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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꽃지 할매 자세히 살펴 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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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지 할매 자세히 살펴 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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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딸이 자라면 엄마가 되고 그 엄마는 다시 할머니가 되었다. 할머니는 세상의 약손이었다. 명절이 되어 과식이라도 하여 배가 아프면 할머니는 나의 배를 어루만졌고 할머니의 손길을 따라 어느새 잠이 들었다. 잠이 깨고 나면 곁에서 빙그레 웃고 계셨다. 어떤때는 달 밝은 밤에 뒷뜰에 있는 화장실로 손자를 따라 나갔다. 정월대보름 달이 환하게 밝아 대낮같이 환하게 밝은 밤에도 쓸데없이 '달걀귀신' 이야기로 무서워진 화장실은 발판 아래로 누군가 금방이라도 불쑥 얼굴을 내밀것만 같이 무서웠다. 할머니는 화장실 밖에서 나의 안부(?)를 무시로 물어보며 달래주었다. 참 오래전의 일이다. 유난히도 개구장이였던 나는 어른들에게 혼날짓을 많이도 해 종아리를 걷고 회초리를 맞으면 늘 내 편이 되어 주었다. 아이를 왜 때리느냐며 아버지를 오히려 나무랬다. 그리고 할머니만의 방법으로 늘 나를 구원해 주었다. 할머니는 안방문을 열어 나의 탈출구를 만들어 주셨다.
 
"얼릉 도망 가!..."

눈치를 보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아파 소리지르는 나를 밀치듯 탈출구로 내 미셨다. 나는 맨발로 마당으로 도망쳤다. 얼마 후 동구밖에서 훌쩍이고 있으면 할머니는 까만 고무신을 들고 오셨다. 그리고 나를 데리고 동네를 한바퀴 돌다가 다시 할머니 방으로 피신(?) 시켰다. 할머니 방은 피난처나 다름없었고 나는 아버지의 노여움이 가시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헤헤 거렸다. 할머니는 내게 구세주와 다름없었고 배탈이 날 때 마다 약손이 되어 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귀찮은 일이었을 텐데 할머니는 귀찮은 내색은 커녕 손자가 그렇게 귀여웠나 보다. 그 할머니를 '할매'라고 불렀다. 세상의 딸은 자라나면 엄마가 되고 다시 할머니가 되어 죽을 때 까지 자식들 뒷바라지를 했다. 세상 그 어떤 딸이던 엄마던 할머니던 태어날 때 부터 세상의 사악한 기운 전부를 물리치는 특별함을 타고 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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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는 할매 할배 바위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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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할배 바위가 서서히 잠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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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 때 사람들이 할매 할배 바위에 오면 길을 열어 할매 할배 품에 안길 수 있었지만
모처럼 마음먹고 할매 얼굴을 가까이서 보려고 하니 바닷물이 길을 막고 있었다.

할매가 나를 멀리하는 것일까? 그럴리가 없었다.  
세상 사람 모두가 그렇게 해도 할매는 그럴 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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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는 내 앞에서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셨다.

"할매!...어디 갔다 인자 와..."

나는 앙탈을 부리듯 할매를 나무랐다. 할매는 빙그레 웃고 계셨다.

"에구...내 강~쥐..."

할매는 내 볼을 만지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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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이도 본 얼굴이지만 할매 얼굴을 요리 조리 뜯어 보기는 처음이었다.
할배는 애시당초 기억에도 없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할배는 돌아가셨고
할매는 아들 셋을 낳고 청상과부로 사셨다.

그래서인지 내게는 할배에 대한 까닭없는 그리움 보다
할매가 가슴속 가득 그리움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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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지 할매를 보니 불현듯 할매에 대한 그리움이 복받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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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가 돌아가신 후 할매의 초상화는 안방에서 늘 미소를 짓고 계셨지만
꽃지 할매를 보니 할매의 주름살 너머로 환하게 웃으시던 일들이 주마등 처럼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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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외로웠으면 할매는 곰방대를 물고 계셨다.
오래전 지아비를 잃은 다음
 할매는 곰방대에 풍년초를 말아 넣고 늘 그리움을 삭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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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가 피운 그리움은 할매방 가득했는데
툇마루와 할매방 안쪽에 걸어 둔 메주 냄새와 같이
할매 냄새는 늘 퀴퀴한 곰팡이 냄새 같았다.

그런데 오늘 따라 꽃지 할매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 냄새가 너무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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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딸로 태어나 엄마가 되고 아들 셋을 낳아 지아비를 잃고
손자에 증손자 고손자 까지 할배와 함께 지켜 봤으면 했는데
그렇게 누리는 행복도 혼자라면 외롭다 하셨던 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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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할매의 그리움들이 밀물이 되어 꽃지를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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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혼자 실컷 우시게 놔 둬야 했을 텐데
버르장머리 없는 손자가 하필이면 바람 소리에 숨죽여 우시는 할매를 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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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가 우시는 모습을 보니 세상의 딸들이 우는 모습 같다.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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