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보행자 '신호등'도 없네요
횡단보도를 잘 살펴보시면 한 여성이 자동차 사이로 급히 건너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2차선 도로지만 도로폭은 3.5차선(?) 정도 되는 넓이에 횡단보도가 설치되어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정차선과 횡단보도의 간격이 거의 붙어있는 모습이며 자동차 통행량과 함께 보행자들의 횡단이 빈번한 이곳에는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보행자들이나 운전자들은 서로 '눈치껏' 이 도로를 주행하거나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도로에서 우회전을 하며 앞 차가 빠져나가기를 기다리는 잠시 급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습니다. 운전석에서 고개를 돌린 그곳에서는 한 아주머니가 자동차 사이에서 머뭇 거리다 급히 빠져 나가는 모습이 보여 연속으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이런 모습입니다.
잠시 머뭇 거리던 아주머니는 횡단보도를 향하여 바쁘게 걷고 있었습니다. 방금 전에는 놀란 표정으로 테라칸 지프 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급정거한 차량입니다.
그리고 아주머니도 놀랐는지 아니면 무안했는지 보행자가 건너고 있다는 표시인지 또는 어떤 신호인지는 모르지만 '손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손을 들고 건너는 모습입니다. 아마도 아주머니는 보행자의 수신호를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제 앞에 있던 승용차가 죄회전 깜빡이를 켜고 도로로 진입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던 테라칸 지프는 보행자가 이동하고 있는 바로 뒤쪽으로 이미 출발한 모습입니다. 따라서 제 앞에 있던 승용차도 슬그머니 이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테라칸 지프가 급정차 후 다시 출발할 때 까지 걸린 시간은 얼마나 되었을까요?...
불과 수 초에 지나지 않는 극히 짧은 시간인데도 그새를 참지를 못하고 보행자가 횡단보도 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행자 뒤편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주머니는 잠시 혼비백산 했겠지만 횡단보도를 건넌 후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위 그림은 맨 처음 보셨던 사진입니다. 연속촬영된 사진이 1초에 한컷씩 촬영되었다고 해도 급정차 소리를 듣고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집어든 시간까지 계산하면 길어봤자 5~6초 정도 소요되었을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보행자와 운전자가 동시에 깜짝 놀라며 정지된 시간(추정)을 2초 정도 감안하면 보행자가 횡단보로를 건넌 시간은 기껏 3초정도가 소요되었을 것이죠. 급한 볼일이 있는 아주머니가 대충 자신의 걸음속도면 횡단보도로 다가오는 차량을 피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아주머니가 횡단보도에서 출발을 했을 때는 버스에 가려진 사각지대의 테라칸 지프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체 차량의 흐름으로 미루어 자신의 걸음이면 평소처럼 아무런 문제없이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 였을 겁니다. 이런 상황은 테라칸 지프 운전자도 마찬가지 입니다. 운전석에 가린 버스 뒤편의 사각지대를 염두에 두고 '방어운전'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횡단보도는 일시적으로 텅빈듯 했을 겁니다. 따라서 자동차와 보행자가 속도를 조금더 올렸거나 보행자가 아이들 처럼 조금 더 일찍 출발했더라면 끔찍한 교통사고가 일어날뻔한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보통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자는 순간적으로 놀라 다시 출발할 때 까지 시간차가 있을 법 한데, 방금 마주칠 뻔한 아주머니 뒤로 유유히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상황을 정리해 보면 자동차 운전자나 보행자 모두(?) 과실이 있어 보입니다. 과실 정도에 대해서는 사고발발시 각자 입장을 달리 하며 시시비비를 가리겠지만,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설치되었더라면 그나마 시시비비를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라 할지라도 자동차 운전자는 운전중에 최우선적으로 보행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것이어서, 보행자의 과실을 따지기 전에 횡단보도 등 주의를 해야 할 도로상황에서는 운전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보행자 등의 안전사고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교통연구원 자료: OECD 회원국중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지난 9월 초 우리나라가 2007년 기준 OECD 회원국중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률 1위라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교통사고 유형에 따르면 보행자 사망 교통사고 중 75.2%는 주택가 등 폭 13m 미만의 도로(위 도로 사정과 비슷한)에서 발생했고, 이중 이면도로와 이면도로, 이면도로와 집 또는 분산도로가 만나는 교차로 주변의 사고가 가장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사고는 대부분 주택가의 도로에서 발생한 것으로써 다수는 아니겠지만 운전자들이 도로는 '자동차만을 위한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과, 아울러 '보험처리'에 대해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 보행자 등에 대한 배려가 줄어들지 않았나 하는 점입니다. 그와 함께 교통사고가 날 경우 '횡단보도 교통사고'의 경우 보행자에게 일괄 적용하는 '보행자과실 10%'와 같은 판례는 속히 개선되어야 할 사항으로 보이며, 자동차보험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게 아니라 자동차를 우선시 하는 풍토도 한몫 거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정부의 장미빛 발표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마치 선진국에 진입한 것과 같은 환상에 들뜨게 만들고 있지만, 자료에서 보시는 것 처럼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열등한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률 1위'라는 부끄러운 통계를 생산하는 교통문화 후진국의 불명예를 동시에 안고 있고,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중 영국(1.15명)의 4배, 일본(1.9명)에 비해서도 갑절이 넘는것으로 나타났습니다. OECD 회원국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입니다.
교통사고가 날뻔한 현장은 어제(1일) 오후 12시 30분경, 춘천에서 교통량이 제일 빈번한 곳 중 하나인 춘천호반 소양2교 앞에서 '켐 페이지'로 가는 길목이며 교차로와 황단보도가 어중간 하게 만나는 곳입니다. 현장을 살펴보니 일단 신호등 부터 갖춰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멀쩡한 표정의 아주머니는 이런 상황을 당연시 여기는 것 같아 보였는데 위험천만한 일이자 정말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관련 포스팅 2초 남긴 황단보도 아찔했던 장면/말뚝 하나로 '운전습관' 바꾼 도로 씁쓸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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