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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한강 어도에서 만난 '누치'의 힘찬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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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어도에서 만난 '누치'의 힘찬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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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치의 힘찬 이 몸짓 하나로 한강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지난 주말 한강 잠실대교에 한강의 풍경을 잘 조망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만들어 놓은 '리버뷰봄'을 개관식에 앞서 둘러봤는데, 겉 모습은 마치 홍수통제소를 닮은 다소 딱딱해 보였지만 막상 리버뷰봄 내부를 둘러보니 아늑한 풍경이었고 리버뷰봄 카페에서 내려다 본 한강의 모습은 평온하고 아름답기만 했다.

그래서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과 함께 콘크리트 다리가 다수인 한강의 풍광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시민들이 즐겨찾기 위해서는 접근성을 더 용이하게 만들 분만 아니라 기왕에 설치된 다리에 인테리어 소품을 이용한 조경을 했으면 했다. 리버뷰봄이 위치한 곳은 잠실대교 남단이었는데 그곳은 한강시민공원으로 내려가 지척에 설치되어있는 '어도(물고기 길)'에서 한강에서 살고있는 물고기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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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는 어떤 물고기가 살고 있을까?

한강 잠실대교 아래 설치해 둔 어도를 여러번 방문 해 봤지만 늘 실망만 하고 돌아선 경험이 있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한강에 온 만큼 한강 어도를 좀 더 세세하게 살피고 돌아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그러한 욕심은 어도에 머물면서 어도를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를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었다. 오전 10시가 막 넘어가고 있었다. 이날 따라 볕이 얼마나 뜨겁던지 어도에 나타나지 않는 물고기 때문에 슬며시 짜증이 나려던 참이었는데 한 시민이 유모차를 끌고 잠실 물고기 길에 나타난다는(출현) 전망창을 들여다 보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물고기가 보일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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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했다. 이곳에 설치해 둔 견시창은 1년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어도를 관찰 할 수 없을 정도로 창窓이 더러워져 있어서 설령 물고기들이 어도를 따라 이동한다고 해도 모습을 관찰할 수 없을 정도였다. 왜 그렇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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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물고기 길을 지나다니는 창을 확인해 봤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괜히 들여다 봤다 싶은 생각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잠실 물고기 길에 출현했다는 주요 어종들이 실제로 나타났는지 의구심이 증폭되기도 했다. 따라서 어도를 어슬렁 거리며 물고기 발견에 힘을 쏟다가 어도를 통과한 물고기들이 가는 방향을 살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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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대교 아래에는 대형 수중보가 설치되어 있어서 한강은 마치 거대한 호수를 연상케 했고 그 곁으로 물고기 길이 그림과 같이 만들어져 있는데 어도를 따라 흘러내려 오는 강물은 혼탁해 보였고 어도에 낀 물때 때문에 물은 더욱더 혼탁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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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보면 이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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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강 어도를 이리 저리 옮겨 다니며 계속하여 물고기 이동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고집을 피우다가 마침내 팔뚝만한 누치를 발견하게 됐다. 하지만 녀석의 몸은 하얗게 색이 바랬고 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

어도를 오염시키는 한강의 부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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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수중보로 막혀 호수처럼 변한 한강에 살다가 어떤 이유에서 모르지만 생을 마감하고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한강변에 머리를 뉘었다. 녀석이 바라 본 마지막 한강의 모습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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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잠실수중보 때문에 흐름이 정체된 강물이 유속을 잃으며 상류 등지에서 떠내려온 부유물을 강변으로 밀어내고 있는 모습이었고 그 부유물들은 강변에 설치된 어도 곁으로 함께 이동하고 있었는데 이를 막기위해 휀스를 설치하여 부유물을 어도 바깥으로 유도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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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 부유물들은 주로 어도 쪽으로 유입되었을 것이며 어도를 통과하려는 물고기들이 오염물질들 때문에 어도 사용을 회피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와 함께 부유물들은 어도를 오염시키는 한편 어도에 설치된 견시창을 캄캄하게 만들어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아예 어도 속으로 이동하는 물고기 관찰을 포기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며 주말 현재 까지 어도관찰용 창은 방치된 채 본래 용도를 잃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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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 위쪽을 돌아보며 죽은 누치를 만나고 부유물들을 보니 괜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을 희망적으로 바꾸어 놓은 것 또한 누치였다. 강물 표면을 더럽히고 있는 부유물질 아래에서 놀던 누치들이 미처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가 깜짝 놀라며 퍼득이며 도망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휀스 너머였지만 어도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나는 다시 어도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강을 지키는 누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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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조금전 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던 민물 참게가 볕에 몸을 데우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속으로 웃음이 피식 나왔다. 드넓은 한강에서 발견한 참게 한마리가 무슨 대순가 싶기도 했다. 참게들은 주로 해질녘이나 어두운 밤에 이곳 어도에 빼곡히 출몰하는데 대낮에 주먹만한 등짝을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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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어도 곁에서 서성이는 내게 뭔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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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물살이 찰랑하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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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막 어도를 통과한 팔뚝만한 누치가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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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어도를 왔다 갔다 하며 서성거린 덕분에 9월의 뙤약볕이 땀을 삐질거리게 만들었고 누치가 어도를 통과하는 모습을 다시 발견하기 위해서 어도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영상으로 담고자 어도를 주시하며 필름을 돌렸지만 금새 필름속은 어도의 흐릿한 물빛과 소리만 잡혔다.

