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 이럴 때 짜증난다
자동차가 한줄로 쭈욱 늘어서 정체되고 있는 이 사진을 보는 순간 '포스트시즌 이럴 때 짜증난다'는 포스팅 제목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금방 짐작될 것입니다. 사진은 2009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잠실야구장이 코 앞에 바라보이는듯한 동부간선도로의 모습입니다. 청담대교를 막 지나왔는데 차량들이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정체되고 있는 모습이죠.
이 모습은 어제(29일) 오후 5시30분경의 모습입니다. 정말 짜증나는 일이죠. 아마 야구팬들이 아니라도 짜증날 일이지만 야구팬들이라면, 특히 준플레이오프 경기에 나선 롯데팬이나 두산팬들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요즘은 팬들이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을 학수고대한 특정 연고의 팬들이 자동차를 운전하여 야구장으로 가다가 이런 상황을 만나기라도 한다면 속이 뒤집어지지 않을까요? ^^
저는 준플레이오프 경기 관람 티켓을 가지지 못했으므로 그들 보다는 답답하고 짜증나는 일이 덜하지만 저 역시도 그들 못지않게 말못할 짜증을 속으로 삭히며 야간경기로 치루어 지는 잠실야구장의 조명탑을 바라보며 가다서다를 반족하는 대열에 합류하여 중앙분리대 너머 불빛을 향하여 셔터를 누르며 안달하는 속마음을 누르고 있었습니다. 조명탑에 불이 켜진것을 보니 빨리 집에 도착하여 티비라도 봐야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참 이상한 거 있죠.
꼭 이런때는 머피의 법칙이 작용하여 제가 운전하고 있는 방향은 정체를 반복하고 있지만 반대 차선은 텅 빈 채 쌩쌩 달리는 거 보면 그때 기분은 뭐라 말할 수 없습니다.
동부간선도로 위 모습은 차량들이 일부러 줄을 서 있는듯 하고...
반대 차선에는 슁~하며 차량들이 잘도 빠지는데 저는 창밖을 바라보며 조명탑 불빛을 바라보며 제가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상상하며 1승을 거두며 환호하는 모습을 벌써 부터 머리속에 그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즌 중에 보여준 화이팅 넘치는 경기장면을 떠 올리기도 했습니다. 롯데와 두산의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었고 큰 점수차가 날 것 같지 않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 롯데의 선발투수 조정훈의 역투 모습을 보고 싶었죠.
이런 된장!...가다서다를 반복하던 차량이 아예 정차를 했습니다. 평소 1~2분이면 이 도로를 홱 지나칠 텐데 이대로 간다면 코 앞에 뻔히 보이는 잠실야구장 까지 1시간은 족히 걸릴 것으로 생각됐습니다.(흠...1시간이라...3회말 끝나고 4회초로 들어갔을지 몰라...끙 -.-;;) 하지만 덕분에 촛점이 제대로 잡힌 잠실운동장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이게 뭐람?!...궁시렁 궁시렁
정말 희한하지요? 서울의 출퇴근 시간은 늘 이 모양입니다. 퇴근길에 시내를 빠져 나가는 차량은 징그럽게도 정체되는 것 처럼 이렇게 막히지만 시내쪽으로 들어가는 차량은 휙~휙~지나가는 것이죠. 물론 출근길은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이런 상황을 늘 겪는 셀러리맨들은 아예 체념을 하고 말지만 준플레이오프가 벌어지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체념이란 게 말이나 될 법 합니까? 사정이 이러다 보면 평소 자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듯 보였던 서울시의 교통정책 등에 대해 괜한 불만을 털어 놓습니다.
(...서울시장은 뭘하고 있는지...하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한 내가 잘못이긴 하지...ㅜ) 저는 평소 서울시내로 다닐 때 특별한 일이 아니면 지하철을 애용하는 편이었지만, 어제는 동두천을 다녀 오면서 동부간선도로를 이용하고 있었던 겁니다. 하필이면...ㅜ
꽉 막힌 동부간선도로 위에서 별의 별 생각을 다 하며 앞만 보고 가는데 마음은 잠실야구장에 가 있어서 나이도 어리지 않는데 왜이러지 하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기도 했죠. 그런 속 뜻을 알 길이 없는 안사람이 흘깃 쳐다 봅니다.
