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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시간의 '무덤' 있다면 이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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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의 '무덤' 있다면 이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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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체도 없고 맛도 없으며 냄새도 없고 소리는 물론 촉감이나 시각도 없는 시간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어제 오후 안사람과 함께 건강검진을 받으려 집을 나선 후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제 기준 입니다. ^^)에서 자동차를 세울 수 밖에 없는 풍경과 마주쳤습니다. 그곳에는 빗자루를 든 아저씨 두분이 시간을 쓸어 모으고 있었습니다.  



형체도 없고 맛도 없으며 냄새도 없고 소리는 물론 촉감이나 시각도 없는 시간을 어떻게 빗자루로 쓸어 담느냐구요? ^^ 제 눈길을 사로잡은 건 그림과 같이 플라타너스 잎이 가득한 모습인데요. 한이틀 비가 오시고 바람이 불어 도로 가득한 잎들은 아저씨 두분이 연신 빗자루질을 하며 한곳에 쓸어 모아도 돌아서면 또 다시 떨어지곤 했습니다. 나뭇잎들이 작정들을 했는지 너도 나도 앞다투어 떨어지는 모습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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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시간의 무덤이 있다면 아마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체도 없고 맛도 없으며 냄새도 없고 소리는 물론 촉감이나 시각도 없는 시간이, 봄 부터 가을 까지 깃든 곳이 나뭇잎이며 그 나뭇잎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면서, 아저씨들 손에 쓸려 둥그렇게 모여 마치 무덤처럼 쌓이는 모습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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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 시간들은 나뭇잎에만 깃든게 아니라 우리들에게도 알게 모르게 깃들어, 세월의 깊이 만큼 주름을 만드는가 하면 보다 성숙해 가는 과정을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디서 부터 비롯되었는지도 모를 시간은 나뭇잎에도 깃들어 저렇듯 도로 한편에서 몸을 뉘며, 당신에게 주어진 모든 여정을 마무리 하고 있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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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들은 얼마나 재밋기도 했는지 악기 속에 깃들면 음악이 되고 나뭇잎에 깃들면 바람소리로, 또 아이들에게 깃들면 꺄르륵이며 웃기도 하고 엉엉 소리내어 울기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책 속에 깃들면 신화를 만들며 또다른 세상을 만들기도 하고 악마의 가슴에 깃든 시간들은 늘 불안과 초조와 근심과 공포와 의심 따위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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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뿐일까요? 형체도 없고 맛도 없으며 냄새도 없고 소리는 물론 촉감이나 시각도 없는 시간이, 요정에게 깃들면 세상은 보다 아름답고 보다 사랑스러워 천국같이 변할 것이며, 하루 품앗이를 하는 늙고 병든 사람들에게 깃들면 하루가 천년의 세월과 같이 힘들 것이며, 청년들의 가슴속에서는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드는 신비로운 힘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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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은 각각 처한 입장에 따라서 피리소리를 낼 수도 있고 북소리를 낼 수 있는 천의 얼굴을 가진 녀석인데, 제 앞에서 뒹구는 나뭇잎에 깃든 시간들은 누렇다 못해 짙은 갈색으로 초라하게 변했고 빗자루에 쓸려 무덤 같이 쌓여있는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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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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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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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에 깃든 시간이 생명을 다하면 이런 모습과 다를 바 없을 텐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아직도 우리는 시간을 거부하며 가지끝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나뭇잎을 닮아있었고, 이번에는 나의 차례 임에도 불구하고 등을 떠밀며 타인을 앞세우고 있는 모습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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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시작한 여행인지도 모를 시간들이지만, 11월 초 어느날 문득 제 앞에서 뒹굴고 있는 나뭇잎을 보며 시간을 걱정할 때가 되었으니 바람이 부는 날만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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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 때 마다 지그재그로 떨어지며 마지막 비행을 하는 모습이 세상과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모습처럼 애잔해 보입니다. 그 모습들을 보며 시간에도 그들의 주검을 기념할 무덤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었으며, 그 무덤은 늦은 가을 우리곁에서 소리 소문없이 빗자루에 쓸려 봉긋 솟았다가 이렇듯 영원히 우리곁에서 사라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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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처연한 장례식이 거행되는 길 곁에서 그들을 조용히 떠나보내며 또 다른 시간 앞에서 겨울을 재촉하고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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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09년 11월 2일, 오후 1시경 제 눈 앞에 펼쳐진 시간의 무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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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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