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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친구에게 전한 '비밀' 아내에게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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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에게 전한 '비밀' 아내에게 미안했다

부부는 흔히들 '무촌' 관계라 합니다. 촌수가 없다는 말이니 그만큼 가깝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무촌이라는 말 뜻에 내포된 진실 하나는 '나 하고 아무런 관계가 없는' 관계가 또한 무촌이라는 것이죠. 죽자 살자 사랑하며 결혼에 성공하고 또 아이를 낳고 키우며 알콩달콩 살고 있는 부부는, 이렇듯 두가지의 모순된 관계를 유지하고 살고 있다고나 할까요? 무촌 관계의 부부는 그래서 일면 '비밀'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사사건건 비밀을 공유하며 산다고 딱 잘라서 말할 수도 없는 것이죠.

비밀이란 자신의 입에서 떠나는 순간 이미 비밀이 아니니 가까운듯 멀어 보이는 부부사이는 그래서 해야할 말과 하지 말아도 될 이야기를 구분지어서 하는 게 좋은데 부부 중에서도 남성들은 대개 부부싸움이 일어나도 해서 득이되지 않는 말은 잘 하지 않는 편이지만 여성들은 부부싸움을 통해 하지말았어야 하는 말을 쉽게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말들은 결국 '털어 놓고' 보니 득도 되고 실도 되어 부부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해 주는가 하면 가슴에 비수를 꼿듯 상처를 입는 말 한마디 때문에 결국 나 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게 된 이혼에 이르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부부관계에 대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용들을 끄적이고 있는 이유는 다름이 아닙니다. IMF 직후 부산에 살던 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근황을 물어보며 술잔을 기울이다가 친구의 교통사고 이야기가 화제가 되면서 그가 '아내에게 미안했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는 교통사고로 죽음 직전 까지 갔던 교통사고 전말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림은 본문의 내용과 관계없는 자료사진 입니다.

"...내 차가 공중에 붕~뜨는 그 짧은 찰라의 순간에 내가 살아왔던 과거가 영화속 필름처럼 사라지는데 그 필름 속에 마지막으로 보인 게 아이들 모습 뿐이었다. 마누라의 모습은 왜 안보였는지 몰라. 아마 이런 이야기를 마누라 한테 털어 놓으면 얼마나 실망하겠나?..."

비교적 늦게 결혼한 그 친구는 아마추어 복서 출신이었고 아내 밖에 모르는 친구였습니다. 그는 아내가 운영하는 꽤 큰 식당에서 일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서 IMF 직후 잠시 택시운전을 하게 됐는데, 부산의 동래 온천장에서 승차한 손님을 양산 까지 데려다 준 후에, 양산국도를 따라 귀가 하던 중 마주오는 자동차를 피하다가 그만 하천으로 돌진하게 됐던 것입니다.

그가 국도변 옆 하천 바닥으로 추락하는 그 짧은 순간에 "...이렇게 해서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든 것과 동시에 아이들의 얼굴이 마지마으로 떠 오르며 하천 바닥으로 추락했던 것이죠. 다행인지 그의 자동차는 뒤집어지지 않은 채 그대로 하천 바닥에 착륙(?) 했는데 자동차는 두동강이 나고 말았고, 그는 척추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고 2년 이상의 치료를 받고 무사히 퇴원하여, 건강한 모습으로 친구들 앞에 나타나 자동차 사고의 전말을 늘어 놓으며 "...정말 마누라 한테 미안 하더라"라는 말을 남겼던 것입니다.

 말 수가 비교적 적었던 그 친구는 자신이 다시 살게되어 너무 기쁜 나머지 전에도 그랬지만 그 전 보다 아내가 더욱더 사랑스러웠고 아이들이 그 어느때 보다 이뻐 보였다고 했지만, 그로부터 불과 몇년 후 자동차사고 후유증이 아닌(과도한 약물치료 때문이었을까요?) 간경화로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친구도 아니었는데도 말이죠. ㅠ

부부관계가 무촌이라서 나 하고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여기시는 분은 없겠지만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이런 사정은 여성들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때 여성들은 "...남편에게 미안했다"라는 말을 하게 될까요?...자신이 사랑했던 대상과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대상은 서로 다른가 봅니다. 사는 이야기를 모니터 하다가 뜬금없이 생각난 '친구' 때문에 끄적인 글입니다. 내가 친구의 입장이 되었으면 어떤 사람들이 마지막 까지 기억될지 궁금 하기도 하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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