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에 관심없는 신세대?
숭례문이 소실되면서 공중파 등에서 연일 방영되거나 보도된 숭례문소실현장을 바라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숭례문소실현장에는 주로 중장년층 아니면 노인들만 보이고 간간히 아이들과 학생들만 보입니다.
제가 이 현장에 가 보았을 때 본 느낌입니다.
이 현장에는 부모님과 함께 온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이 꼬마가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있었는데
이 꼬마의 진심이 묻어나는 방명록 같지 않았습니다. 뒷전에서 '...미안하다'라는 '훈수'가 동원되고 있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한 방송사에서는 아이들이 숭례문 소실을 안타까워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이 들고 있는 공책에는 숭례문에 관한 학습내용이 그림과 함께 적혀있었습니다.
자세한 연출의도는 모르겠으나 제가 본 느낌은 학교에서 배운 '역사의 현장'이 사라져서
안타까운 마음을 담으려 한 것 같았으며 학교에서 역사를 잘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림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은 아이들은 대부분 어른들의 손을 잡고 나온 노인들의 손자손녀 정도며
간간히 중고등학생들과 대학생으로 보이는 신세대들이 노인들 틈에 섞여 있었습니다.
그들 대부분도 이곳에 온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숭례문소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얼굴가득했는데
아무리 둘러 보아도 이곳에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숭례문을 노인들만 사랑했던 것일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러번 이 물음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내린 나름의 결론은 '그럴 수 있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부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부산에서 보냈습니다.
어릴때 부터 늘 동경하던 곳은 서울이었고 서울에 가면 먼저 보고 싶었던 것이 '서울역'이었으며
그 다음으로 '남대문'이었습니다.
나중에 남대문의 현판에 '숭례문'으로 쓰여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서울은 저의 꿈을 실현시켜줄 이상향이었고 마침내 저는 이 서울을 향하여 보따리를 챙겼던 것이나
막상 교과서에서 본 남대문은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았고 초라하게 도시 한가운데를 점유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에게...저게 남대문이야?...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
선조님들의 위대한 혼이 담긴 건축물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별로없습니다.
우리 문화재가 소중하게 느껴진 것은 '한국학'이나 '역사'를 조금씩 외고 다니면서 부터였고
서울에 산재한 고궁들을 둘러 보면서 조금씩 싹트기 시작했으나 그때 뿐이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먹고 살기 바빳고 일에 쫒기던 시절이었는데 문화재를 접할 기회를 잃어 버렸고
휴일이 되면 가족들과 함께 야외로 떠나기 일쑤였습니다.
아이들이 어느정도 장성하고 나서 고궁에 들러서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설명을 깃들여 '일일가이드'를 했으나
아이들은 아버지의 강요(?)에 못이겨 고궁나들이를 했을 뿐입니다.
그녀석들은 '00월드'나 놀이동산을 가고 싶었던 것임을 나중에 제게 말했습니다.
그곳에서 피자를 먹거나 스피게티를 먹으며 콜라를 마시는 게 무엇보다 즐거웟던 것입니다.
역사의 현장에 신세대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럿 있을 수 있지만
제 아이들만 하더라도 '배고픔'을 모르며 자란 세대들이었고
우리나라가 좀 살만해졌다고 하는 70~80년대 이후의 세대들이었습니다.
우리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가속되던 시기였고 정치적 격동기를 겪었던 세대들이었습니다.
이들에게 있어서 '우리의 역사'가 끼어들 틈이 없었으며 고궁은 늘 텅비어 있었을 뿐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티비에서는 '사극'을 통하여 우리의 역사를 조금 엿볼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으나
오히려 극중의 모습은 우리 역사를 더 처참하게 그리고 있었습니다.
일부러 곡해하거나 미화할 필요는 없으나 사극속에 넘쳐나는 중상모략과 파행들은
우리 역사속의 인물들을 '나쁜 아이콘'으로 그리고 있었을 뿐입니다. 물론 모두가 그러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가 고궁이나 우리의 역사현장을 가 볼 기회를 잃었던 것은 또다른 이유 하나가 있습니다.
제가 필요에 의해서 가졌거나 '택함'을 받아서(?) 선택한 '종교적 이유'가 그것입니다.
한시라도 한눈을 팔아서는 안되게 하는 '...위한 기도'는 우리문화를 돌아보게 할 기회를 빼앗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전통문화들을 잊게한 문화속에서 얼마간 살았던 것입니다.
마치 먹고 살기 바빠서 부모님을 자주찾아 뵙지 못한 일들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몰라서 못하고 바빠서 못하고 효를 알만할 때 쯤 되니까 부모님은 곁에 계시지 않는 이치와 같다고나 할까요.
숭례문의 소실은 그렇게 제 곁에 다가왔고 또 사라졌습니다.
우리들의 신세대들은 지금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너무도 어려운 여건들 가운데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 신세대들도 머지않은 장래에 조금의 여유라도 생겨서 그때 돌아볼 수 있는 '우리것'들은
우리들 곁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소실된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선조님들이 남겨주신 소중한 문화유산을 자주 찾아보는 일과
소중하게 잘 보존하고 가꾸어서 후손들에 되물려 주는 일입니다.
우리 선조님들이 그렇게 한 것 처럼...
▶◀ 숭례문을 지켜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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