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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山들

수수밭의 '기적'같은 아침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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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밭의 '기적'같은 아침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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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밭에서 일어난 기적같은 장면을 본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벼가 누렇게 익은 영월의 한 골짜기 옆에서 이름도 모를 야생화들이 영롱한 이슬을 머금은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밤하늘의 별들 보다 그 수가 더 많을듯 보이는 수수밭 가득한 수수 알갱이들이 조용히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 곳이었다. 참으로 황홀한 풍경이었다. 도대체 곡식들의 모습들이 이렇게 황홀하게 보이긴 처음이었다.

나는 척박한 땅에서 잘도 자라고 있는 수수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짙은 갈색과 옅은 갈색들이 뒤섞여 있는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워 거의 넋을 놓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막 동이 터 오른 산등성이 쪽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서광이 비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누군가 실수로 산봉우리에 걸려 넘어지며 빛들을 모두 쏟아버린 흔적과 흡사했다. 그 빛들이 솔 숲 사이로 넘쳐나고 있었는데 나는 나 혼자만 들리는 나지막한 탄식과도 같은 소리를 매 뱉고 있었다. 이.럴.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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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창조의 모습이 이런 광경일까? 태초의 어느날 조물주는 천지창조를 위해 항아리 가득 빛을 담고 다른 별로 향하다가 실수로 우리가 살고있는 지구별에 걸려 넘어지면서 그가 들고 있던 항아리 속 빛 모두를 쏟아버리는 실수가 없었다면 나는 애시당초 이 별에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며 기적같이 황홀한 광경 앞에서 꼼짝없이 붙들려 그의 실수를 경배하지 않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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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물주의 실수로 보기엔 너무도 정교한 작품 앞에서 나는 그를 경배하듯 수수밭 위로 쏟아져 내리는 뽀얀 실루엣의 빛의 무리들을 꼼짝않고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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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빛들이 향하고 있는 곳은 이른 봄 부터 늦은 가을까지 그만 바라보며 온갖 시련을 겪다가 누렇다 못해 짙은 갈색으로 변한 수수 알갱이들에게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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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수수 sorghum'는 조물주의 실수로 맨 처음 빛을 온 몸으로 받은 식물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가 태어난 곳이 아프리카로 추정하는 것은 한꺼번에 쏟아부은 빛들 때문에 온 몸이 짙은 갈색으로 타들어 가듯 했고 그 지역에 살고있던 인류의 피부 색깔과 많이도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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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한반도 땅 함경북도 회령의 청동기시대 유적에서 발견된 일이 있고, 경기도 여주군의 흔암리 선사시대 주거지에서도 탄화미와 함께 수수껍질이 출토되었다고 하니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의 곡식으로 이용되어 오다가 오늘날에는 아프리카 토양과 흡사한 척박한 영월땅 산골짜기에서 이렇듯 잘 자라고 있으니 그 덕 모두 조물주가 쏟아붓는 저 빛들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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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삼스럽게 빛의 소중함에 대해 고마워 하는 한편 그들이 솔 숲을 헤집고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수수 알갱이 위로 조용히 내려앉은 모습을 보며 신기해 했다. 수수밭의 '기적 miracle'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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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이런 기적 보신적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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