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땅끝 '고드름'이 있는 겨울풍경
이번 주말은 모처럼 크리스마스 연휴가 예정되어 있어서 어느때 보다 따뜻한 연말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함박눈이라도 쏟아져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하면 정말 낭만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질 텐데요. 이제 분위기는 특정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고 최근 서울지방에서는 서해안이나 호남지방 또는 제주도 지역 등과 같이 함박눈을 기대할 수 없는 기후변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추억속의 풍경이 되고만 것이죠. 뿐만 아니라 요즘 도시의 풍경은 예전과 달리 지붕이 없는(?) 구조여서 처마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고드름을 만날 수 있기란 매우 힘들게 되었습니다.
겨울에 만날 수 있는 풍경은 기후변화 뿐만 아니라 의식주의 변화도 한몫 거들어 고드름은 진귀한 풍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남미여행중에 만났던 고드름이 있는 겨울 풍경을 앞에 두고 요즘 보기 힘든 풍경을 추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드름이 있는 겨울 풍경의 장소는 남극에서 제일 가까운 지역의 지구 땅끝 도시 '우수아이아'의 한 민박집 창문에서 바라 본 '비글해협'의 모습입니다. 새벽에 한바탕 함박눈이 쏟아진 후 눈이 그치자 민박집에 피워둔 난로의 열기 등이 지붕에 있는 눈을 녹이며 지붕의 처마끝으로 고드름을 열게 만든 것이죠.
구글어스를 통해 본 지구 땅끝 도시 우수아이아의 위치(화살표시)를 감안하시면 지구의 기온변화가 눈에 두드러지게 변하고 있는 모습을 알 수 있고, 최근(2006년 현재)에는 그나마 이 지역에서도 예전과 같은 적설량을 보이지 않아 여행중 우수아이아에 있는 스키장들도 관광객들을 유치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는 게 현지인들의 설명이었습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촌 곳곳의 풍경을 점차 바꿔놓고 있는 모습이며 이대로 가다간 고드름과 같은 풍경은 그림 속에서만 남던지 아니면 극지방 가까이에 살아야 볼 수 있는 진풍경으로 변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다시금 들여다 봐도 민박집 창문에서 내다 본 지구 땅끝마을 우수아이아의 풍경은 정겹기만 하고 난로 옆에 앉아 사는 이야기를 오손도손 주고 받으며 와인을 주고받던 기억들이 잊혀진고드름 풍경만큼이나 그리운 시간입니다. 삭막한 도시에서 탈출하여 꽤 오랜시간 동안 이런 풍경속에 갇혀 지냈으면 하는데, 이번 주말 연휴기간에 이렇듯 낭만적이고 정감있는 풍경속에서 잠시만이라도 지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새벽이군요.
민박집에서 눈을 돌려 바라본 우수아이아의 풍경입니다. 멀리 '마셜빙하 Glaciar martial'가 있는 산봉우리가 보이는데요. 그 골짜기 아래 숲속에 있는 리조트 호텔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모두 죽을 쑤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민박집에서 걸어서 가면 1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인데 이제는 설국으로 변한 눈 풍경 보다 저 언덕에서 내려다 보는 비글해협 풍경이 훨씬 더 아름답고 낭만적이더군요. 지구 땅끝 건기가 끝나고 우기가 시작되는 시점의 우수아이아 풍경은 최소한 가까운 과거에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광경인데 왜 이렇게 삭막한 모습으로 변해 궁시렁 거리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서울에는 눈이 오지않았다 이거죠. ^^ 마셜빙하 골짜기로 이동해 남극과 가까운 불의 땅 우수아이아를 내려다 볼까요?
마셜빙하가 있는 스키장 언덕 호텔 리조트에서 바라 본 우수아이아 항구의 모습과 비글해협의 풍경입니다. 남아메리카 땅에서 평온하게 잘 살던 인디오들은 마젤란 등이 이 해협을 오가는 동안 거의 멸종되다 시피 죽임을 당했고 이곳 빙하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지구 땅끝 도시 우수아이아에 새롭게 둥지를 튼 이방인들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집에서는 고드름이 눈물처럼 열리며 사라지는 겨울 풍경과 함께 또다른 운명을 맞이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눈물마저 마른 도시 일까요? 고드름도 없고 함박눈도 없고 진눈깨비도 없고 매마른 한파만 불어 닥치는 일만 반복하고 있어서 지구 땅끝 고드름이 있는 겨울풍경을 끄집어 내 놓고 궁시렁 거리고 있는 것입니다. 암튼 이번 주말에는 열심히 일한 여러분들이 만사를 제쳐두고 가족이나 친구나 연인들 끼리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만끽하는 그런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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