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토론 '전여옥' 내 보낸 이유?
정치는 도대체 어떤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빨간색 아니면 파란색? 그것도 아니면 노란색?...다 틀렸다. 한마디로 말하면 빨간색과 노란색과 파란색이 조합된 '시퍼런색'이었고, 마치 누군가에게 심한 일격을 당해 눈두덩이에 시퍼러쭉쭉한 멍이 든 것과 같은 자국이 정치의 정체성이랄까? 채널을 돌리다가 모처럼 100분토론이 방송되는 채널 앞에서 새벽 1시 까지만 100분 토론을 지켜 봤다. 티비를 지켜보자니 고통이 너무 심하여 더 이상 지켜보지 못하고, 정치의 정체성을 언급 등을 하며 100분 토론 초반을 수 놓았던 몇가지 이야기를 놓고 끄적이다가 잠들 예정이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서거 후 나는 정치판에 환멸을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정치가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준다거나 희망을 준다는 건 애시당초 정치적인 이야기에 불과하여 정치가 '시사'하는 모습은 모두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 게 故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이 있었다. 참으로 추악한 일면이었다. 그 정도야 익히 알고 있는 터지만 너무도 뻔한 속셈들이 치부를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을 위한 정치'라는 건 '정치인들을 위한 쇼'라고 굵은 대못을 박아 버린게 정치판에서 등을 돌린 가장 큰 이유였다.
이런 사정은 비단 정치인들에게 국한되지 않고 정치에 빌붙어 정치적 이익을 노리는 저널리스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고 언론과 방송은 말할것도 없었다. 따라서 '민주'를 들먹이는 집단이나 개인에 대해서 환멸을 느끼던 차에 100분 토론이 방송되고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전여옥이 출연하지 않았다면 지리멸렬 하고 결론도 없는(결론이 있어 봤자다.) 100분을 지켜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여옥은 나의 바람대로 최소한 30분 이상의 시간을 티비 앞에 붙들어 놓았다. 무엇이 나를 100분 토론(토론 맞나?)쇼 앞에 붙들어 놓은 것일까? 이틀전에 끝난 재보선의 결산 발언 때문이었다. 우선 모두 발언이 시작되기 전 전여옥의 발언이 신선(?)했다.
"호호...가문의 영광이네요...ㅋ"
100분토론에는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패널로 참석했기 때문에 전여옥 대 전병헌의 게임이 시작된 것을 두고 전여옥이 키득였다. 나는 이 자리에 전두환이 참석했드라면 매우 빛나는 가문의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병헌 의원에게는 매우 불쾌한 좌석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리고 전여옥의 발언이 이어졌다.
"...경험해 보지 않았어요?"
민주당이 대선 등 선거에서 패배한 경험을 말한 것일 텐데, 나는 전여옥이 말한 '경험'을 들으면서 얼마전 테러를 당했다며 엄살을 피우던 시퍼러쭉쭉한 자국의 멍이 든 전여옥을 상상하기에 이르렀다. 정치인들은 얼마전에 일어났던 일 조차 쉽게 망각하는 동물들일까? 싶은 생각이 금방 뒤 따랐다. 그리고 전여옥은 "...(정권을 잡기 위해) 10년의 세월을 배고프고 어렵게 보냈다."라고 전제한 뒤 재보선의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당연히 앞으로 이어질 토론에 대한 복선이 깔려있는 발언이었다. 그건 '다수결원칙'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작은 술책이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원칙을 중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금방 튀어 나왔다. 그러자 전병헌은 '소수의 의견'을 중시해야 한다며 다수결 원칙은 '전체주의적인 발상'이라며 맞불을 놨다. 그런 후 전여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의석수를 지적하며 국민이 선택한 결과며 다수결의 결과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문제의 '세종시' 문제가 뒤따라 나왔다. 조마조마 했다.(사실 내가 조마조마 할 일이 아니었다.) 전여옥의 느긋한 척 하는 발언이 금방 나를 힘들게 했다.