그리고 다시 파다닥 하는 소리를 듣고 카메라를 돌리면 누치는 어도에 설치된 턱 하나를 이미 넘어간 뒤 였다. 따라서 영상은 포기하고 카메라를 이용하여 녀석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싶어서 뷰파인더를 뚫어지게 바라봐도 결국에는 누치가 통과하는 모습을 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어도를 오가며 파다닥 소리가 더 많이 들리는 중간쯤에 자리를 잡은 후 셔터속도 만큼 빠르게 움직이는 누치의 몸짓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어도곁 핸드릴에 카메라를 고정 시킨 후 누치가 주로 움직였던 어도 한 방향으로 향하게 하고 시선은 누치가 출현할 어도에 고장 시키며 인지는 셔터를 스탠바이 시켜두었다. 1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첫번째 누치의 힘찬 장면을 포착하는데 성공했다. 누치가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던지 셔터를 누른 후 촬영되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셔터와 나의 반사신경이 더 빨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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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누치가 어도를 넘어가는 장면을 포착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누치의 날렵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녀석이 이곳을 통과하는 시간은 거의 셔터속도와 같았다. 하지만 제 아무리 누치가 빠른들 1/159sec의 셔터속도는 넘지 못하여 어도를 넘나드는 녀석의 정체는 탄로가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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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내가 들키다니...) 녀석의 눈은 어도 곁에서 어슬렁 거리는 나를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듯 했다. 한가지 재밋는 사실은 누치란 녀석은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홈이 패인 어도를 이용하지 않고 어도 바깥쪽을 이용하고 있었다. 인간들이 물고기 생각을 따라잡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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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치는 비교적 물살이 약한 쪽을 선택하여 어도를 넘나들고 있었는데, 하류로 이동할 때는 홈이 패인 통로에 비스듬히 몸을 뉘며 급한 물살을 이용하여 가볍게 떠내려가는 지혜를 보여 주었다. 참 재미있는 녀석이었다. 하지만 누치의 힘찬 몸짓을 재밋어 하며 셔터를 누르는 동안 대부분의 누치들은 셔터 속도를 비웃으며 사라지곤 했다. 그러다가 한 녀석이 어도를 파닥이며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는데 녀석은 어도를 거슬러 올라오는 동안 얼마나 힘들었던지 어도 한 계단에 도착한 후 한참동안이나 숨을 고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강에서 자주 못본 참붕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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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그늘이 드리워진 어도 한쪽 풀숲 그늘에 몸을 숨기고 가뿐 숨을 몰아쉬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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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 속을 떠도는 슬픈 메기

