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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힌 '광평대군' 묘역 다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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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덮힌 '광평대군' 묘역 다녀 왔습니다
-가시가 목에 걸려 죽은 비운의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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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눈이 오시면 제일 가 보고 싶었던 곳이 광평대군 묘역이었습니다. 새하얀 눈 속에 편안히 잠들어 있는 조선의 왕자를 보고 싶었던 것이죠. 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우선 정치가 안정되면 세상이 조용할듯 싶었고 정치와 무관하게 요절한 비운의 조선국 왕자가 잠든 묘역을 바라보면 마음이 다소 차분해질 것 같았거든요. 서울에 대설 소식이 있었지만 눈발만 날리던 어제(30일) 오후 광평대군(1425~1444) 묘역이 있는 서울 수서지역 일원동 소재(서울특별시 강남구 수서동 산 10-1, 10-6, 8, 9) 광평대군 묘역을 찾아가는 길은 겨울 날씨답게 차가웠으며 곳곳에 흰눈이 쌓여있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작년 봄 이곳을 찾은 후 묘역 곁을 수없이 지나쳤지만 눈이 오시기를 기다린 끝에 마음먹고 발길을 옮긴 것입니다.

아래 <서울시문화재>에 등재되어 있는 기록과 같이 광평대군은 세종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나 문장은 물론 활쏘기와 격구 또한 잘하고 음률과 산수에 밝아 특히 부왕의 총애를 받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세종의 첫째 아들은 문종이며 둘째는 수양대군 셋째는 안평대군 넷째는 금성대군이었는데 요절의 이유가 너무 황당한 모습이었습니다. 밥을 어떻게 먹었길래 가시가 목에 걸려 죽다니요. 그때 나이가 겨우 20살이군요.

역사는 아이러니 해서 문종이 갑작스럽게 죽게되자 12세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게 된 '단종'은 모후가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왕실 내에서 자신을 후원해줄 수 있는 세력이 매우 약한 상태였으므로, 당시 정승이었던 황보인.김종서.정분 등에 의존하여 정치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당시 종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었던 '수양대군'과 정치운영 면에 있어서 상당한 마찰을 빚은 게 결국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 것이죠. 광평대군이 왕위 계승자는 아니었지만 만약 요절을 하지 않았다면 조선의 역사가 조금은 다르게 쓰여졌을 게 아닌가 싶어 광평대군 묘역으로 발길을 옮길 때 생각을 끄적이고 있는 것이며 아직도 어린 단종을 쫒아낸 수양대군에 대한 미움이 그대로 전해진 것일까요?


광평대군묘역에는 세종의 다섯째 아들인 광평대군과 그의 부인 영가부부인(永嘉府夫人) 신씨(申氏)의 묘를 비롯하여 태조의 아들인 무안대군(撫安大君) 방번(芳蕃), 그리고 광평대군의 아들인 영순군(永順君)을 비롯한 종문 800여기의 묘소가 같이 있다. 또한 이 곳은 종가 재실(齋室)의 오랜 가옥이 있는 공동묘역으로서, 이 때문에 마을을 궁말[宮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광평대군의 이름은 여(璵), 자는 환지(煥之), 호는 명성당(明誠堂)으로, 세종 7년(1425) 5월에 탄생하였다. 세종 14년(1432) 정월에 광평대군으로 봉해졌으며, 5년 후에는 세종의 명으로 후사가 없는 공순공[恭順公, 후의 장혜(章惠)] 방번의 봉사손(奉祀孫)으로 입양되었다. 어려서부터 학문에 힘써 온 대군은 문장은 물론 활쏘기와 격구 또한 잘하고 음률과 산수에 밝아 특히 부왕의 총애를 받았다.

