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낭만파를 위한 '강촌'으로 가는길
강촌 아세요?...서울에서 2시간이면 족히 가 볼 수 있는 곳이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가 볼 수 있는 곳이죠. 호반의 도시 춘천을 가려고 기차를 타고 가다가 강촌의 풍경을 보는 순간 어느새 마력에 끌려 경강역에 내리거나 강촌역에 내렸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냥 주절주절 내 뱉는 말이 아니라 여행의 참 맛을 아는 분들이 내 뱉은 탄식과 같은 말이지요.
강촌은 늘 그렇게 변함없이 북한강 자락을 끼고 다소곳 하게 앉아 있는데 가을만 되면 아니 사철 언제 어느때라도 강촌은 도회지의 삶에 찌든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지요. 막상 그곳에 가 보면 너무도 평범하고 늘 봐 왔던 풍경이건만 도대체 무슨 마력이 우리를 잡아 당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얼마전 서울과 춘천을 잇는 민자고속도로로 인해 춘천으로 가는 시간은 절반으로 줄어 들었지만 '경춘가도'의 종점인 강촌을 찾는 사람들은 여전히 경춘가도를 따라 강촌으로 이동하고 있는데요. 우린 이 길을 너무 좋아해서 서울에서 춘천으로 볼 일을 보러 갈 때는 특별한 일이 아닌 다음에야 호젓한 이 길을 주로 이용하곤 합니다.
경춘가도를 따라 경강역 부근에서 우회전 하면 강촌으로 가는 북한강 자락이 금방 나오는데요. 늘 똑같은 풍경 같지만 봄 부터 겨울 까지 사시사철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강변의 모습과 달리 북한강을 따라 쭈욱 이어지는 콘크리트 휀스는 또 다른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너무도 평범한 이 휀스는 조용하게 흐르는 북한강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우리가 늘 찾는 강촌의 모습처럼 어느새 익숙한 풍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길을 따라 자동차 속도를 낮추며 터덜 터덜 가노라면 마치 당나귀 위에 올라 앉은 것 처럼 편안하고, 똑같은 풍경처럼 보이는 북한강의 모습은 시집을 간 딸아이가 모처럼 친정을 찾아가는 것 만큼 설레는 기분이랄까요? 그래서 그 기쁨을 야금야금 나누어 즐기고 싶은 곳이 강촌으로 가는 길이며 낭만을 즐길 줄 아는 진정한 낭만파라야만 이 길을 좋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이런 길을 만나게 되면 곧잘 당신이 느낀 영감을 그림으로 남기는가 하면 또 글을 쓰기도 하고 오선지에 곡을 써 내려 가나 봅니다. 음악의 역사 등에 따르면 음악이나 미술등 예술행위는 인류 문화사와 함께 음악과 미술이 동시에 태동되었는데요.
음악이 오늘날 처럼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은 중세 때 부터였고 종교음악이 주를 이루었지만 따지고 보면 그건 '정통'을 고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일 뿐 북한강을 끼고 도는 바람소리나 물결 소리가 음악의 시원이 아닌가 싶고 그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한 게 회화의 시원이 아닌가 싶습니다. 원시의 모습은 주로 그런 모습이었는데 강촌으로 천천히 발길을 돌리다 보면 어느덧 예술인이 된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그런 연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사는 모습은 실로 다양하여 특히 음악도 마치 정치파벌 처럼 여러 갈래로 나눠지는데요. 음악사에 등장하는 고전파 낭만파 국민악파 등은, 마치 서울과 춘천을 오고 갈 때 경춘가도를 이용하는가 하면 경춘 고속도로를 이용하던지 아니면 우리처럼 경춘가도를 달리다가 한 길로 빠져 북한강을 옆구리에 끼고 터덜터덜 가는 것 처럼 서로 다른 길을 가며 좋아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고전파의 경우 잘 짜여진 형식에 치우친 나머지 경춘 고속도로 처럼 실용적인 면만 부각되어 단조롭기 그지없고 상상조차 불허 하지만, 우리처럼 구식과 현대가 조화로운(?) 낭만적인 사람들은 형식에 얽매이는 것을 죽기 만큼 싫어하여 우리의 감정이 자유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죠. 살아오면서 안사람과 유일하게(?) 합의점에 도달하는 부분이며 이견이 없는 취미입니다. ^^
그래서 안사람이나 저는 음악도 슈베르트나 베버, 브람스나 베를리오즈, 로시니, 멘델시존, 쇼팽, 슈만, 리스트, 바그너, 챠이코프스키, 베르디, 비제, 포스터, 생상스, 사라사테,요한 스트라우스 등 고전음악으로 불리우는 이른바 '클래식음악'의 취향이 같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그런 음악들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분위기가 강촌으로 가는 샛길인 것이죠.
