에서 연유하고 있다고 한다. 우란분이란,거꾸로 매달린 것을 풀어준다는 뜻의 '범어 梵語'인데, 나는 이 범어의 해석을 오래전 불심이 깊었던 할머니로 부터 전해 들었다. 그러니까 우란분은 '부처가 거꾸로 섰다'는 뜻으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를 말하며 인간의 몸 속에 사악함이 깃들어 있다는 말로 해석하고 있었다. 대체로 범죄자들이 사람을 죽이거나 타인에게 나쁜 행실 등을 통해 괴롭힐 때 할머니는 부처가 거꾸로 섰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드라마 속 등신불에 등장하는 만적의 어머니 모습이 그러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어머니 모습과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백중일의 유래에 등장한 목련비구의 모습이 만적의 모습이었고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의 모습이 만적의 어머니 모습이자 부처가 거꾸로 선 것과 다름없는 제정신 아닌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만적은 사신이라는 이복동생이 있었는데 어머니의 학대로 집을 나가자 만적이 이 동생을 찾기 위해 집을 나왔다가 승려가 된다. 수소문 끝에 이복동생을 찾았지만 이복동생은 '문둥병 leprosy,한센병'에 걸려있는 모습을 보고 승려가 되기를 결심한 것이며 어머니의 죄가 너무 커서 그 죄값으로 '소신 공양'을 선택하는 모습이다. 아마도 목련존자의 모습이 이러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목련비구, 즉 목련존자의 어머니는 패악 무도 하여 평생을 악독한 짓만 골라서 하다가 죽은 까닭으로 저승에 가서도 지옥에 떨어져, 고초를 겪기에 알맞았을 정도였다고 전해지니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조차 없는 만행을 저지렀던 모양이다. 그래서 목련존자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법안 法眼'으로 살펴보았더니 과연 지옥에서 '아귀 餓鬼'가 되어있었고, 그 모습은 너무도 비참했다고 전한다. 따라서 목련은 기가 막혀 바리에 밥을 담아 가지고 어머니에게 올렸는데, 어머니가 허겁지겁 받아먹으려는 순간 밥은 금방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덩이가 되어버렸다.
 

이 모습을 본 목련존자가 부처님께 이 사실을 고하고 구제할 방법을 물었더니 부처님은 "네 어미의 죄악이 너무 커서 너 한 사람의 정성으로는 구할 길이 없다. 곳곳에 있는 여러 '승 僧'을 청해서 7월 보름날 7대 선조 부모와 현재 부모의 고업을 위해 '백미 百味' '오과 五果'를 '분 盆'에 담아놓고 지성으로 독경을 통하여 십분대역에게 공양하고 여러 승으로 하여금 시주하게 하여 7대부모에게 축원하고 선을 행하라"고 했다. 목련존자가 부처님의 말씀을 그대로 행하여 어머니가 지옥에서 고생하는 '겁 劫'을 벗게 했다는 것이며, 그 후 목련은 부처님께  아뢰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는 자로서 효성이 있으면 '우란분 盂蘭盆'을 받들게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마다 7월 보름날 불전에 참배하고 '재 齋'를 올리게 되었다는 게 백중제 였다. 봉은사 대웅전 앞에서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는 하얀 연등은 죄업을 벗은 영혼이 자유를 찾아 기뻐하고 있는 것일까?


 만적에 의해 소신공양 소식이 세상에 파다해지자 그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모두 소신공양이 행해지는 양자강 북쪽의 정원사 경내로 모여들었다. 그 속에는 만적의 어머니도 있었고 만적의 이복동생도 사람들 틈에 끼어 있었다. 만적은 소신공양 전에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온 몸에 무명천을 둘렀다. 그리고 마침내 장작더미에 불이 댕겨졌다. 어머니의 죄 값을 몸을 바쳐 인신 공양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때였다. 만적의 몸이 온통 불길에 휩싸이는 순간 하늘에서 오색영롱한 빛이 만적의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믿지못할 광경이 눈 앞에 나타났다. 만적의 소신공양을 통해 부처가 거꾸로 섰던 만적의 어머니가 제정신으로 돌아온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의 이복동생인 사신의 몸을 직무르게 했던 문둥병이 흔적없이 사라졌고 정원사 경내에 모여든 사부대중들의 갖가지 소원이 모두 성취되는 놀라운 현상이 일어났던 것이다. 오래전의 일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이렇듯 기적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세상 저편에서 이승으로 기나긴 여행을 온듯 기분좋은 표정으로 바람에 가늘게 흔들거리며, 백중제를 위한 하얀 연등의 모습은 해맑은 영혼의 색깔처럼 보였고, 아무런 죄도 짓지않은 태아가 어머니의 호흡과 맥박에 의지하며 세상에 태어나기 직전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는 즉시 자신의 의사나 의지에 관계없이 죄업을 행하게 될 것이며 그의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기꺼이 모기나 파리 같은 생명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죽일 수도 있을 것이며, 지아비가 회피하는 해충들을 아줌마의 이름으로 과감하게도 때려잡을 것이다. 모두 '나의 이익'에 반하는 것은 '적 敵'으로 규정되며 인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죽임을 당할 게 틀림없었다. 염라국에서는 뭇 생명들을 해치는 이런 행위 조차 용납될 일은 아니겠지만, 목련존자가 영적으로 바라본 인간세상의 어머니 모습은 최소한 인간과 인간관계를 불편부당하게 하는 것이어서 육축과 반드시 구별되는 일이었다. 

