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화장실 '리폼'한 손녀의 스티커?
싸구려 스티커를 만나게 된 건 순전히 우연한 기회였습니다.
춘천에 들르면 거의 꼭 들르는 맛집 한 곳이 있는데'남촌막국수집'입니다.
단골이 된지 꽤 오래되었지만 별의 별 수로 꼬셔도 주방의 모습은 베일에 가린 맛집이죠.
한 잡지사에서 얼렁뚱땅 취재한 후 제한적으로 알려졌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이 맛집은 '취재진'에게 주방은 절대로 범접할 수 없는 성역과 같이 됐습니다.
오죽했으면 노하우 일부라도 공개하지 않을까요?
싸구려 스티커는
이 막국수집 옆에 붙어있는 재래식 화장실 문을 장식(?)해 둔 모습입니다.
아래와 같은 모습이죠.
막국수로 점심을 떼운 후 괜히 이쑤시게 하나를 들고 문밖에서 서성이다가
순서에 따라 화장실 문을 바라보는 순간
주위 눈치를 살피다가 몇 컷 그림을 남겼습니다.
카메라가 화장실로 향하는 건 오해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고
자칫 변태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었습니다.
화장실 문 앞으로 너무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으니 말이죠. ^^
평소 근화동 당간지주길에 있는 이 집의 화장실을 여러번 사용한적 있는데
그때는 싸구려 스티커가 왜 보이지 않았는지금도 궁금할 따름었습니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이대며
언제부터 이런 인테리어를?...하며 자세히 들여다 봤더니
싸구려 스티커가 화장실 문짝에 인테리어(?)된 때는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습을 한 스티커들은 형체를 갖춘 것도 있었고
외계의 생명체를 닮은 스티커는 물론 낮익은 동물들과 생물이 혼잡된 채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화장실 문짝에 줄지어 서 있었죠.
보통 이런 스티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초딩 중에서도 저학년들일 텐데
제 아무리 싸구려 스티커라지만 이 정도 수준이라면
보통의 정성으로는 불가능 했거나 쉽게 포기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끈질긴 집념으로 인테리어(리폼)를 완성해 둔 것이지요.
그래서 누가 이런짓을 했을까 하고 생각한 끝에
디자이너(?)는 막국수집 손녀의 짓이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어디 까지나 추정입니다. ^^)
싸구려 스티커로 화장실문을 리폼한 디자이너를 손녀로 지목한 것은 다름이 아니었습니다.
점심을 막국수로 맛있게 먹은 이 집은 점심시간 또는 저녁시간에 가면 앉을 자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춘천에 가면 이면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낡은 옛날 가게 모습입니다.
오래된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저자거리의 상점과 같은 모양이랄까요?
이 가게는 1년 12달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아
집을 새로 수리할 시간 조차 없고
3대가 한지붕 아래에서 수십년간 함께 일해 왔으므로 기가막힌 팀웍을 보유하고 있는데
아직 그 팀웍의 일원이 되지못한 유일한 사람이 손녀였던 것이죠.
녀석은 가끔 가게에 들러
손님들이 내 뱉고 가는 이야기를 주워 들었을 텐데
저도 그랬지만 손님들은 주로 이런 말을 내 뱉고 갑니다.
"...돈 많이 벌었으니 이제 가게 좀 늘려요."
그러나 이런 주문은 대한민국 최고의 언론이나 방송이
이 집을 소개하는 글을 쓰거나 방송을 하겠다고 해도
끄덕도 않는 주인 때문에 귀에 들어올 리 없습니다.
답답했던 건 손녀였죠.
그래서 그런 소리를 엿듣게 된 막국수집 손녀가 문방구로 쪼르르 달려가서
(손님들의 성화에 못이기는 척 주인이 발라둔 하얀 페인트로 단장한 재래식 화장실 문에)
싸구려 스티커로 리폼을 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자,
싸구려 스티커가 기막힌 인테리어 소품으로 변신한 것과 동시에
어느덧 막국수 맛처럼 기분이 (억수로)좋아지는 것입니다.
어때요?...싸구려지만 기분좋아지는 스티커죠? ^^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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