그 길 옆으로 쭈욱 늘어선 콘크리트 휀스는 무심코 바라보면 그저 평범한 콘크리트 조각에 불과 하지만 강촌이라는 대단원을 향해 갈 때 북한강의 소리와 감정을 그대로 담은듯한 오선지 위의 콩나물 처럼 차창을 스치고 지나는 것입니다.
자세히 보시지 않아도 그 높이는 음의 높낮이를 표현하는 것 같지 않지만 오선지 상의 모습으로 상상하면 너무 밋밋하여 늘 도 또는 솔을 아니면 라 또는 미 같은 음역에 머문듯 합니다. 하지만 그건 고전파와 닮은 고리타분한 격식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상의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강촌으로 가는 길에서 마주치는 콘크리트 벽은 그래서 평범하지 않은 모습인데요. 이 포스팅을 쭈욱 훑어 내려 오시면서 보신 것 처럼 거기서 거긴 모습과 다름 없어 보이는 사진들 속에 감추어진 모습은 콘크리트 휀스 처럼 그 모습이 그 모습 같지만 서로 다른 모습이며 콘크리트 휀스 사이로 본 북한강의 모습이라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죠. 그래서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는 것' 아니라 즐기려는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사물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만 보며 강촌으로 갈 게 아니라 가끔은 자신이 질주하듯 앞만 바라보며 놓친 뒷 모습을 바라보면, 이와 같이 조금전 까지 바라봤던 강촌의 모습과 사뭇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음표 위의 반전이나 우리가 세상을 살아오면서 느꼈던 반전의 모습은 이러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강촌에 다다랐을 때 놓친 풍경을 찾아 다시 되돌아 가 봤습니다.
이 모습은 조금전에 강촌에 도착하기 직전에 봤던 모습인데요. 되돌아 가 보니 이런 모습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왔던 길이 앞으로 다가 올 미래보다 더 아름다웠는지도 모르는데 우리들의 욕심은 보다 나은 미래가 있는 것 처럼 착각하고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목적지를 향해 달리다가 눈에 띄었지만 그냥 지나친 장소에는 구절초가 멋드러지게 피어 있었구요.
강촌을 배경으로 구절초를 모델로 삼으니 처음 밋밋했던 콘크리트 휀스의 모습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말았군요.
이 가을 대한민국 그 어느곳으로 가던지 이런 반전은 유효하여, 특정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 길 위에서 만난 사사로운 풍경이 최고의 풍경으로 오랜동안 추억될 것으로 여겨지는 건 비단 강촌으로 가는 길 위에서 뿐만 아닐 것으로 여겨집니다.
호반의 도시 춘천을 가려고 기차를 타고 가다가 강촌의 풍경을 보는 순간 어느새 마력에 끌려 경강역에 내리거나 강촌역에 내렸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냥 주절주절 내 뱉은 말이 아니라 여행의 참 맛을 아는 분들이 내 뱉은 탄식과 같은 말이며 낭만을 즐길 줄 아는 분들의 낭만적인 일탈이지요. ^^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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