"...세종시...지난 대선에서 이슈 안됐어요!..."
"...오랜만에 충청도민이 뭉쳤네요."
전여옥은 당장 오늘 아침에 쏟아질 비난을 감수한 건지 거침없었다. 나는 세종시가 지난 대선에서 이슈가 되지 않았다는 전여옥의 발언을 듣자 마자 티비를 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전여옥의 발언 뒤에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위태롭게 벼랑끝에 서 있는 모습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이슈가 되었던 것은 세종시가 아니었던 것은 분명했다. 그럼 뭔가? 대한민국 초등학생 부터 연로하신 어른들 까지 모두 다 아는 사실이었다. 새삼스럽게 전여옥이 지난 대선의 이슈를 일깨우고 있었던 것이다. 굳이 100분 토론 현장에서 한마디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면 '4대강 정비사업'은 이슈가 되었던 것인가? 빨리 끄적이고 잠이나 자야겠다.
4대강 정비사업은 지난 대선에서 이슈에서 벗어난 경부대운하가 변질 된 사업이고, 세종시는 노무현 참여정부가 행정부처를 옮겨 서울의 과밀화 현상 등을 막아보려고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고자 했던 것일 뿐이다. 그런데 한나라당과 이명박정권이 이를 호도하며 왜곡하려고 정운찬을 끌여 들였다는 건 삼척동자만 모를 뿐이다. 이 까지는 100분 토론에서 나온 전여옥의 발언을 참고 삼아 끄적인 글일 뿐이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다.
재보선이 끝났다. 사실상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의 참패였다. 한나라당이 양산과 강릉에서 어렵사리 2석을 건졌지만 그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이나 이명박정권이 수도권에서 참패를 당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 매우 크다. 대선의 당락 여부를 결정짓는 민심은 주로 수도권의 표심이기에 더욱더 그렇다. 특히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시킨 한나라당이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의 승리가 절실했던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참패했고 민주당 정세균 대표나 당직자들이 웃음을 지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아울러 헌법재판소가 비록 권력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지만 국민들이 이를 용서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 금번 재보선 표심이었다.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면 헌법재판소는 일찌감치 폐지되어야 마땅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전여옥이 '다수결의 원칙'을 내세우며 '대의민주주의'가 마치 다수결원칙으로 완성되는 것 처럼 호도하는 이면에는 아직도 우리나라의 정치 행태나 풍토가 중앙당을 중심으로 조직을 갖추면 완성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데서 비롯되고, 헌법재판소나 검찰의 조직 등 관직도 정치풍토를 닮아 법 외적인 판단을 일삼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으로 재보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이나 정부가 굳이 100분 토론에 전여옥을 내 보낸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한나라당 등이 재보선 결과에 대해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다가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을 챙기는 것 보다 전여옥을 내 보내 '니 마음대로 떠들고' 결과는 '니가 모두 챙겨가라'는 속셈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한나라당 의원 그 누구도 맨 정신에 100분 토론에 참여하여 전여옥 만큼 선전(?)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런 이유 등으로 정치권이 희비에 엇갈릴 이유는 하나도 없어 보인다. 전여옥이 언급한 지난 대선의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다수결의 원칙'이 시사하는 바는 국민들이 30%의 권한만 이명박정권과 한나라당에 부여했을 뿐이며, 금번 재보선의 투표 결과만 봐도 야야 공히 30% 이상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형편없는 지지율이다. 투표참여율이 고작 30%대에 머물렀을 뿐이며 당선된 여야 정치인 모두 투표 참여 유권자의 절반에 채 못미치는 지지를 받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설령 선거에서 이긴 정당이라 할지라도 국민 다수인 85% 정도가 나 처럼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이란 점 명심해야 한다. 웃음이 나올 일인가? 정치의 결과는 전여옥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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