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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山들

우리가 버린 '무릉도원' 이런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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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버린 '무릉도원' 이런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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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가 주렁주렁 열렸다는 표현은 이런 모습을 두고 한 게 틀림없었다. 복숭아 나무 가지마다 복숭아가 얼마나 많이 달려있었던지 가늘고 긴 가지는 팔을 축 늘인 채 오후 햇살에 힘들어 하는 모습이었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한참동안 바라보며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몇컷의 그림을 남기고 북숭아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개울 옆에서 땀을 식히며 작은 개울에 떨어진 복숭아를 살피고 있었다.
 
개울속에는 무르익은 복숭아들이 더 이상 가지에서 버틸힘이 없었던지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었고 먼저 떨어진 복숭아들은 한쪽이 썩어가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었다. 복숭아 나무 아래에는 가는 바람결에 힘없이 떨어진 복숭아들이 지천에 널려있었다. 무릉도원이 이런 모습일까?...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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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익히 잘 아는 도연명 陶淵明의  '무릉도원 武陵桃源'은 단지 복숭아만 가득한 유토피아가 아니었다. 그곳은 무릉에 살고있던 한 어부가 어느 봄날 물고기를 쫏아 배를 저어 강을 거슬러 올라 가다가 길을 잃고 헤메던 중 강물에 떠내려온 복숭아 꽃잎을 발견하고, 그 꽃잎을 쫏아 간 곳에는 복숭아 향기가 그윽했고 마침내 강폭이 좁아지면서 배가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했는데 골짜기 사이로 빛이 새 나오는 작은 구멍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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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는 그 구멍을 겨우 통과하여 들어가자 동굴은 점차 더 넓어지고 곧이어 사방이 환하게 밝아졌는데 그 빛은 너무 밝고 빛나
부신 눈을 비비고 천천히 바라보니, 산에는 다른 나무라고는 한그루도 없는 온통 복사꽃 수풀이었고  새소리와 도원일색의 너무나도 곱고 향기로운 경치가 눈 앞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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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는 한동안 넋을 잃고 복숭아나무 숲 언덕으로 올라보니, 땅은 끝없이 넓고, 집들은 즐비하게 늘어섰으며, 멀리 가까이 호수사이로 기름진 논밭과 굽이치는 강변을 따라 복사꽃 숲 사이로 차밭, 뽕나무, 대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닭소리, 개소리가 들리고 누렁소와 논 밭일을 하는 사람과 마을에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타국사람 같은 옷을 입었으며, 백발의 노인이나 어린이나 여자나 남자나 모두 즐거운 듯 웃는 얼굴이었다. 도연명이 그린 무릉도원의 모습 중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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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시대의 도연명의 무릉도원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무릉도원의 모습은 마치 바이블의 내용과 흡사하다. 그가 표현한 강줄기는 우리에게 주어진 제한된 삶의 시간을 묘사하고 있고 어부의 고기잡이 모습은 마지막 삶의 모습을 잘 그리고 있다고 하겠다. 그의 운명은 그가 세상에 처음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데 복숭아 꽃과 같은 일장춘몽을 끝마치고 돌아가는 곳이 무릉도원이었으며 그곳은 마치 어머니의 자궁과 같이 포근한 모습이고 걱정이라고는 한점 없는 천국과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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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천국은 어머니의 몸을 묘사하며 '하늘나라'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한편 온갖 욕심과 중상모략이 횡행하는 세상의 모습과 전혀 다른 천국의 모습이었다. 9월 말 강원도 영월의 한 농장 복숭아 밭 옆으로 흐르는 작은 도랑물을 바라보며 무릉도원의 어부가 그러한 것 처럼 서울로 돌아가면 이 소식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했다. 물론 무릉도원의 줄거리와 많이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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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숭아 나무에 탐스럽게 익어가는 발그스레한 복숭아 한개를 살짝 돌려서 따고 도랑물에 깨끗이 씻은 다음 한입 베어 물었다. 이빨이 복숭아 속살에 채 닿기도 전에 복숭아 향기와 함께 향긋한 단물이 이내 입안 가득 퍼지는 동시에 후각을 감미롭게 만들었다.

