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둔 '가난한' 가장 표정 이럴까요?
추석은 설날과 더불어 우리 민족 고유의 가슴 설레는 명절이 틀림없습니다. 추석이나 설날이 더욱더 기다려지는 건 무엇보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즐겁게 지내는 모습들일 겁니다. 그동안 고향을 떠나 살던 가족들이 오손도손 한데모여 조상들을 추모하는 한편 살아가면서 느꼈던 정감어린 이야기들과, 가슴 아팟던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이 어느새 가슴 한편에 담아 두었던 어슴프레한 상처들이 회복되며 고향이나 가족이나 친지가 더욱더 소중해짐을 알게 될 것이죠. 따라서 며칠 앞으로 다가 온 추석은 늘 보고 싶었던 형제자매들이나 잘 자라준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나누고 싶을 것입니다.
이런 경험은 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우리 이웃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생각들일 것인데 이렇듯 가슴 설레는 명절도 모두에게 반드시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명절이 되어 만나지 않았드라면 상처를 받지 않아도 될 일들이 명절 때문에 다시금 상처가 도지는 한편, 명절 때문에 가뜩에나 어려운 형편의 비용이 줄어드는 걱정 거리도 생기게 될 것이지요.
하지만 그런 마음을 내색한다는 것은 어쩌면 죽기보다 더 싫은 것이어서 그런지 무리를 하며 선물을 하는 등 형편에 어울리지 않는 지출이 늘어나는 때도 추석과 같은 명절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부부간의 갈등이나 형제지간 갈등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런 일은 제가 살아오면서 실제로 겪었던 일들이며 가장들이 느끼는 슬픔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럼에도 가장들이란 이렇게 가슴아픈 슬픔을 잘 내색하지도 않고 삭히며 살아가는데, 어제 오후 4시경 동두천을 다녀 오면서 의정부 시내를 통과하던 중 잠시 신호대기 중에 중앙분리대 건너편 길 가장자리에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한 택시기사님의 모습을 보면서 추석을 앞둔 가난한 가장의 표정이 저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곁에는 출고한지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 개인택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지만 여러대의 택시가 줄지어 있는 도로 곁에는 손님을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게 최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고 전철이 동두천 까지 운행되면서, 그동안 이 지역에서 장거리 손님 등을 태우며 근근히 현상유지를 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택시기사님의 벌이가 시원찮아 보여서, 이 분의 걱정어린 표정이 추석 때문에 더 증폭된 걱정거리를 안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추석은 모두가 즐거워야 할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이지만 추석을 앞두고 걱정거리 가득한 우리 가난한 이웃들을 돌아봐야 할 때가 또한 추석이 아닌가 싶습니다. 남의 일이 아닙니다.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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