그림과 영상을 촬영한 날은 봉은사 보우당 앞 마당에서 북한과 포르투갈 경기를 응원하겠다는 봉은사(주지,명진 스님)의 선택에 따라, 겸사겸사로 경내를 돌아보며 잠시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백중일이 '망혼일 亡魂日'로 불리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경기는 북한이 포르투갈에 대패하긴 했지만 봉은사의 선택이 없었드라면 나는 여전히 삶 가운데서 부모님을 까마득히 잊고 살았을 것이므로 결국은 봉은사가 인연의 고리를 엮어 잠시 부모님을 추모할 수 있게 해 준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짧은 순간 '부모님 생전에 내가 해 드린 일이 무엇일까?'하고 생각해 보니 전술한 바 해드린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따라서 목련존자의 효심과 함께 백중일이나 백중제 또는 망혼일이 새삼스럽게 가슴을 때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에게 해당하는 일이었지만 이웃을 돌아보면 다시금 목련존자나 등신불이 된 만적의 존재가 그토록 고마울 수가 없는 것이다.


얼마전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을 통해 극락 세계로 떠나셨다. 등신불의 기적에 따르면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을 한 직후 오색영롱한 빛이 그의 몸을 휘감으며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는 사악한 모습을 모두 깨끗하게 해야 마땅했는데 오늘날 신문과 방송에서 전하는 소식은 문수스님이 까맣게 그을린 주검만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었다. 나는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을 하면서 남긴 유서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유서,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 폐기 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文殊"

극히 짧고 간결한 내용이었다. 이 짧은 유언은 그가 생명을 얼마나 사랑했으며 우리 국토와 나라와 국민들을 얼마나 사랑했던 것인지 금방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마치 등신불이 된 만적이 어머니의 죄업을 씻기 위해 인신공양을 한 모습과 다름없었는데 그가 인신공양을 선택할 당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오만과 교만은 하늘을 찌를듯 했고, 패악 무도 하여 평생을 악독한 짓만 골라서 하다가 죽은 만적의 어머니 모습을 금방 떠올리게 할 정도로 권력이 공권력과 군대를 동원해 가며 국민들을 못살게 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4대강 사업이 반드시 포함되었고 이명박 정권이 환장하고 있는 망국적인 사업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은 이 사업 등 정권을 위해 천안함 사건 까지 지방선거에 악용하며, 남한에 국한되었던 패악 무도한 짓을 북한 까지 확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은 헛되지 않았고 기적은 일어나고 있었다. 하늘은 민심을 통해 부처가 거꾸로 선 이명박 정권을 향해 심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했다. 이 모습이 하늘이 배푼 기적이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사람들은 지식을 통해 세상을 보다 더 많이 알고 보다 더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내 앞에서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하얀 연등은 내게 조용히 묻고 있었다. 네가 부모님을 위해 한 일은 무엇인가?하고 말이다. 다시한번 돌아보지만 내 기억 속에 부모님을 위한 효도가 떠오르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하니 내 이웃이나 나라를 위해 한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며 설령 이웃이나 나라를 위한 일이 생각날지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내 삶을 잇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알량한 지식이 나의 눈을 가리며 내 속에 있는 부처를 거꾸로 서기 직전 까지 내 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북한과 포르투갈 경기를 응원하기 직전 명진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생명을 죽이는 전쟁을 우습게 아는 이명박정부에 일갈을 하며 상생과 화합의 정치를 강조하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통해 국민들이나 국토에 끼친 악행은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끝으로 접어야 한다. 


생명을 빼앗으면서 까지 국민을 행복하게 해 준 정권은 세상에 없는 까닭이다.
 백중일이 내게 준 작은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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