복숭아 밭에는 플라스틱 광주리가 하나 있었지만 이 농장에서는 고추수확이 한창이었다. 두사람이 농사를 짓는 농장의 크기는 축구장 보다 조금 더 큰 넓이였고, 복숭아는 수확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제 멋대로 자라 뒹굴고 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얼른 이해가 되지않았지만 몇시간 농장의 사정에 익숙해 지면서 이 복숭아들은 대부분 버려지는 아까운 열매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대로 버려두면) 너무 아깝잖아요...? "

"...인건비도 안나와요...딸 시간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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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도원의 저자는 그가 무릉도원을 다녀 온 후로 그곳의 사정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 안달을 했다. 그가  무릉도원에서 머물면서 본 '무릉골짜기 도원향'의 모습은 서로 도우며 오손도손 살아가고 있었고 부족한 것은 가르치고, 어려운 일을 보면 희생을 아끼지 않았으며, 농사에 힘쓰는 한편, 해가지면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집으로 돌아와 쉬며, 기록한 달력이 없어도 매화꽃이 피면 때를 알아 농사일을 서두르고, 찬바람이 불면 추수를 하고도 세금 낼 걱정도 안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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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 후 열매가 달려 익기시작하면 누구나 따 먹었으며 아이들은 노래 부르며 노는 게 일이었는데 노인들도 마찬가지 였다. 집집마다 울타리가 없었으며, 자식이 성장해도 부자 관계는 성립할 뿐이었고 군신의 차별도 없었다. 따라서 욕심이 있을 수도 없고 흥하고 망할 이유도 없었다. 그들은 늘 서로 왕래하며 흥겨운 잔치를 즐기고 술을 마셔도 다투는 일을 볼 수가 없었다. 어부가 본 무릉도원은 가히 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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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집으로 돌아올 때 도원향의 촌장이 어부에게 그곳의 사정을 다른곳에 전파하지 말라고 했지만, 어부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복사꽃 잎을 뿌려두고 군데군데 표시를 하고 돌아온 후 이런 사실을 고을 태수에게 알렸다. 이 사실을 들은 태수는 어부의 이야기와 표시를 따라 무릉도원을 다시 찾아 나섰지만 무릉도원은 두번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는 이야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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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도원의 기가막힌 소식을 가슴에 품고 온 나는 당장 도원향의 모습을 전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이 소식을 제일먼저 어느 정권에서 본다면 당장 이곳을 개발하여 유럽형 팬션을 짓지 않을까 염려되었고, 작은 도랑을 정비하여 동강의 물을 끌여들이려는 당치도 않은 노력을 기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었다 꽤 유명한 대학교 학장이 보면 다수확 품종으로 확대하여 학계에 보고하는 한편 출세 가도에 득이 될 것임으로 전국의 강 옆에 유럽형 펜션과 더불어 복숭아 나무를 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 놓음으로써 그의 평생 꿈이었던 총리 자리를 넘볼 게 뻔했다. 이런 정도면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었지만 정말 전전긍긍한 모습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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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이 너도 나도 돈에 눈이 멀어 돈을 많이 벌게 해주겠다는 꼬드김을 공약으로 내세우운 사람을 뽑아 세우고 운 좋게도 당첨된 머슴은 하라는 짓은 나 몰라라 하고 딴짓을 일삼고 있는 결과, 세상의 모든 가치는 돈으로 쏠려 무슨 일이든 돈이 되는 일이라면 서슴치 않아, 공부도 돈 때문에, 정치도 돈 때문에, 심지어 아이들도 돈 때문에 낳지 못하고, 돈 때문에 기르지 못하며, 돈이 없으면 공부도 하지 못하고, 돈이 없으면 결혼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돈이 없으면 사랑 따위는 꿈도 못꾸는 완전히 돈 세상이 된 마당에, 돈도 안되는 복숭아가 지천에 내 팽개져 있는 것이다.

이 농장의 주인인들 이렇게 썩어 자빠진 복숭아가 아깝지 않았겠는가?  무릉도원은 한 저자에 의해 상고시대 때 지어져 오늘날 까지 이어져 오지만 우리는 여전히 무릉도원을 꿈꾸는 동시에 무릉도원을 내팽개치는 모순된 일을 반복하며 또 다른 천국을 꿈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 해답이 바이블 속에 있을까? 아니면 무릉도원속에 있는 것일까?...

농장주는 곧 버려질 복숭아를 따 가고 싶을 만큼 따 가라고 했다. 자동차에 실을만한 공간은 큰 자루로 두 자루면 족했고 단물과 향기가 가득벤 복숭아들은 열댓개만 남기고 이웃으로 모두 전달됐다. 내가 딴 복숭아들은 겨우 가지 한 두줄에 매달린 열매들이었고 아직도 영월의 한 골짜기에는 무릉도원에서만 볼 수 있는 복숭아들이 가을 볕을 받으며 하나 둘씩 농익어 가고 있다.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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