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로 '사랑고백' 떠나는 유민이 넘 이뻐!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숭례문으로 '문상'을 떠나는 지하철 안에서
나의 앞에 서 있는 이쁜여학생 손에 케잌이 들려 있었습니다.
일부러 들여다 보지 않아도 '성 발렌타인 데이'에 남자친구에게 선물을 할 것 같아 보였습니다.
케잌이 들어 있는 상자 속에는 얼핏 보아도 사탕이나 초콜릿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이쁜 여학생이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준비한 마음의 선물이 틀림없었습니다.
"...저...이거...사진 좀 찍어도 되겠어요?..."
나는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네..."
그녀는 수줍어 하며 촬영을 허락하였다.
"...아저씨...사진은 어디 쓰실려고 그러세요?..."
"...케잌을 들고 있는모습이 너무 이뻐서 내 블로그에 올려 놓고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어서요..."
"...아...네..."
"...지금 학생이죠?..."
"...네...대학교 3학년입니다..."
"...혹시...부탁하나 드려도 될까요?..."
'...무슨...?"
"..괜찮으시다면 이 메모지에 남자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을 좀 써 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무리한 부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내가 건넨 메모지에 자신의 마음을 담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헤 ^^...예쁘게 사랑하자 우리! ㅋ 멀리 있어도 마음만은 늘 가까이 있는 우리가 되자♡ 사랑해 나의 돼지♡ -유민-
"...고마워요...좋은시간 되시구요...참...남자친구랑 결혼할 생각은..."
"..아...아뇨...아직은..."
쪽지 속에 있는 그녀의 이름은 '유민'이라는 이쁜 이름이었다.
어느새 지하철은 유민이가 내릴 왕십리역에 도착했다.
"...아저씨...저...왕십리에서 내리거든요...안녕히 가세요!~..."
유민이는 설레는 가슴을 안고 또 한손에는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 가득담아 왕십리로 떠났다.
그녀의 손에 든 케잌속에 있는 사랑하는 마음들을 남자 친구가 제발 알아주었으면...!
...
요즘은 이렇듯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세상이 되었다.
숭례문으로 문상을 떠나는 나의 발걸음이 가벼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女必從夫하며 살았을 우리네 선조들의 어머니들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하던 풍습이 재현되고 있는 세상이다.
숭례문은 그렇게 궐 문 밖에서 자식들을 기다리며 서 있던 어머니의 모습인데
그 어머니가 불에 탄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도 서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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