그리고 또 한 녀석이 긴 수염을 늘어뜨린 채 물 위로 부상하며 천천히 꼬리치는 모습이 보였다. 녀석은 정체는 메기였다. 조금전 까지만 해도 한녀석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물고기들이 메기 포함하여 세 종류가 눈에 띈 것인데 녀석의 흐느적이는 몸이 이상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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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에 멀정해 보인 녀석...그러나 몸을 거의 수직으로 세운채 갈치처럼 서 있는 모습이었다.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동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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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몸 상태를 보니 입 부분과 꼬리 부분이 상처를 입은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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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한강에서 살아오는 동안 알 수 없는 대상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어있었고 그 곁으로 어도를 통해 이동한 누치들과 함께 한참 동안 물위에 뜬 채 유영을 하다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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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치들의 생기발랄한 모습과 금방 비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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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는 메기가 서식할 장소로 적합하지 않은데 녀석은 비늘이 없는 물고기여서 어도와 같은 장소에서는 잘 살아갈 수 없는 어종이다. 메기의 서식지는 유속이 비교적 완만한 하천이나 호수와 늪이고, 낮에는 숨어서 움직이지 않고 주로 밤에 활동한다고 알려졌는데 육식성이며 탐식성인 메기가  대낮에 어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무래도 길을 잘못찾아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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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는 어린 물고기를 비롯 거의 모든 종류의 작은 동물들을 잡아먹는데 물살이 거친 어도에 메기가 먹을만한 작은 고기들이 없어서 한동안 굶은 모습같기도 하여 불쌍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녀석은 몸길이가 꽤 커서 30~40cm정도 보여 메기 중에서 큰 녀석이기도 했다. 메기의 크기는 다 자랐을 때 대략 50㎝정도이만  그 이상인 개체도 드물지 않다고 하지만 녀석의 동태를 살펴본 바 수명을 다한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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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기를 바라보는 동안 어도 한 계단에 몰려 다음 계단으로 이동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누치를 주목하고 있었다. 녀석들은 나의 동태를 동시에 살피고 있었던지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파다닥 소리를 남기며 어도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반셔터로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의 몸 전체를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는데 성공했다. (야호!~ 반갑다 누치야!~)하고 속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누치의 힘찬 몸짓, 반갑다 누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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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치는 내 카메라 속에서도 파닥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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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어도의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찰라의 누치 몸짓은 순간적이지만 강한 물살을 내 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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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녀석은 순식간에 어도를 통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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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을 하는 동안 나는 누치의 동작을 다시한번 더 보기 위해 귀하게 포착한 장면을 하나 더 남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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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은 누치가 어도 가장자리를 통해 어도를 넘어가기 직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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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카메라에 포착되지 않기 위해 숨박꼭질을 하는 것 같다.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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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순간에 녀석은 카메마를 피해 달아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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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누치가 어도를 향하고 있는 모습이 거뭇하게 물그림자를 남기고 있다. 녀석도 셔터를 피해 쏜살같이 달아날 궁리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건 니 생각일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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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누치는 내 카메라를 벗어나지 못한채 몸전체를 드러내고 말았다. 처음 어도에 들어서며 절망하던 것과 달리 나는 기분이 좋아 어쩔줄 몰라하며 괜히 어도를 찾는 사람들에게 누치의 볼 수 있는 방법을 전해주며 함께 기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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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참 별 것도 아닌 물고기 한마리가 이렇듯 기분을 좋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어도 속을 관찰할 수 있는 견시창이 어둡긴 했지만 이렇게 육안으로 한강의 물고기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분좋은 일인가? 나는 누치를 통해 한강에 대한 희망 몇가닥을 떠 올리고 있었다.

잠실대교 아래 설치한 수중보 때문에 물길이 갇혀 어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물고기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곧 우리 인간들에게 선사하는 작은 희망과 같다는 생각이 들자 한강변을 하수구 처럼 가로막고 있는 콘크리트 벽이 하루라도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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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치는 시공을 넘나들듯 한순간에 어도 한계단을 올라서며 다음 단계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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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연속하여 누치들의 행진이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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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의 수량은 누치가 헤엄치기에 적당할 정도로 하류로 흘러가고 있었는데 녀석들이 어도를 넘어갈 때 마다 살이 통통하게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날렵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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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리버뷰봄 때문에 한강에 들렀다가 카메라 가득 누치를 잡아오는(?) 만선의 기쁨을 누린 게 지난 주말 오전 11시 30분경이었다. 어도를 따라 하류로 좀 더 이동하자 그곳에는 어도 상류에서 보지못한 누치 등 물고기들이 어도 계단마다 빼곡한 것 같았다. 마치 어항속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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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에서 녀석들은 숨을 고르며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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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고르며 다음 단계를 넘보고 있는 누치들은 이런 모습이다. 모두 팔뚝만한 녀석들인데 그중 작은 녀석도 눈에 띈다. 아마도 녀석은 어미와 함께 한강에서 태어나 이곳을 오르내리며 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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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의 호흡고르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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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에서 두어번 몸을 감추기도 다시 몸을 나타내는가 싶더니 이내 다음 단계로 이동하는 것을 반복했다. 그렇게 마지막 관문을 통고한 녀석들은 잠실수중보가 만든 호수 같은 한강상류로 한계단 올라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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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녀석들이 어도를 힘차게 점프하는 모습을 보며 녀석들이 어도를 따라 한강수계 상류인 남한강이나 북한강 골짜기 끝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꿈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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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불행하게도 이곳을 통과한 녀석들이 갈 수 있는 지역은 극히 제한되어 있어서 한강의 좁은 지천이나 팔당댐 검은 가마우지가 기다리고 있는 댐 아래 까지 갈 수 있을 뿐이었다. 녀석들의 불행은 결국 우리 인간들의 편리를 위해 만든 시설물 때문에 더 도약할 수 있는 힘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강 하류에 머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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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와 보고 다시 방문한 한강의 어도에서 나는 오랜 친구를 만난듯 누치를 보며 행복해 했다. 한강이 준 선물이었고 아직은 한강을 더 사랑해야 하는 이유가 된 누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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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이 기뻐 날뛰며 금빛 찬란한 비늘을 번득이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두번 다시 어도 곁을 얼씬거릴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 한편 어도를 돌아서는 내 가슴속에 남아도는 미련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잠실 물고기 길에서 출현 했다고 하는 물고기 종류 전부를 출현한 시기에 모두 만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때쯤 어쩌다 가뭄에 콩나듯 출현한 한강 물고기가 아니라 언제 어느때고 이곳에 오면 만날 수 있는 물고기였음 했던 것이다. 그 희망을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한다.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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