무안대군의 봉사손으로 입양된 후에는 안암동(사당말)에 양부의 사당을 짓고 그 후 7년간을 기거하였다. 동지중추부사 신자수(申自守)의 딸과 결혼하여 영순군 부(溥)를 두었으나 세종 26년(1444) 창진(瘡疹)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시호(諡號)는 장의(章懿)로 장(章)은 경신고명(敬愼高明)을, 의(懿)는 온유현선(溫柔賢善)을 의미한다. 광평대군의 묘는 처음에 경기도 광주 서촌 학당리(현 강남구 삼성동 선릉 부근)에 있었는데 연산군 원년(1495) 3월 이곳이 성종의 왕릉인 선릉(宣陵) 터로 정해지면서 광수산(光秀山)의 지금 위치로 이장되었다.

광평대군과 부인 신씨의 묘소는 높은 언덕 위에 각각의 무덤으로 되어 있다. 장대석으로 단을 쌓은 위에 봉분이 놓여져 있고, 그 아래에 묘비와 낮은 받침돌을 둔 혼유석(魂遊石)이 갖춰져 있다. 하단에는 2기의 장명등(長明燈)과 우측에 신도비(神道碑), 그리고 또 한 단 아래 좌우로 문인석(文人石) 2구가 세워져 있다. 이와 같이 단을 쌓은 위에 봉분이 있는 양식은 양녕대군(讓寧大君)이나 효령대군(孝寧大君)의 묘소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것으로, 조선 초기 대군묘(大君墓)의 규모나 규범을 참고하는데 매우 귀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도비는 명종 7년(1574)에 세운 것으로 비문은 심의겸(沈義謙)이 짓고, 두전(頭篆)은 박렴(朴簾)이 썼다.

대군의 묘 아래에 있는 제각(祭閣)의 동쪽에는 '廣州治西光秀山李氏世葬記(광주치서광수산이씨세장기)'란 이름의 세장기비(世葬記碑)가 있다. 이는 숙종 21년(1695)에 조사한 186기 무덤의 위치를 조사한 내용을 평양부윤(平壤府尹)을 지낸 후손 이유(李濡)가 짓고, 이담(李湛)이 쓴 것을 비석에 새긴 것으로 가족 묘소로서의 오래고도 광대한 면모를 알려주는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이 묘역은 서울이나 근교에 현존하는 왕손의 묘역 중 가장 원형에 가까운 것이며, 분묘와 비석, 그리고 부속물들은 조선시대 분묘 내지 석비 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학술적 가치가 있다.


서울문화재 http://sca.visitseoul.net/korean/relics/i_mausoleum09003.htm


 광평대군의 형제들 중 안평대군 용(瑢)과 금성대군 유(瑜) 등이 단종과 가깝다는 이유로 수양대군으로 부터 유배되거나 사사되어 제거되었는데, 광평대군은 단종의 피바람을 피했지만 엉뚱한 사인으로 죽게 되었습니다. 만약 광평대군이 요절을 하지않았다면 이들 형제들이 연합하여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을 좌시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광평대군이 죽음을 맞이한지 565년이 지난 오늘날은 왕권이 아니라 세상이 많이도 변하고 별의 별 역사적 사건을 다 겪으며 대통령제가 되었는데, 이번에는 왕위 계승자가 아니라 대통령의 독재적 정책 수행이나 정파들에 의한 당리당략 때문에 세상이 어수선 하고 수양대군이 일으킨 계유정난과 다름없는 비민주적인 권력의 횡포가 공공연 하게, 그것도 1년 내내 횡횡하고 있는 모습이어서 '권력의 난'에서 일찌감치 제외된 광평대군의 눈내린 평온한 묘역이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눈 덮힌 광평대군 묘역 편안히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  


눈 덮힌 '광평대군' 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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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09년 12월 마지막 날이군요. 2010년 새해는 '흰호랑이띠, 白虎'의 해라고 합니다. 60년만에 찾아오는 좋은 해라는 것이죠. 나라의 통치자가 옳바른 생각과 옳바른 행동을 하면 광평대군 묘역에 내린 하얀 눈처럼 세상이 온통 평화로워 보일 것이지만 그러하지 못하다면 우리는 다시금 권력의 난을 보는듯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우를 범하게 될 터인데 새해에는 국운이 왕성하여 우선 최고 통치자가 먼저 변하는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

* 촬영협조를 해주신 전주이씨 광평대군파 종손 관계자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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