"...실성했나?...운전이나 똑바로 해요."
운동경기에 관심없는 사람들 같으면 까이꺼...음악이나 틀어놓고 세월아 네월아 하며 정체길을 따라 시간만 보내면 그만이지만 스포츠광이라면, 그것도 준플레이오프에 용케도 진출하여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바라보고 있는 팀을 응원하고 있다면,...이런 사정은 용서못할 사정입니다만,...(용서못하면 어쩔 텐가요? ㅜ ^^)
그래서 찍소리 못하고 조명탑 불빛만 바라보며 앞 차 뒷꽁무니를 졸졸 따라가는데 답답함은 지울 수가 없더군요.
사이드미러로 뒤를 돌아다 보니 이런 모습입니다. 아마 제 앞에 가고 있는 차량이나 제 뒤를 따라 오는 차량들 속에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분들이 없지는 않을 텐데 그분들도 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반대 차선은 아예 텅 비어있고...)
(Nan!...잠실야구장 전광판만 바라보고 있고...)
(야구장의 함성소리가 금방이라도 중앙분리대 너머로 들리는듯 하고!...)
(아으...야구장 광경이 눈 앞에 어른 어른 거리고...)
(흑흑...자동차는 도무지 갈 생각도 하지않고!!...T^T...)
그리고 잠시 자동차 행렬이 정차되는 순간 '줌인' 해 보니 전광판의 시계가 오후 6시 5분을 가리키고 있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청담대교를 건너 이곳 까지 진출하는데 30분이 걸렸습니다. 이때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앞만 보며 달려야 했죠. 운전대에서 바라 본 잠실야구장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을 촬영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장면만으로도 멋진 광경이었는데 말이죠.
머피의 법칙은 여지없이 제게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하필 잠실야구장 곁을 지나칠 때 정체가 확~풀릴 게 뭐죠? 준플레이오프가 열리고 있는 잠실야구장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고 자동차가 느릿느릿 가면 그 장면이라도 건져야 겠다고 별렀는데 말입니다. 한순간에 자동차 정체현상이 풀리면서 일말의 보상심리마저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한 손으로 핸들을 꽉 붙들고 한손에 카메라를 쥐고 자동차 뒤를 향하여 대충 잠실야구장을 향하여 차창 밖으로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메모리를 얼른 끄집어 내 그 장면을 보니...아뿔사!...증말 짜증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이런 모습이었죠. ㅜ
동부간선도로를 따라 잠실야구장 곁을 지나면 잠실야구장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며 경기장 가득찬 야구팬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광경이었지만 조명탑의 불빛은 라면처럼 꼬불꼬불 하고 아파트 창들은 분양당시 보다 하나씩 더 만들어 놓은 모습입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2009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만원사례를 이룬 관중들의 모습을 일부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울러 집으로 돌아오는 즉시 티비를 켜고 경기를 지켜보는 동안, 롯데의 선발투수 조정훈이 고비고비 마다 결정구로 사용한 마술같은 포크볼에 허공을 휘두르는 두산의 타자를 지켜 보는 것이었죠. 한때 '야구는 8회말 부터'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8회말 두산의 추격은 거셌지만 그때 뿐이었습니다. 두산은 롯데의 집중력이 돋보인 9회초 공격 앞에서 결국 무릎을 꿇고 2차전을 별르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야구광이 아니라도 야구팬들이라면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마구마구 짜증날만 하죠? ^^ 다행히 4회초 부터 준플레이오프 경기를 지켜 볼 수 있었다는 거...그리고...보고 싶은 모습 다 보며 기분이 좋아졌다는 거...이 가을 포스트시즌(비록 준플레이오프전이긴 하지만)에 진출한 팀과 그 팬들만이 느낄 수 있는 야구만의 따끈한 매력이 아닌가 싶네요. 2차전 정말 기대됩니다. ^^*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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