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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신데렐라와 다른 줌마렐라 빼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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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데렐라와 다른 줌마렐라 빼빼로

어제 오후 가까운 수퍼마켙에서 두부 등을 쇼핑하고자 들렀는데 물건을 고른 후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재미있는 모습이 눈에 띄어 몇자 끄적이고 있습니다. 저 보다 앞에 있던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커다란 종이상자에 든 물건을 계산대 앞에 내밀었는데 가까이서 본 상자 겉 표면에는 빨간 바탕에 '빼빼로'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그때 까지만 해도 무심코 바라봤지만 그 종이상자에는 빨간 리본이 장식되어 있는 모습 때문에 내일(그러니까 오늘)이 '빼빼로 데이'라는 날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빼빼로를 계산대 앞에 내민 중년 남자는 점퍼 차림이었는데 슬쩍 말을 걸어 보았습니다.

"...아저씨...저거...누구 한테 선물 하려는 거죠?..."

그 남자는 힐끔 저를 돌아보더니 간단하게 한마디 했습니다.

"...선물 하려구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Lucian Freud

"...선물하려는 건 알겠는데 누구 한테 선물하세요?..."

그 남자는 참 별 거 다 묻네 하는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한마디 던졌습니다.

"...우리 여직원 한테요..."

"...에이...여직원이라면...이쁜것들도 많이 있던데...(그거 사 주지...)"

그 남자 표정을 보니 조금은 '쪽 팔린다'고 생각했던 것이었을 까요? 그 남자는 참 별 거 다 묻네 하는 표정으로 다시 퉁명스럽게 한마디 던졌습니다.

"...아가씨가 아니라 아줌마 거덩요?!..."

(허거덩!...)

사용자 삽입 이미지
Lucian Freud: Benefits Supervisor Resting 1994, Oil on canvas. 160x150 cm

그 남자는 작은 기업의 사장이었고 빼빼로데이를 기념하기 위해 수퍼마켙에서 빼빼로를 구입하고 오늘 아침에 쨘!~하고 깜짝쇼를 펼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경제도 어려운 요즘 작은 기업일지라도 챙길 건 다 챙겨야 하는 가 보다 하고 생각했지만 기왕이면 럭셔리한 제품을 구입하여 선물하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아니 받는 '아줌마' 기분도 째질 것인데, 자잘하다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와 함께 신데렐라 같은 아가씨와 천덕꾸러기 같은 줌마렐라에 대한 사회적 대접(?)이 이렇듯 차이가 나는구나 싶은 생각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무슨 데이 무슨 데이 하며 별의 별 데이를 다 만든 얄팍한 상술에 휘둘리는 현재인들이 못마땅 하기도 했지만 기왕에 만든 '이벤트 데이'라면 마음이라도 좀 담아 선물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나마 이런 선물 조차도 못받을 줌마렐라를 생각하면 삐칠 줌마의 얼굴도 떠오르지만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
Lucian Freud, quoted by Michael Kimmelman

그래서 포스팅 속에 등장하는 영상과 함께 그림을 들고 나왔는데요. 그림을 그린 화가는 유명한 '루시안 프로이드 Lucian Freud' 라는 사람이 그린 작품입니다. 그는 뚱뚱한 여성들의 누드를 주로 그리고 있는 사람인데(모델은 친구, 가족, 동료 화가들, 애인, 혹은 아이들도 있다), 요즘 가끔씩 들르는 온라인 미술전람회장 입니다. 공짜 거든요. ^^ 뭐 공짜라 해서 가끔 들르는 게 아니라 그의 작품 속에 녹아있는 줌마렐라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애정이 돋보이는 작품들 때문이었습니다. 결혼한 사람들이 오래되면(?) 일상에서 늘 만나는 모습이지요. ^^

빼빼로 데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작품들은, 자신의 회사에 근무하는 아줌마 직원에게 싼 제품(?)의 빼빼로를 선물하는 것 처럼 각박해 보이는 정서와 달리, 풍부한 살집의 아줌마 모습을 통해 모델이 된 줌마의 넉넉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자랑하듯 그려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이 작품을 보는이로 하여금 빼빼로가 시사하는 것 처럼 '말라깽이' 같이 빈티가 나는 게 아니라, 넉넉할 수 밖에 없는 줌마의 모습과 함께, 줌마렐라가 사회생활을 겪으면서 희생한 대가의 결과가 우리 사회를 넉넉하게 살찌우게 한 원동력 임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그러나 보통의 여자와 다른 줌마라고 하여 신데렐라와 줌마렐라로 불리는 아줌마도, 여전히 빼빼로 데이에 화려한 포장이 된 럭셔리한 선물을 받고 싶어하는 여성이라는 것을 안다면, 작은 기업의 사장님의 빼빼로 선물은 어딘가 허전한 구석이 있는 것으로 보여졌습니다. 그러나 하지만 오히려 일부러...아줌마 직원을 위해 수퍼마켙에 들른 사장님의 모습을 보면 괜히 따뜻해 보이는 풍경이었습니다. 줌마렐라는 껍데기만 럭셔리한 빼빼로 보다 사랑의 마음이 듬뿍 담긴 빼빼로를 더 좋아 한다는 거... ^^*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루시안 프로이트 (Lucian Michael Freud : 1922년 12월 8일~)는 독일 태생(유대인)의 영국 사실주의 화가로,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였던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손자이다. 2008년 5월, 그의 초상화 작품 'Benefits Supervisor Sleeping' (1995년작)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3천 3백 6십만 달러(약 351억원)에 팔려, 생존해 있는 화가의 작품으로는 세계 최고의 판매 가격을 기록했다.(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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