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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숭례문과 지겟꾼 '바늘과 실' 같아

숭례문과 지겟꾼 '바늘과 실' 같아


숭례문은 소실되었건만 숭례문과 함께 600년을 살아 온 지게는 이제 홀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 지게는 남대문 밖에서 궐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 기억하고 그들이 사용하던 물건들을 져 나르던 물건이었고
우리네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져 나르기도 했던 역사적 산물이기도 했습니다.



남대문시장을 나서면서 본 그 지게들은 예전의 모습에서 많이도 달라지고 발전했지만
오늘따라 그 지게가 서 있는 모습이 쓸쓸해 보였던 적이 있었을까요?...


동녘에서 해 뜨기 전부터 구파발로 해가 넘어갈 때 까지 지고 또 져 날랐던 지게가
오늘 하루동안 왠지 쓸쓸해진 이유를 안 것은 하루를 마감하고 돌아서며 보던 숭례문의 흔적이었습니다.    


늘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의 삶을 지켜보던 숭례문이 간밤의 화재로 사라졌던 것이며
지갯짐을 받치며 일어서며 바라보이던 것도 숭례문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 숭례문은 간곳없고 사람들의 곡소리만 들려 옵니다.


임진왜란을 격으면서도 이 자리에 있었고 병자호란을 격으면서도 이 자리에 있었으며
6.25동란을 겪으면서도 이 자리에서 남대문을 지켜 보았던 지게가 오늘따라 너무도 외로워 보입니다.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어서 지게에 기대어 담배 한모금으로 시름을 날릴 때도
지게와 친구를 해 준 것은 남대문이었고 아이가 좋은학교에 들어 갔을 때 기뻐한 것도 남대문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숨을 거두었을 때 꺼이꺼이 혼자 맘껏 울게 담벼락을 제공해 준것도 남대문이었습니다.


옆집 노파가 다리를 절며 생을 마감할 때도 저 남대문을 바라보며 이 세상을 떠났고
곡절속의 왕들이나 평민들이 수도 없이 바라보고 다녔던 그 남대문은
별을 단 대통령도 다녔고 문민 대통령도 다녔던 길이었습니다.


시인의 외투자락을 흩날리게 하던 모진 찬바람이 불던 날도 저 남대문은 저곳에 말없이 서 있었고
바람난 가시내가 치맛자락을 날려도 모른채 하고 서 있던 남대문이었습니다.


남대문은 그렇게 모든 사람들에게 열린 문이었고 누구도 탓하지 않았습니다.
저 문을 들어서면 지체높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저 문을 나서면 나 같은 상놈들이 살고 있었지만
저 남대문은 그 누구에게도 똑 같은 대우를 하며 그 자리를 지키며 우리와 함께 살았습니다.


지게옆으로 택배차량이 보입니다. 세상이 많이도 변했습니다. 1890년대의 수레가 오늘날에는 택배차량으로 바뀌었습니다.




 누더기가 된 지게...아끼고 또 아낀 애착이 묻어 있습니다.








 지게를 대신하는 퀵서비스가 탄생해도




 지게는 여전히 필요한 물건입니다.
















 

 가트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지게의 삶은 남대문과 함께 600년을 살아 왔습니다.


사람들은 그 넉넉한 품에서 위로 받으며 살아 왔으며
그들의 삶을 떠 받친 위대한 지게가 저 숭례문과 함께 이 자리를 600년간 지켜 왔습니다.  


그렇게 600년을 함께 살아오는 동안 옹기종기 모여살던 이곳은 서울이 되었고
마침내 남대문은 지게를 지게는 남대문을 외면할 수 없었으며 그들은 600년지기가 되었습니다.


그들의 삶을 닦아 준 색바랜 수건이나 잡기장에 기록된 삶의 흔적들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이들은 늘 안부를 물으며 살아 왔는데
어느날 지게를 받쳐놓고 돌아 선 자리에 수의가 놓여 있었습니다.


바삐 살아 온 지게는 600년 지기에게 변변한 수의한벌 해 주지 못하여 넋을 놓고 있었습니다.
엉금엉금 뚫린 수의 사이로 그 친구의 주검이 보였고 주검이 지게에게 임종을 고하는 말을 건넸습니다.


닳고 닳은 이 지게는 남대문이 비운 자리를 여전히 메꾸어 갈 것입니다.



"내가 600년을 사랑해 온 지게야... 먼저 가서 미안하다...나는 그동안...
 네가 곁으로 돌아오는... 모습만 봐도 행복했단다...이제 다시는 너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목놓아 울고 싶어도 울힘 조차 없구나...이런 초라한 모습을 네게 보인적이 없건만...
오늘따라 내가 더 부끄러워지는 건...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내가 없는 동안에도...  너와 내가 늘 만나던 이 자리를 기념해 주면... 더 바랄 게 없구나...!"


지게는 남대문이 검게 그을린 모습이 믿기지 않았고 문상객들의 발길을 붙들며 통곡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홀로 남은 남대문의 바늘과 실 같은 지게는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 갈것인지 깜깜합니다.




 ▶◀ 숭례문을 지켜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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